7화 검은 태양의 성왕(5)

마계에는 태양이없다. 그것은 악마들의 가장 기본 상식이었고 당연한 진리였다.

낮과 밤도 존재하기 않기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넌지시 마계학의 악마가 추측만을 할 뿐 왜 없는지는 몰랐다. 사실 악마들에게 있어서도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이기도 하였다.

그들에게 있어서 천사가 사용하는 태양은 재앙에 불과했고 공포와 두려움의 상징같은 태양이 마계에 없어서 다행이라고 안심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자신들의 지키며 보호했던 검은 태양의 존재가 잊혀져버렸다는 것을.

하지만 마계의 갑자기 동쪽에서부터 뜬 검은 태양.

그 태양의 빛을 쐬며 악마들은 익숙함과 그리움, 애틋함과 편안함과 같은 익숙하지 않은 감정들이 느꼈다. 검은 태양은 악마들에게 상냥했으며 결코 그 불로 악마를 태우지 않았다.

하지만 그 태양이 위험하지 않다고 해서 보기만 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었다. 루시퍼는 권속들을 보내 고위급의 대악마를 중앙으로 불러 모았다.

항상 수많은 업무와 일에 치여사는 그였지만 그의 우선 순위는 마계의 안위였고 그를 위해서라면 서류더미에 쌓여있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유일하게 서류를 놓게 만드는 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어린 악마나 약한 악마들을 보호하는 보호의 방의 악마들의 상태를 확인하러 갈때였다.

소집 명령을 내린 뒤, 그는 혹시 그 검은 태양의 영향을 어린 악마들이 받았을까 라는 의문이 들어 바로 확인을 위해 발걸음을 옮기었다.

도착하자 마자 그의 눈에 비친것은 한 곳에 모여 옹기종기 잠들어있는 악마들이었다. 그는 한 눈에 지금 저 어린 악마들이 수면 상태에 빠진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명마다 자신의 한계까지 마기를 머금은 채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었다.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것은 누구지?

태양은 그저 마기를 내뿝을 뿐. 흡수하는 것은 악마의 몪이었다. 그런데 저 아이들은 분명 한계까지 마기를 흡수해서 수면 상태에 들어간 것이었다. 어린 악마들이 그런 것이 가능할리가 없었다. 본능있는 아이들은 그저 살기위해 본능적으로 마기를 조금씩 흡수할뿐 그 이상은 흡수하지 못했다.

‘…누군가있다.’

직감적으로 이런 것이 가능한 자가 검은 태양을 마계의 하늘에 떠올리고 어린 악마들에게 마기를 내려 한계를 극복하도록 도왔다는 것을 알았다.

마신 루시퍼의 성에는 오로지 그의 권속만이 있었지만 지금은 소집 명령의 전달을 위해 전부 외출 중이었다. 그렇다면 외부 침입자라는 말이었는데 이것또한 믿기 어려웠다.

그의 성의 결계는 단단했다. 그를 제외한 바알이나 사탄, 아가레스같은 고위급을 넘는 악마들이 작정하고 힘을 합치지 않는 이상 부서지지 않았다. 성령 부서졌다고 했다고 해도 그걸 루시퍼가 감지할 수 없을리가 없었다.

결계는 멍쩡했다. 오히려 태양의 힘을 흡수해 강화되면 강화됬지 절대 약하지는 않았다.

두근. 두근.

조용했던 호수에 아주 작은 파도가 일렁였다. 아주 작은 물방울이었지만 그것은 이내 거대한 파도가 되어서 루시퍼를 덥쳤다.

‘그곳으로 가봐야해.’

그곳. 이름 모를 그의 안식처. 루시퍼의 아픈 상처임과 동시에 마음의 위로를 얻는 곳.

루시퍼의 몸이 빠르게 그곳을 향했다. 향하는 동안에도 결계는 멀쩡했다. 어디에도 침입에 흔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심장의 술렁거림이 끈이질 않았다.

두근….

그에게로 가는 몇분조차 안되는 시간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도착한 곳의 문이 열려있는 것을 본 그의 눈이 커졌다.

동시에 분노했다. 그의 가장 소중한 곳을 침범했다는 분노였다.

그는 서둘러 그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침입자를 확인하고 가장 잔혹하게 죽일 방법을 생각하며.

…그런데.

두근두근두근.

…이건 침입자를 죽일 기대감에 뛰는 것일까?

가슴께를 짚으며 시끄럽게 구는 심장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며 마침내 ‘그’의 비석 앞에 서있는 부드러워보이는 흑발의 머리카락을 발견했다.

“…침입자 입니까?”

흑발의 그는 루시퍼의 기척을 눈치챘는지 천천히 침입자는 뒤돌아 섰다.

흡.

루시퍼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들이키고 내뱉는 것을 잊을 정도로 놀랐다. 놀랍게도 침입자는 ‘그’와 완전히 똑같이 생겨있었다. 무덤에서 ‘그’가 나온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안녕?”

솔레노와는 웃으며 놀란 루시퍼에게 인사를 건내었다.

…혹시 날 기억하고 있니? 나의 샛별.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을 억누르며 솔레노와는 입꼬리를 올렸다.

…더 이상은 무서웠다.

정말로 이 이상으로 상처받고 싶지 않았다.

“…이런걸.”

루시퍼의 말에 숨이 멈춘다. 사고가 정지하며 불안함의 이명이 귀에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이런걸 인간들의 말로 천눈에 반했다고 한다더군요.”

……?

응?

방금, 방금 뭐라고?

솔레노와는 길가다 철로된 대야가 하늘에서 떨어져 머리에 맞은 충격을 받은 기분이었다.

“인간 방식대로라면 이제 꽃다발과 반지를 내밀며 청혼하면 되겠습니까?”

거기다 한겨울에 시원한 얼음이 동동 띄어져있는 찬물에 풍덩빠진 것 같은 뒷목이 서늘했다.

철대야와 얼음물의 콜라보에 솔레노와의 정신의 혼
란스러웠다.

“일단 꽃이 필요하겠네요.”

그리고는 정원에 핀 붉은 장미를 꺽어서 어디선가 꺼낸 예쁜 천으로 감싸 그럴싸하게 리본에 묶어서 나에 건내었다….

어이없는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방금 전까지 하고 있던 걱정이 솔레노와를 바보처럼 만들어 수치심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반지는 마계에서만 나는 희귀한 광-”

“그만!”

솔레노와는 장미꽃을 건네받아 그대로 검은 불로 불태워버렸다.

“미쳤어?”

그리고 차가운 욕를 날려주었다.

얘가 못본사이에 미쳤구나. 내가 죽은게 충격적이었거나 마계 일에 지쳐싰거나 무엇이 이유가 되었던 일단 루시퍼는 제정신이 아니라고 솔레노와는 단정지었다.

“지극히 멀쩡합니다만….”

…윽.

얘는 왜 타락 했는데도 저렇게 번쩍 번쩍 빛이나냐. 눈이 부실지경이었다. 내가 만약 여성이었다면, 설령 그게 아니라고 할지도 평범한 인간의 감성을 가지고 있었다면 홀라당 넘어가서는.

네! 좋아요!

라고 외치며 얼굴 붉힐 뻔한 상황이었다.

다시 만난 루시퍼는 옛날 보다 훨씬 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미친놈이 되어있었다.

다라진 것은 날개의 색과 은은한 금빛을 내는 은발이 푸른 빛을 낸다는 것 뿐인데도 루시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제가 마음에 안차는 걸까요? 아니면 무언가 마음에 안드는 것이….”

“일단, 그 얼굴이 마음에 안들어.”

“…나름 자신있는 부분인데.”

…청은색의 속눈썹이 축쳐지며 눈썹의 끝이 밑으로 축쳐져서는 마치 대형견 같은 귀여움이…. 아니, 나도 미쳤냐.

“자세히 봐주시면 안될까요?”

가까이 다가와서 손으로 허리를 감고 반짝이는 맑은 금안을 빛내며 얼굴을 드이밀었다.

…그래, 가까이서보니 참 잘생겼긴 했다. 얼굴로 천계 서열 1위 먹은건가 싶을 정도로.

그의 인상은 화려하면서도 지나치지 않게 단정하면서 붓으로 하루종일 섬세하게 그려놓은 것 같은 신성해 보이기까지 하는 미남자였다.

“어때요?”

어떠긴 뭐가 어때. …내가 순간 얼굴을 관찰했으면 말다한거지.

“역시 나쁘지않게 생겼어요?”

“…휴우.”

루시퍼의 가슴팍을 지며 그를 밀어냈다. 힘으로는 밀리지 않았을 텐데 루시퍼는 순순히 물러서 주었다.

그 덕분에 확신이 들었다.

“샛별아.”

순간 루시퍼의 몸이 멈칫했다. 하지만 그의 금안이 부드럽게 휘며 이내 정말 기쁘다는 듯이 환하게 웃었다.

“언제부터였어?”

저주가 풀리고 기억이 돌아온게?

뒷말을 삼켰지만 루시퍼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산뜻하게 대답했다.

“다시 봤을 때. 당신의 뒷모습을 봤을 때부터 기억이 돌아왔어요.”




※※※




마계의 신, 마신 루시퍼의 소집 명령에 이름이 알려진 상위 30명의 악마들이 중앙 성의 회의장으로 모여들었다.

그곳에는 아가레스와 아스모데우스 역시 불만어린 표정으로 삐뚜름하게 앉아있었다. 불러 모은 당사자가 늦자 점점 인내심이 바닥을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둘은 깊은 눈으로 보고 있는 악마가 있었다. 바로 아가레스와 같은 동부를 다스리는 군주이자 신으로까지 숭배받았던 악마중에 다섯손가락에 안에 드는 대악마 바알이었다.

“워, 바알. 눈빛이 뜨거운데?”

옆에서 사탄이 조그맣게 속삭였다. 바알의 무감각한 시선이 사탄을 향했다. 사탄은 검붉은 개의 모습을 한채로 길고 큰 테이블에 앉아 바알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

“딱딱한건 여전하네. 쿡.”

검붉은 개의 입이 올라가자 날카로운 송곳니들이 하얗게 빛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사탄이 입을 다물자 회의장에는 묘한 긴장감과 함께 침묵이 감돌았다. 고위급의 악마들이 이 정도로 모여본 것은 이천년 만의 일이었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보며 경계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당장이라도 베일 것 같은 날카로운 분위기에서 여유로운 것은 열몇명밖에 되지 않았다.

-쾅!

그때 갑자기 큰 대문이 활짝 열리며 날카로운 소리 회의장의 악마들의 귀에 박혔다.

“야, 이 미친놈아! 진짜 미쳤니?!”

“하하. 전 미치지 않았다니까요?”

푸르빛을 머금은 신비로운 은발의 짧고 단정한 머리가락이 회의장에 드러났다. 악마들의 신, 마계위에 군림한자, 새벽녁의 샛별의 타천사. 그를 칭하는 수많은 칭호을 나타내듯이 루시퍼의 등장으로 마계 서열 10위이하의 악마들은 본능적으로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

덜그럭!

갑작스럽게 아가레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느라 의자가 밀려 땅바닥에 떨어지며 화려한 소리를 내었다. 악마들의 시선이 한 번에 아가레스를 향했다.

하지만 아가레스의 흔들리는 시선은 악마들의 귀를 찌르는 목소리의 주인, 솔레노와를 향해있었다.

“…하, 하.”

루시퍼와 힘의 신랑이를 벌어다 포기한 솔레노와의 시선이 아가레스와 마주쳤다. 솔레노와는 어색하게 웃으며 아가레스와 아스모데우스의 시선을 피하며 루시퍼를 노려보았다.

“오랜만이네요.”

그러던가 루시퍼는 자신에 회의장의 자리에 솔레노와를 앉혀놓고 자신은 그뒤로 서서 허리숙여 솔레노와의 머리위에 손을 언고 그위에 턱을 언졌다.

“다들 회의가 시작하기 전에 소개할 분이 계십니다.”

루시퍼의 말에 솔레노와에게 악마들의 시선이 집중
되었다. 대다수의 악마가 솔레노와에게 알 수 없는 호감과 친근감을 느끼며 그를 바라보았다.

솔레노와는 속으로 쌍욕을 했다.

루시퍼 이 개미친 또라새끼.

언어학의 악마, 아가레스는 상황을 살피다 들려오는 참신한 욕에 웃음을 터트리다 손을 막아 입을 막으며 참았다. 솔레노와는 지금 누굴 욕하고 있는지 알고 욕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과 다행이도 그는 악마들에게 호감을 사는 특이한 힘이있는 것 같아 마음속으로 안심했다.

“이 분이 바로 검은 태양의 성왕(聖王)이십시다. 마
계를 구원하실 구원자이십니다.”

“…뭐?”

반문하는 솔레노와의 말은 무시하며 루시퍼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싱그럽게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

“비록 인간을 모습을 하고 계시지만 저보다 강하신
분이니 모두 예를 갖추길 바랄게요.”

…무슨 헛소리니? 난 아직까지 너 보다 강한 사람, 은 아니지만 강한 악마는 본적이 없단다? 너 지옥 오자마자 여기 제패했다면서? 그럼 원래 1인자였던 사탄도 때려잡은 거잖아. 나 사탄 못 때려잡아.

“그는 우리를 구월할 자이니 왕의 지위와 검은 태양의 성왕이라는 이명을 내립니다.”

이제 제발 그만하라는 눈으로 솔라노와는 간절하게 루시퍼를 올려다보았지만 루시퍼는 가볍게 윙크하며 말을 이었다.

“불만있으면 저랑 싸우셔서 마신하시면 됩니다.”

…좋아. 그렇단 말이지?

널 친구라고 생각했었던 내가 바보였어. 이 미친 또 라이가 내 마지막을 함께해 줬다니. 신이시여 차라리 당신 앞에서 죽이지 그랬습니까.

“…푸흡.”

저 놈의 아가레스 녀석은 부도덕한 표현을 관장하는 언어학의 악마다보니 다 들리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웃기만 하고 전혀 도와주질 않는다.

…널 그렇게 키운 기억은 없단다.

역시 내 편은 아스모데우…스?

아스모데우스를 바라보자 그녀는 눈을 빛내며 중얼
거리고 있었다.

“…검은…태양의 성왕, 검은.”

....세상은 혼자사는 것이랫다. 아들, 딸 다 키워봤자 소용없다더니 옛 지인들의 말들 중 역시 틀린말은 없었다.

솔레노와는 포기하기로 했다. 일단 루시퍼와 싸워서 이길 자신도 없었고 지금 아니라고 해봤자 분위기만 싸해질 것 같았다.

‘지위도 있으면 좋은거지.’

…비록 마계의 신분은 자작, 백작, 후작, 공작, 대공, 왕, 마신 순으로 내가 유일한 마계의 왕이 되었지만 나쁜것은 없었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보는 아이들과 친우의 모습을 더 눈에 담아가고 싶었다.

“…응?”

그런데 어디서 싸한 시선과 함께 살기가 느껴졌다.

살기의 방향을 쫒아가보니 오랜만에 보는 아이가 있었다.

…바알.

솔레노와를 개처럼 졸졸 쫒아다니며 떨어지기 싫어했었던 죽는 순간에 떠오른 소중한 그의 아이들중 하나였다.

그때와는 다르게 밤색의 긴 머리카락은 한쪽을 가지런히 묶어져 있었고 피부색도 더 짙어져 있었다. 루시퍼와는 다른 호박색의 샛노란 눈동자가 살기를 삼고 섬뜩하게 빛난다고 생각하는 순간.

날카로운 샛노란 번개가 순식간에 솔레노와를 향해서 날아왔다. 검은 불의 힘을 일으켜 막으려 하기도 전에 4쌍의 검은 날개가 솔레노와를 깜싸며 보호했다.

파지지지직!

번개는 검은 날개를 태울듯이, 반항하듯이 거칠었다. 그에 루시퍼의 표정이 굳었다.

아가레스와 아스모데우스는 그를 보호하듯이 그의 앞에서 눈앞의 존재, 바알의 향해 분노를 드러내었다.

그 순간 짐승을 괴성이 들려왔다.

“크와아악!”

붉은 개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사탄은 거대한 개의 모습을 한 괴물로 변해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앞발로 바알을 짖뭉겠다.

그리고 짐승의 목소리로 말하며 낮게 경고했다.

“바알, 내가 아무리 널 좋아해도 그를, 성왕을 건드리는 것은 용서하지 않겠다.”

그때 사탄은 처음으로 보았다. 무뚝뚝하고 항상 무표정이었던 바알의 얼굴에 삐뚤어진, 비웃음이 담긴 웃음을.

그리고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말했다.

그를 기억하지도 못한 주제에.

“…뭐?”

그에 사탄은 당황했다. 본능이 그를 지키라고 그의 존재를 위협하는 존재를 막아서라고 했기에 처음보는 인간을 지키려고 하였다. 그런데 기억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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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0-24 18:40 | 조회 : 1,009 목록
작가의 말
블래티

여기까지 왔는가? 용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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