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빙의당했다



"하아...윽."

온 몸이 아프다. 이유는 모르겠고, 눈 조차 뜨질 못하겠다. 그저 늘 그렇듯 잠을 청했고 깨어났을 뿐인데, 뭐가 문제였을까. 귓가에 들리는 곧 꺼질듯 얇은 신음소리가 내 목소리일까?

"흐, 으...말도, 안...ㄷ....."

내 목소리는 절대 저렇치 않다. 그때, 서서히 고통이 덜해진다 싶더니, 그제야 눈이 떠진다. 고개를 믿으로 숙이고 있었는지 머리키락이 내 다리를 덮고 있었...

"말도...말도 안돼."

내 머리카락은 이렇게 길지도, 새하얗지도 않았다. 머리카락을 부여잡은 손 마저도 희고 가느다랗다. 여리여리한 손목은 쉽게 부숴질듯햇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피니 왠 동굴의 안쪽인것 같다.

"거울...은 없겠지."

임시방편으로 얼굴을 쓰다듬었다. 살짝 쳐진듯한 눈꼬리, 오똑한 콧날과 말랑한 입술이 느껴졌다. 피부는 아이의 그것처럼 보드라웠다. 귀는, 귀는...

"뾰족해...?"

가로로 뾰족한 두 귀는 절대 인간의 귀가 아니었다. 내가 알기론 이런 귀를 가진건 엘프 뿐이지만, 엘프라니! 판타지 소설도 아니...어라. 응? 설마?

새하얀 머리카락의 엘프, 온 몸이 부숴지는 듯헸던 아픔, 동굴의 안쪽...

"가방, 가방 안에는?"

근처에 있던 가죽 가방을 뒤지니, 푸른 기운이 일렁이는 새하얀 구슬이 나왔다.

"허...이거 진짠가?"

꿀꺽, 침이 넘어갔다. 이 구슬까지 있다면, 그리고 내가 생각한게 맞다면, 이 곳은 내가 읽었던 판타지 소설 속인거다! 그것도 가장 첫 장면, 죽어가는 엘프가 주인공한테 기연을 준 그 장면의 엘프!

"이런 씨....나 죽는거야?"

이 엘프 구슬 주자마자 죽는걸. 구슬...아, 구슬 능력이 뭐였더라. 그래 절대 안죽는 불사였...

"내가 먹으면 되겠네."

이 구슬 덕분에 주인공은 몇번이고 살아나지만 알게 뭔가. 애초에 난 그 소설을 읽다 말아서 내용도 잘 기억이 안나고 주인공 이름이나 다른 캐릭터 이름도 딱히 기억 안난단 말이다.

"먹자."

주인공이 없으면 멸망하지만 내가 도와주면 되잖아? 애초에 이 구슬이 있는 것도 죽지 말라는 건데, 위험할때마다 내가 대신 죽으면 되지. 어차피 이거 죽지만 않을 뿐이지 아프긴 그대로 아프니까. 내가 겪었던 고통만큼 아플것 같진 않다.

구슬을 삼키고 눈을 감았다. 고통은 뭐, 주인공 기연 몇 개 뺏어먹으면 되겠지. 끝까지 못봤다는게 아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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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9-21 16:52 | 조회 : 2,725 목록
작가의 말
11月

심심풀이 소설입니다. 나머지 소설들은 모든 시험이 끝났을 때 연재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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