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사람은 누구나, 누구든 빈 곳을 보면 채우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그것은 내면의, 그러니까 마음에도 포함되는데
어떤 감정이든. 분노든, 기쁨이든, 행복이든, 슬픔이든, 증오나 질투든
무언가를 그곳에 채워넣으면 그때부터 전폭적인 에너지를 얻어
움직이는 것을 상상한다.
예를 들어 분노와 복수만 생각하고 살다가 그게 다 이뤄지면
자기의 존재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것처럼.
그 빈자리를 다시 채우지 못하는 것처럼.
그런 에너지로부터 오는 느낌과 감정, 그런 거를 느껴보고 싶다.
그 감정이 뭐가 되었든.
다른 이물질조차, 원래 다른 것들은 없었다는 듯이
깨끗한 내 구멍에 뭐라도 채워 나를 그것에 빠져 움직이게 만들 무언가.
그게 너무도 필요하다고 느끼는데 암만 해도 들어오질 않는다.
그 무언가.
내겐 어떤 일이든 쉽게 사라지는, 지나고 나면 제대로 흔적도 남지 않는
그 감정의 찌끄레기들을 추억하기는 어렵다.
언제부터 그랬을까.
분명 나도 어릴 때, 지금도 어리지만 더 어릴 때는
그런 기억들을 곧잘 추억하고 힘껏 웃을 수 있고 목놓아 슬퍼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런 것마저 현재가 아니면 금방 사라져 버린다.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들도 원래 이런게 아닌가 싶고.
점점 뭘 원하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유난 떠는 것도 같고.

참 고 작은 틈 하나 메우기 더럽게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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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1-28 14:39 | 조회 : 785 목록
작가의 말
thffhepd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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