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_ 세상에 우연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해하신다면 내용이 잔혹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주의해 주세요!









“꺅―!!”
“어머니――!!!!”


검은 두건을 뒤집어 쓴 한 사람이 정원에 침입했다. 테라스에 앉아 평화로운 티타임을 갖고 있던 두 사람은 그런 자객의 타겟이 되었다.
자객은 자신과 가까이 있던 한 여자를 붙잡아 그 목에 단도를 들이댔다. 그것을 바라보는 소년의 안색은 점점 창백해져 갔다. 그런 소년을 주시하던 자객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여자의 목에 단도를 내리꽂았다.


“안 돼―!!! 어머니―!!!!!”
“끄…윽……”


더 이상 마음대로 소리도 지르지 못하는 여자였다. 목에서는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자객은 이내 붙잡고 있던 여자의 팔을 놓았다. 그러자 여자의 몸은 힘없이 무너졌다.

형형색색의 정원은 점점 붉은 빛깔로 물들어 갔다.

소년은 그런 여자를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내뱉었다. 갑작스러운 일에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듯했다.
그런 소년에게 쐐기를 박아주기라도 하는 듯, 자객은 여자의 심장을 향해 단도를 내리꽂았다. 그러자 약간의 움찔거림을 보이던 여자의 몸짓도 점점 잦아드는 듯했다. 그런 장면은 생생히 지켜보던 소년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른다.


“으아… 아… 아아악―!!!”
“….”
“아악―!!!!”


그런 소년을 멍하니 주시하는 자객이었다. 그러고는 주변에서 무언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자객은 재빨리 정원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그러고 기사들이 찾아온 것은 매우 짧은 시간이 지나고 난 후였다.
한 폭의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다. 아무런 지혈도 없이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한 여자와 그 여자에게서 멀찍이 떨어진 채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는 소년이었다. 기사들은 자객의 침입을 알아채고 자객을 쫓을 무리와 상황을 조사할 무리로 나누어졌다. 그러고 몇몇은 소년과 여자를 끌고 궁의에게 데려갔다.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한 자객의 침입으로 황제의 후궁인 ‘리스 리오’가 생명에 지장이 갈 정도의 중상을 입었다. 그러나 그 자객의 출처는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 그런 ‘리스 리오’의 아들인 ‘루리엔 리오’ 또한 이 사건의 실마리를 알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오히려 그는 그 사건의 후유증으로 약간의 정신적 이상을 보이기도 하였다고 한다.



“루리엔 님… 제발… 벌써 나흘째입니다. 이러다간 루리엔 님만 힘들어져요―!”


밤새도록 자신의 어머니를 간호하는 소년이었다. 그런 소년을 보다 못한 시종이 나서 만류해 보지만, 소년은 끄떡도 하지 않는 듯했다. 그 날의 죄책감 때문인지, 소년은 어머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다.


“루리엔 님… 제발… 제발 부탁이에요… 리스 님이 깨어나셔서 루리엔 님이 이러고 계셨다는 걸 아시게 된다면 얼마나 상심이 크시겠어요… 네?”


울면서 매달려 보아도, 애원을 해 보아도, 루리엔은 요지부동이었다. 모두가 그런 루리엔을 안타깝게 여겼다.
그 사건에 얼마나 상심이 컸을까. 자신의 무력함이 그토록 원망스러웠던 적은 생애 처음이었을 것이다. 루리엔은 오로지 글만은 배운 자신을 원망했다.


그렇게 딱 닷새가 되던 날, 점점 호전되고 있던 ‘리스 리오’가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숨결이 끊긴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졸음을 참지 못하고 살짝 졸던 루리엔이 잠에서 깨어나 ‘리스 리오’의 죽음과 마주하여 미친 듯이 소리를 지름으로써 알려진 것이다.
더 이상 살아있는 존재가 아닌, ''리스 리오‘의 시신을 들고 가려는 기사들에게 달려드는 루리엔이었다. 거의 발작을 일으키는 수준이었다.

한 기사가 루리엔을 기절시킴으로써 이러한 사단은 중단되었다. 쓰러지면서도 어머니를 애타게 부르는 루리엔이었다.

그렇게 루리엔이 쓰러진 지 사흘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사람들은 사흘이라는 시간 동안 루리엔 스스로 안정적인 상태에 접어들고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내걸었다. 하지만 루리엔은 그런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제 스스로 자신의 기억을 지워버린 것이다.
하지만 완벽히 지워낸 것도 아니었다. 가끔씩 드문드문 수면 위로 떠오르는 기억에 가끔 발작을 일으키는 루리엔이었다. 사람들은 루리엔을 병자 취급하여 주기적으로 궁의를 불러 나아지게끔 하였다.

아니, 궁의보다도 그런 루리엔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간 사람이 ‘크리엔 칸 리오’였다. ‘리스 리오’의 죽음 이후로 선대 황제는 물러가고, 새로이 황위에 오른 이였다.


“그대가 루리엔 리오인가?”
“……누구…”
“짐은 크리엔 칸 리오다. 그대가 그 ‘리스 리오’의 입궐하기 전의 아들이구나.”
“리스… 리오…?”


크리엔의 말에 루리엔이 벌벌 떠는 기색이 역력했다. 평정심을 갖고 있던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들리는 어머니의 이름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었다.
크리엔은 그런 루리엔을 바라보며 씩― 웃어 보인다.


“그래. 그대의 어머니지.”


순식간에 앞뒤가 끊어진 기억들이 되살아남을 느낀다. 루리엔은 강렬한 충격에 헛구역질을 내뱉는다. 두려워하는 기색이었다. 크리엔은 그런 루리엔에게 다가가 껴안는다.


“루리엔―”
“크으…윽… 끅…… 흐윽…”
“괜찮아. 모든 게 꿈이었던 거야.”


두려움에 몸서리치는 루리엔을 꽉 껴안고 토닥이는 크리엔이었다.
천천히 심호흡을 해 보라며 알려주는 크리엔의 모습에 루리엔은 조금씩 크리엔을 따라 심호흡을 해 보았다. 그러자 떨림이 잦아져 갔다.
그런 루리엔의 모습에 크리엔의 눈이 가늘어졌다.


“모든 게 꿈인 거야.”
“후…우… 흐으……”
“너를 지키려다가 죽어버린 ‘리스 리오’와… 그녀를 ‘지키지 못한 너’도, 그 모든 게 꿈이었던 거야.”


서로를 꽉 껴안은 채 루리엔의 귓가에 나직이 속삭이는 크리엔이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루리엔은 서서히 평정심을 되찾아 갔다. 초점이 흐릿했던 루리엔의 눈은 점점 뚜렷한 윤곽을 그렸다.

두 눈이 마주친다.


“……여기는…”
“루리엔―”


주위를 둘러 보던 루리엔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크리엔의 부름이었다. 익숙한 따스한 목소리에 서서히 크리엔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루리엔은 크리엔의 따스한 품을 인지할 수 있었다.


“크리엔………”
“오늘도 악몽을 꾼 건가―”


다정하고 따스한 크리엔의 미소에 루리엔은 곧장 긴장을 풀었다. 축 늘어진 채 크리엔의 품을 파고들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크리엔과 눈을 마주하였다. 그러자 크리엔이 다정히 웃어 보였다.


“이제 조금 진정이 되었나?”


크리엔의 따스한 음성에 루리엔은 그의 허리를 꽉 끌어안아 보였다. 가슴팍에 기대어진 탓에 조용히 크리엔의 웃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했다.


“그래…. 너는 짐에게 있어서 유일한 별이다.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단다….”


루리엔이 보지 못한 이면의 미소를 품은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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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5-19 19:41 | 조회 : 1,953 목록
작가의 말
자낳괴

이렇게 프롤로그와 연결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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