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앞뒤가 끊어진 기억들이 되살아남과 동시에 심한 구역질이 올라왔다.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한 치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둡고 습한, 명백한 불안감이었다. 누군가의 시선이 나를 붙잡는다.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나는 낭떠러지를 코앞에 두고, 그렇게 서 있다.

그렇게 계속 서 있으면, 해가 뜨기 마련이었다. 빛은 나에게로 다가온다. 나의 손을 맞잡고, 길을 인도한다. 그는 안도의 웃음을,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렇게 둘은 환하게 어우러진다. 우리는 하나다.


“루리엔―”


그는 나에게 있어서 단 하나의 빛이다. 나의 안식처다. 그의 부름은 늘 따스한 품과 함께 다가왔다. 그의 가슴팍에 머리를 기대면, 복잡했던 머릿속은 늘 안정을 되찾게 된다. 원인도 모를 눈물 또한 다시 마음 속 깊은 곳으로 쏙 들어가고 만다. 그는 나의 안정제이다.

그의 품은 너무나도 따스하다. 그렇기에 조그마한 눈송이도 그의 품에서는 삽시간에 흔적도 없이 집어삼켜질 것이다. 물방울의 자리도 내어주지 않은 채로 말이다.


“크리엔……….”
“오늘도 악몽을 꾼 건가―”


늘 나보다도 마음을 써주는 사람이다. 내 잠자리가 곧바로 그의 잠자리였고, 내가 꾸는 꿈이 바로 그가 꾸는 꿈이었다. 그렇게 나는 그 날을 기점으로 그에게 의존하게 되었다. 아니, ‘그에게’라는 표현은 너무나도 선택적이다. 정정하자면, 나에게 선택권이라고는 그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나의 인생의 테두리에는 그가 존재한다.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마주하였다. 그러자 깊은 동공이 보였다. 마치 나를 심해 속으로 끌어당기는 듯했다. 그러고는 나를 향해 다정히 웃어 보인다.


“이제 조금 진정이 되었나?”


그의 웃음은 너무나도 미세하고 섬세하다. 그렇기에 어렸을 적부터 그와 함께 지내온 나만이 그의 미소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좋다. 나만이 알 수 있는 미소를 자아내는 그가 사무치게 좋았다.

조금 더 그의 허리를 꽉 끌어안아 보았다. 기대어진 탓에 조용히 그의 목을 울리는 웃음소리마저 들려오는 듯했다.


“그래…. 너는 짐에게 있어서 유일한 별이다.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단다….”


그 말과 함께 그는 나의 이마에 조용히 자신의 입술을 갖다 댄다. 그 근원지를 탐하기 위해 머리를 비비자 그가 목 안에서 낮게 웃어 보였다. 나의 소망을 알아챈 듯, 나의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그의 입술이 머문 자리를 그대로 유지케 하였다.

밀려오는 수마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나는 그렇게 달콤하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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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5-11 23:30 | 조회 : 2,098 목록
작가의 말
자낳괴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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