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언덕위에 괴물

내가 뭘 들은 거지..? 뭔가...아주 익숙한 목소리였는데...
그렇게 기억을 더듬으며 천천히.. 천천히 소리의 발원지를 찾아 눈동자를 굴려보며 주위를 살피니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지금까지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이곳의 색과 확연히 다른 색이 있었는데도...

그건 검고 파란머리를 나부끼며 두둑, 하고 손을 풀고있었다. 그의 주위에는 빨간피가 웅덩이로 고여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몸에는 피가 묻어있지 않았다. 대신 여러군데, 살짝 씩 긁힌 상흔만 남아있을뿐... 그마저도 빨간피가 아닌 파란액체가 상처틈으로 살짝 흘러나올 뿐이였다.

"너어..."

무심결에 소리내어 말할 뻔했다.
서둘러 입을 닫았다. 다행히 아무도 듣지 못한듯 하다. 여기서 섣불리 나서는 행위는 죽음만 자초할 뿐이라고 영화적 지식으로 잘 알고있다. 지금으로선 상황판단이 더 우선이겠지... 슬쩍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진짜로 아무도 안오는건 아니겠지...

"진짜 끈질겨, 그 제로난지 뭔지 같은거 나 진짜로 모른다니깐~"

순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그의 표정이 지금 상황과는 대조되어 험악한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이런걸 살기? 카리스마? 뭐라 하더라... 그래, 위압감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아프지도 않는거 치우고! 어제는 당황해서 당했었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을것 같은데?"

"크흐흐.. 그렇네요, 어제는 정말 운이 좋았나보군요. 내 대원들이 이렇게나 맥을 못추리다니, 역시 하등 쓸모없는 것들..."

연구가운을 입은 남자는 자신의 주위를 애워싼 사람들을 혐오의 눈초리로 힐끔 보고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총을 철컥하고 재장전했다.

"후후, 그런데 언제까지 그렇게 여유로울까요~?
제가 당신에 대한 정보하나 없이 이렇게 찾아왔다곤 생각안하겠죠?"

"엉?"

"제가 설마 호구조사없이 이렇게 왔을까봐요? 당신, 참 기구한 인생을 보냈던데요?"

"? 그게 뭔데 "

"발뺌인가요? 저는 다 안다구요, 어쩜...당신의 약점까지도 다!"

"내 약점? 그런게 있었나? 근데 그런걸 알면서도 이렇게 당하다니 진짜 굼뜨긴 굼뜬가봐? 아님 허세야?"

그가 그렇게 말하자 연구가운을 입은 남자의 눈썹이 한순간 꿈틀했다. 그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지만 당황한듯 이마에서부터 콧등까지 길게 땀이 배어나왔다.

"우후후... 전략적 후퇴, 또는 패배라는 말이 있죠, 제 방침과는 현저히 다르지만 네에.. 역시 보험을 들어두면 나쁠게 없었네요, 패배는 성공의 어머니.. 랄까요?"

연구가운의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재장전했던 총을 그에게로 겨눴다.

"바보야? 그런건 안통한다고"

「파앙-」

총이 발사되고 나는 한순간 눈을 감았다.
그러고 다시 떠보니 무슨일이 있었냐는 듯 총이 겨눠졌던 그는 멀쩡히 팔짱끼며 서있다.

"그러니까 안통한데도, 이제 슬슬 지루한데? 여기 이게 다야? ...흠... 이상하다 분명 듣기엔 더 많이 왔던것 같은데 말야... "

여유롭게 총알을 피한듯, 그는 하품을 하다가 주위를 슬쩍 흘겨보았다. 그러다 내가 숨어있는 수풀에 시선이 왔다.
-무..뭐야 날 보는건 아니겠지...?-
하지만 그는 아무일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잠깐, 왜 안도한거지..?

"정말로 그게 끝이라고 생각하나요? 저희가 여기와서 몇시간 대기하셨는지 세어 보셨나요?"

"그런거 내가 어떻게 알아"

"그럼요~ 당신은 시간 감각도 못느끼는 미련한 자이니까, 여기 이게 뭐인줄 아세요? 시계예요 시계, 당신같은 야만인은 어떻게 보는지 조차 모르는거 말이에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한쪽 소매를 들어보여 자신이 찬 시계를 보여주었다. 시계는 은빛으로 도광한듯 빛나고 있었고 일반 시계보다 두꺼워보였다.

"흥, 그런거 몰라도 상관없어, 요~만큼도"

그는 유치하게 손가락으로 작은 구멍을 만들어서 "이만큼이라고 이만큼" 하며 툴툴대고 있었다.

그러는사이 연구가운을 입은 남자가 시계를 뚫어져라 보고있었다. 시간을 지는건가? 관심에서 벗어난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연구가운의 남자를 쳐다보았지만 남자는 그럼에도 계속 시계를 보다가 고개를 들어 그를 다시 쳐다보았다.

"음... 지루했다고 말 안했던가? 이제 배고픈것도 아무래도 좋으니까 그냥 사라져줬으면 좋겠는데"

"좋아요, 사라져드리죠"

"진짜?"

흔쾌히 들려오는 연구가운의 남자의 목소리.
아니, 아무리봐도 아니잖아! 거기에 속아넘어가지 말라고..!

"대신 사라지는 쪽은 저희가 아니고 당신이지만요"

하?
그순간 연구가운을 입은 남자가 손가락을 튕긴다.
그러자 그의 뒤에서 무언가 바람이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본능적으로 몸을 옆으로 기울여 그것을 피했다. 이게 어디서 온거지? 하는 표정으로

"설마 진짜로 무의미 하게 쐈다고 생각하신건가요?"

".....!"

피했던것이 다시 돌아서 그에게로 향한다. 이제 육안으로 확인할수 있게되었다. 저것의 정체는 「총알」 이였다. 원격으로 조종하고 있는것 처럼 끈질기게 그에게로 날아갔다. 그는 약간 당황하는듯 했지만 그 날아오는 총알을 피해 직진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달려가고 있는 방향은....
"뭐야, 왜 나한테와?!"

그는 직진으로 가고 있다.
내가 숨어있는 숲쪽으로...

-잠깐 여기로 오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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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18 03:19 | 조회 : 1,103 목록
작가의 말
Nf엔프

배고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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