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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이 잠들었을 법한 시간인 새벽 4시 28분.
하지만 오늘부터 이 소설의 주인공이 될 남자의 방은 가느다란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형광등의 빛이 아닌 컴퓨터로 인한 모니터의 빛이였다.

남자들의 가족들이 보면 미쳤다면서 자라고 닦달을 했겠지만, 지금 이 시간에는 그의 가족들마저 잠들어있었기에 이렇게 컴퓨터를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남자가 지금 무얼 하느냐 가르쳐 주자면, 현재는 3기가 완결 난 쿠로코의 농구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는 만화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남자가 지금까지 말을 자지 않고 쿠로코의 농구를 보고 있었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기꺼이 답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남자는 오늘..아니, 어제 오후 12시에 그의 여자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나갈 채비를 하고 약속 장소인 카페로 들어가 여자 친구를 기다렸었다.
남자의 앞자리에 앉은 소년의 여자 친구는 왠지 모르게 심각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봤었다.
그리고 그녀가 말하길,

“나 다른 남자생겼어.”

남자는 그 말에 많이 당황했었다.
오늘로 1000일째였으며, 그녀를 위해 이벤트까지 손수 준비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구질구질한 건 알지만, 그 상대가 누군지는 알아야 했기에 물어봤었다.
하지만 남자는 그 질문을 하지 말아야했다.
여자 친구가 다른 남자가 생겼다며 그에게 내민 핸드폰 안에 있는 사진은 정말 충격일 수밖에 없는 사진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녀가 보여준 사진에는 실제 사람이 아닌 만화 속의 인물이였기 때문 이였다.

“지금 너 고작 이 캐릭터 때문에 나랑 헤어지자는 거야?”

고작이라는 말에 화가 났는지 그녀는 남자의 뺨을 때리고서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카페를 나가버렸었다.
남자는 여자 친구가 만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 일 줄을 몰랐던 것이다.
그녀가 늘 데이트 중에 쿠로코라는 말을 자주 했었다.
아마 그녀가 보여줬던 하늘색 머리의 소년은 쿠로코라는 인물일 가능성이 컸기에, 남자는 당장에 그 쿠로코라는 단어를 쳐봤었다.
검색결과로 나온 것은 쿠로코의 농구라는 것 이였고, 이 쿠로코의 농구라는 것이 만화의 제목일 것이다.

"그깟 만화가 뭐라고."

집에가자마자 그 쿠로코의 농구라는 것을 1기부터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계속 보다보니, 3기까지 보게 됬고, 지금의 이 시각까지 보게 된 것이였다.
만화를 보다보니 느낀 것이였지만, 아무리봐도 여자 친구와 헤어진 것이 만화 때문이라는 사실에 너무 화가 났다.

"망할! 내가 뭐가 부족해서 이딴 만화때문에 헤어져야되냐고!"

자신의 나이는 23살, 여자친구의 나이는 21살.
그리고 이 만화의 주인공이라던 쿠로코 테츠야는 17살.

"현실이였으면, 범죄야 이 여자야!"

낮부터 화를 내서 그런걸까, 정신적 피로감이 너무 컸다.
남자는 만화를 다 보고서 이불 속에서 이불 킥까지 하면서 화를 내다 잠들어버렸다.

***

아침인 듯한 햇살이 따갑게 얼굴을 비췄다.
어젯밤에 너무 열심히 화를 내면서 만화를 본 것 때문일까 아직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끼익-, 하고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엄마가 올라온 건가 하고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아무런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이건 시간차 공격이였다.
내 몸 위로 느껴지는 무게감은 사람인 것이 확실했으나, 그로 인해 잠이 깬건 사실이였기에 눈이 번쩍 떠졌다.

"어라, 일어났네여? 쿠로콧치 봤슴까? 제 공격의 위력임다! 후훗."

뭔가 이 익숙한 목소리는 새벽까지 봤던 만화의 기적의 세대라는 사람들 중 한 명인 키세 료타였다.

"뭐? 쿠로코?!"

갑자기 일어난 탓인지, 내 몸위에 있던 키세 료타는 그대로 굴러 떨어져버렸다.
그런 키세에게 눈길조차 줄 틈도 없이, 쿠로코를 바라봤다.
분명 달라진 것은 없지만..아니, 달라진 것은 있었다.
2D에서 3D로 바뀌었다는 점일까.
내 샤우팅에 놀란 쿠로코라는 놈은 잠시 놀랐는지 눈을 크게 떴다가 감정을 추스리고 나를 바라봤다.

"네, 키세군을 따라서 형을 깨우러 올라왔습니다. 몇 번을 깨워도 안일어나기에 키세군이...희생..됬네요."

측은한 눈빛으로 키세를 바라보는 쿠로코.
키세고 뭐고, 지금은 내 복수를.
아니, 것보다 형?
아니 더 중요한 걸 잊고 있었는데 말이야.
왜 이 새끼들이 여기 있죠?
아 꿈이구나.
그렇구나.
이제 나는 일어나세요, 용사여. 를 들으면서 깨면 되는건가.

아, 그러고 보니 아까 통증이 느껴졌는데.
그러면 꿈이 아니라는 거네?
미친?
신이 절 버렸어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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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1-13 21:03 | 조회 : 1,767 목록
작가의 말
Haen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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