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BL ] 너랑 나의 거리 딱 여기까지 1 ( 대학물 )


" 우리 헤어지자. "

여자는 남자에게 이별을 선언하였다. 남자는 그 상태로 굳어져서, 벙 찐채로 여자를 바라보았다.

" 주민아, 그...혹시...아,아냐. 알겠어. "

남자는 말을 하려다 말았다. 지금 그 상황에서 그 어떤말을 해도 결과는 변하지 않을걸 이미 알아챘기 때문일까, 말 대신 한숨만 푹 쉴 뿐이었다. 사랑했던 사이인 남자와 여자는 한순간에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었다. 서로 인사조차 어색해하게 될 사이가 되었다. 어쩌면, 이미 오래전부터 사랑했던 사이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여자는 쓴 웃음을 지으며 뒤돌아 걸어갔다. 남자는 여자의 뒷모습 마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머물다 이내 다시 자신이 온 길을 되돌아 갔다.


" 서진아아아아아... 형 아직 걔 많이 좋아하는데.... 어떡하지?... "

" 형 거기 저 없어요... "

방금 막 헤어진 남자, 동그란 금테 안경 뒤로 충혈된 날카로운 눈이 비치는 민혁은 텅빈 유리잔에 맥주를 따르고, 마시기를 반복하였다. 그 옆에서 안쓰럽게 쳐다보는 키크고 눈매가 순해 멍멍이 같은 남자, 서진은 민혁이 술을 마실 때 마다 옆에서 안주를 하나씩 먹이고 있었다.

" 형 진짜 미안한데요... 저 내일 오전 수업 있는데... "

" 넌 오전 수업이 그리도 중요하냐? 형이 많이 힘들어어어 "

" 네 존나 중요해요 "

꿍얼꿍얼, 이내 테이블에 얼굴을 파묻고는 불만을 내뱉는다. 서진은 한숨을 푹, 쉬며 비어있는 민혁의 잔에 다시 술을 채워준다.

" 아 형 제발 자요... "

" 이제 잊어야겠지...? 그렇겠지...? "

" 아 제발... "

한숨을 푹 쉬더니 서진은 자신의 잔에 맥주를 채워 넣는다. 한모금, 한모금 벌컥벌컥 마시며 민혁의 등을 두드려주고, 또 민혁의 입에 간간히 안주를 넣어 주며 민혁의 꿍얼거림에 대답을 해주고선 취침을 권유하였다. 그렇지만 애석하게도 민혁은 쉽게 잠들 수 없었다.


" 걔가 나쁜 녀석은 아닌데... 걔 생각보다 마음이 약한애인데... "

" 선배... 괜찮아요? "

방금 이별을 선언한 여자, 투블럭을 한 숏컷에 편한 복장을 입고 있는 주민은 벤치에 앉아 캔맥주를 거침없이 들이켰다. 그 옆의 어깨까지 오는 길이의 머리카락을 지닌 주민에 비해 작은 체구를 지닌 여자, 연은 주민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다.

" 아아악... 어떡하냐... 진짜... "

" 선배 안주도 먹어야 속 안상해요... 안주 좀 먹어요... "

" 아냐... 안죽어... 지금 머리가 너무 복잡해... "

" 아 그새끼 죽일까 진짜... "

낮고 조용히 읊조렸다. 다행히 주민은 이미 충분히 만취하여 자신이 뭐라고 말하는지 조차 잘 모르겠는 지경이라, 연이 작게 말한 말들은 모두 입을 벙긋벙긋 거리는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주민은 연의 볼을 주욱, 잡아당기며 머리를 쓰담쓰담, 부드럽게 쓰다듬는다기 보다는 헝클어트린다는 느낌으로 이리저리 쓰다듬었다.

" 너 나한테 험한말 할래~? "

" 서,선배한테 험한말을 왜 해요~! 예쁜 말 고운 말 다 해줘도 모자란데. "

" 그럼 됐고~ 너 근데 내일 수업 없어? 나랑 이렇게 놀아도 돼? "

" 오전 수업 있긴 한데, 선배를 위해서라면 안가도 상관 없어요. "

주민은 마시고 있던 맥주를 뿜을 뻔, 했으나 간신히 삼키고 어이없다는 눈으로 연을 바라보았다. 연은 그게 또 좋다는 듯이 싱글싱글 웃으며 주민을 바라보았다.

" 미쳤어!? 너 내일 오전수업 있다면서 왜 여기서 술마시고 있어?! "

" 선배를 위해서라니까요~ "

" 아 진짜 너 또라이같아. "

" 새삼. "

피식, 서로 웃으며 잠시나마 아까의 아픈 기억을 잊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민은 연에게 어깨를 빌려주고, 연은 그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생글생글 미소를 지었다.


" 형 그러면 있잖아요. "

서진은 낮게, 살짝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 선배...그러면, "

연은 평소같지만, 조금 진지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 저랑 할래요? 연애. "


" ...뭐? "

민혁은 엎드려 있던 자세를 고쳐 앉고, 아까의 찡얼찡얼 대던 목소리에서 평소의 조금 딱딱한 어투로 말했다.

" 당연히 조크죠~ 농담~ 왜이렇게 분위기 가라앉을까~? "

웃으며 넘기는 서진, 민혁도 피식 웃더니 다시 엎드려서 찡얼대기 시작했다. 유독 쓴 술이 서진의 식도를 태우듯이 넘어가고, 서진의 얼굴 또한 쓴맛이 남아있는 채로 애써 웃음 지었다. 과연 그 말을, 그 누가 농담이라고 생각할까.




" ...잠깐, 진심이야? "

연은 싱긋, 하고 아무말 없이 미소 짓더니, 이내 다시 술을 들이켰다. 익숙한 듯한 반응이지만, 그녀 또한 입안에 맴도는 쓴 맛은 없앨 수가 없었다. 주민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화기애애 했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주민과 연의 거리는 더욱 멀어짐을 알리는 상징이기도 하였다.

새벽 1시, 그 들은 이별을 잊어가면서도, 어떤 이들에게 이별을 안겨준 시간이 되었다.


어제의 숙취일까, 이른 아침 강의실로 들어서자마자 연은 두통에 머리를 부여잡았다. 물을 한모금 마시고는 가방에서 필기구를 꺼내던 순간.

삐롱.

' 님ㅁ클ㄹ남 나ㅏ어떠카지ㅣ오늘 수ㅜ업 늦으며ㄴㄴ안돼ㅐ는데ㅔ지ㅣ각할ㄴㄷ듯ㄷ야ㅑ교수님ㅁ아직 안ㄴ들어ㅓ오심? '

수업 시작 3분전, 서진에게서 문자가 한통이 날아왔다. 긴박함을 알리는 수 많은 오타들. 아마도 달리며 쓰고 있을 것이라 추측이 된다. 연은 웃음을 참고서 강의실 문을 한번 쳐다보았다.

' ㄴㄴ 아직 안오심 근데 너 어제 뭐했길래 지금 오냐? '

삐롱.

' 아ㅏ씨ㅣ거의ㅣ다옴ㅁ어ㅓ제ㅔ뭐냐ㅑㅑ민혀기ㅣ형하ㅏ고술ㄹ마ㅏ셔씀 아ㅏ악 '

' 오타 개미쳤네 빨리 와라 2분남음 '

연은 기지개를 한번 켜고, 새벽에 있었던 일들을 다시금 떠올린다. 끼익, 문이 열리고 수업은 1분이 남은 상태.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다행히 서진이었다. 거칠게 숨을 쉬며 들어오는 서진은 머리도 바람에 헝클어지고, 향수와 섞여서 미약한 술 향기가 났다.

" 오, 제시간에 오셨네. "

" 아악 숙취 미쳤어 머리 오지게 아파... "

" 나도 어제 선배랑 술마셨거든? "

" 아, 주민 누나? 너 주민 누나만 선배라 부르더라. "

" 어찌 신성한 이름을 입에 올리겠습니까 "

두 손으로 자신의 볼을 감싸며 황홀하듯이 말하는 연, 그게 익숙한듯 서진은 앉아서 필기구와 책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 야 정신차려라 이제 수업 시작인데 자면 안됨 "

" 연연 개너무해... "

이상한 호칭으로 부르며 서진은 스르륵, 책상위에 엎어진채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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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1-17 23:48 | 조회 : 371 목록
작가의 말
수이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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