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같이 새하얀 피부의 아이가 고운 뺨에 묻힌 핏방울이 자신의 모습을 비추고 있는 전신거울 속에도 투영 됐다. 그 아이의 피부보다 새하얀, 머리카락이 작은 빛에도 반짝거리며 빛났다. 머리카락에 붙어 말라버린 검붉은 피도, 그 아이의 새하얀 옷에도 그가 처해진 상황을 새삼 실감나게 했다.
“아아-깨져버렸네.”
그는 오른손을 들어보았다. 밝은 빛이 감돌고 있지만, 서서히 사라져가는 중이었다. 몇분쯤 그렇게 가만히 있던 그 아이는 뒤돌아보았다.
불현 듯, 깨져버린 건지 혹은 그 조각들이 녹아내린 건지. 그 아이는 생각했다. 아니 그 이전에 두 번째로 유안의 눈에 투명한 눈물이 차오르면서 흘러내렸다. 그 아이의 또렷한 호박색 눈에는 곳곳이 무너져 내린 건물이 들어왔다.
그리고 자신의 눈앞에 죽어있는 남색 머리칼의 아이. 무서운 적막이 결계안의 공간을 빈틈없이 매꾸고도 그를 압도했다.
“하율...”
그러나 그 아이의 얼굴은 다시 차갑게 돌아서 있었다. 조금 전과 다름없는 적막 속에서, 그는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무너져 내렸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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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몇백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렇지만 나의 기억은 변질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달라진 것 같지만 결코 아닌. 그 아이들이 다시-
내 능력은 명확히 기억하고 있다. 이곳으로, 나를 위해 혹은 마지막을 위해.
또는 혼돈을 위해서인가?
난 피식, 하고 습관적으로 가식적인 웃음을 보였다.
그래, 내 뒤에 서있는 이 아이.
“이름은?”
몸을 돌리자 바로 내 앞에, 금색눈의 아이가 서 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덴.”
그 아이도 짧게 대답한다. 다른 말이자 똑같은 의미인 자신의 이름을.
이 아이의 눈을 보자, 기억의 올리스는 내게 고통을 불러왔다.
‘죽여, 이 아이는.’
그것이 내게 명령하며 섬뜩히 속삭였다. 그러나 거부했다.
누군지 똑똑히 알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