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개막




“너희들 중 어느 누구도, 이곳에서 나갈 수 없어.”

영원히.


그들이 유채꽃 밭의 끝에 도착 했을 때쯤, 유안이 선포했다.

‘무언의 빛’에서 빛이 터져 나오며 모두에게 알렸다.


[올리스의 게임을 시작하지]


올리스 아카데미 재학생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미리 공지한 것도 아닌데다 무언의 빛에서 갑자기 나온 선포였기 때문이다. 갑자기 아무런 소식도 없이 게임의 개막이라니 다들 놀랄 만도 했다. 하지만 더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건, 규칙 설명이 시작된 이후였다.

유안의 목소리가 교내에 퍼지기 시작했다.

[올리스의 게임이란, 일종의 대 결투. ‘약한 올리스들을 솎아내기 위한, 수단’이지. 이것은 불시적으로 열리며, 이미......한 차례 시행된 적이 있다.]

‘시행된 적이 있다고?’

율은 빠르게 기억을 뒤졌다. 없다. 그가 읽어본 기록 중에는 그 비슷한 기록조차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나에게는 저 문장이 사이코적으로 들리는 걸까.’

[올리스의 게임의 규칙은 이렇다.

첫째, 게임이 시작되고 난후 만나는 사람과는 무조건 적으로 동맹을 맺거나 결투를 하여 카드를 뺏는 선택지뿐이다. 하지만 잘 생각하기를. 동맹을 맺을 수 있는 인원은 10명으로 한정되어있다. 그러니 신중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

게임의 목적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팀 인원 재한이 있는 이상, 아무래도 강한 올리스들끼리 모일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 다행인건지, 혹은 불행인건지.

굉장히 씁쓸한 생각이었지만, 그의 말은 이어졌다.

[둘째, 그렇게 해서 두 명 이상이 모이게 되면 팀원 중 무작위로 한명에게 ‘판’이 주어진다. 동맹원들 등록 방법은 이렇다. 판에 자신들의 올리스 카드를 등록 시키면 반지로 변환 될 것이다. 그걸 착용하면 된다.

이 부분 까지가 1차전기간동안 해야 될 행동 들이다. 기간은 ‘하루’동안 진행될 것이다. 그럼 반나절 후 시작 하도록 하지. 그때까지 재량 것 노력해 보도록.]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쉼이 이어졌다. 다시 유안이 말을 시작했다.

[그럼 이번엔 2차전 설명이다. 2차전은 전투와 전략 위주가 될 것이다. 덧붙이자면 1차전때 구성했던 팀전 이지. 하지만 2차전은 클리어 조건이 있다. 1차전에서 동맹원들 카드를 등록할 때 사용했던 판을 올리스들의 ‘조각’으로 채우면 된다.

올리스의 조각을 얻는 방법은 카드를 등록했을 때 나왔던 반지를 상대방과의 결투에서 승리하여 얻어내고 그 반지를 판위에 올려놓으면 조각으로 변하는 방식이다.

이번에도 역시 규칙을 설명하겠다. 2차전의 규칙 또한 간단하다.

첫째, 자신의 동맹원이 아니지만, 총 4개의 ‘계’와 12개의 속성 중 자신과 같은 속성의 올리스를 가지고 있다면 무조건 싸워야한다. 이 게임의 목적이 ‘솎아내기’ 라는 점을 명심해라. 이긴 사람에게는 진 사람의 ‘반지’가 변한 올리스의 조각이 주어진다.]

같은 속성의 올리스.

아리엘.

규칙을 듣자마자 그 이름이, 율의 머릿속에서 윙윙 울렸다.

[둘째, 각기 다른 올리스의 조각으로 판을 채워야 한다. 단, 모든 종류의 올리스 조각이 이미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판이 완전히 채워지지 않았다면 같은 종류의 올리스를 넣는 걸 허용한다.

완전히 채워진 ‘판’은 무언의 빛에 가져와야만 한다. 그것이 이 게임의 끝이다.

이상.
첨언하자면, 강한 올리스를 가진 사람일수록, 희기한 속성의 올리스를 가진 사람일수록 조각이 크니 그 점을 잘 이용해 보도록.

그리고 1차전이 시작하면 각기 다른 장소로 이동되니 유의하길 바란다. 그럼 ‘완벽한’올리스의 게임이 되길 바라며.
1차전은 노을이 완전히 진 후 시작한다.]

모두가 위를 올려다봤다. 반나절 후. 지금 머리 꼭대기에 해가 떠 있으니, 노을이 질 때 까지. 주위에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드디어 불쾌한 유안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아른 거린 것 같았던 규칙설명이 끝났다.


//

“요지는, 우리는 무조건 같은 팀이 되어야만 해. 서로를 죽이는 일 따윈 할 수 없잖아?”

레이첼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아엘도 같은 팀으로 만들어야지. 일단 등록을 하고 아엘을 찾으러 다녀야해. 만약 돌아다니다 적당히 강한 올리스 한두 명은 데려와도 좋아. 시간은 하루, 노을이 완전히 질 때 까지. 그 안에 아엘을 못 찾거나 2차전이 시작되고 난후 바로 만나게 되어 버리면 피할 방법이 없어져 버리니까.”

몇 시간 후, 수도 없는 의견이 오고 간 끝에, 회의를 끝내는 레이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까지 정신 놓고 있을 거야. 재량 것 노력 해 보라잖아. 그럼 원하는 데로 해줘야지. 그가 원하는 것이 솎아내기라고? 웃기지 마.”

마지막 말을 내뱉는 목소리는 낮게 깔려, 율에겐 참담한 기분을 안겨줬다.

‘솎아내기.’
4개의 계와 12개의 속성.

올리스는 크게 4가지로 분류하는데, 자연계와 신체계, 정신계 그리고 특수능력계이다. 그리고 가장 많은 자연계는 4원소의 속성들이 대표적으로, 그중 바람의 능력이 나의 능력. -그리고 아엘이 가진 ‘바람을 읽는 힘’

만약 1차전에서 같은 팀이 되지 못한다면, 나는 그 아이를 만나자마자 죽여야 한다.

안돼.

만약 그렇다면 내가...

“율. 정신 놓지 마.”

약간은 긴장된 가온의 목소리에 나는 퍼득 정신을 차렸다. 아, 아직은 모두가 무사하구나.
적어도 아직은 소중한 사람들이 함깨 있을 수 있구나. 그래서 잠시 잊고 있었던 걸, 지금에서야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 곳은 그렇게 상냥한 ‘세계’가 아니라는 걸.

그럼에는 율은, 고개를 들었다. 어느 새 노을이 지고 있는 하늘 반대편에는 옅은 그믐달이 떠 있었다.

오늘 유일하게 빛이 들어선 곳.

“걱정하지 마. 이 세계는 반드시 부서질 테니.”

걱정하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그가 대답했다.
물론 어느 정도 계획이 완성된 이들의 자신감 또한 있었다.


//


반복.

아...이번에도, 일은 반복된다.

그가 처음 돌아온 그 아이들을 보며 느낀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에 연이어 오는 생각은-

이번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라는 단순하고도 끝없는 자조어린 질문이었다.

맥없이 늘어지는 삶과 같이. 그 끝이 없는 생애는 늘 그렇듯이 지쳐갔다. 그럼에도 그의 흥미를 끄는 것이었다. 다만, 그 이유를 아직 모를 뿐.

유안은 의미없어 보이는 생각의 흐름에 회전의자를 빙글, 돌렸다.

‘저번과 같아도 정말 재밌을 거야. 하지만 색다른 결과도 괜찮겠지? 난 이걸 그저 재밌다는 말로 규정할 뿐이지만.’

분명 그 뒤에는 수없는 과거가 있을 터.

이때는 정말 그가 그 자신이 아닌 것처럼 되어 버리는 것만 같다.

이번에도 분명 ‘재밌는’ 결과를 가져다 줄 것 이라고 유안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설령 그것이 그의 종말일지라도. 왜냐하면 그들은 항상 그랬으니까.
유안이 그렇게 믿는 이유는 또한 단순했다.

그는 작게 헛웃음을 터뜨리며 손을 뻗어 푸른빛이 도는 화면을 건드렸다. 그 안에는 금안의 소년이 있었다. 항상.

‘너는 지금 내가 어떤 심정인지 모를 거야. 아마 알려고 하지도 않겠지만. 그래서 난 어쩔 수 없이 기대되. 이번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이번엔 규칙을 좀 더 활용할 수도 있겠지. 이 규칙에는 의외로 허점이 많으니까. 부디 명작이 나오기를.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모든 것을 없앴다.


//


마침내, 끝까지 저항하던 해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며 인위적인 빛만이 남았다.

그 순간, 아카데미 내 모든 학생은 순간이동 되었다. 일정 거리를 두고 무작위로 떨어진 그들 위로, 유안이 목소리가 들려온다.


[올리스의 게임, 1차전을 개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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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3-19 00:01 | 조회 : 943 목록
작가의 말
시연

음.. 뭔가 오랜만인것 같으면서도 아닌것 같은.....느낌 이네요. 남은 올리스도 즐겁게 즐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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