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죽었다. 나는 죽었다. 나 스스로, 죽었다. 하지만 왜, 왜- 어째서 나는 살아있는 거지? 끔찍하다, 더이상 살고 싶지 않아 택했던 죽음이었다. 그들의 폭력이 싫어서, 아픔이 싫어서, 무시가 싫어서. 그들이, 싫어서.

분명히 날카로운 칼날이, 내 손목에 파고들었다. 비릿한 피 냄새와 함께, 나의 촛불도 흐릿하게 꺼져갔다. 하지만 나는 살아있다. 손끝에 생기가 돌았고, 온몸에 온기가 맴돌았다.

끔찍했던 인생을 다시 한 번 겪어야 하나? 또 다시, 아픔을 겪어야 하나? 무서웠다, 온몸이 덜덜 떨려왔다. 몸이, 아픔을 기억하는 것만 같았다. 핑크빛이 감도는 볼 위로,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 아아... 아아아..."

울었다, 목을 놓아 울었다. 눈물은 내 눈앞을 가렸고, 모든 것이 뿌옇게 보였다. 내 인생처럼, 앞길이 보이지 않았다.

"아아, 아아아...아아악!!"

내 위로 덮여져 있는 부드러운 촉감의 이불을 꽉 쥐었다. 이불 위로 눈물이 쉴새 없이 떨어졌고, 이불에 눈물이 점점 스며들어갔다.

그렇게 목 놓아 울기를 몇 분, 문을 쾅- 소리가 나도록 새게 열고는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들어오는 남자가 보였다. 그 남자가 들어오고 나서부터 점점 주위의 것들이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은, 난생 처음보는 남자와, 고풍스러운 느낌의 방과 가구들, 그리고 여러겹의 검은 장막으로 둘러쌓여있는 새하얀 침대.

점점 정신이 돌아왔고, 금새 나는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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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7-12 23:16 | 조회 : 958 목록
작가의 말
노디엘

첫 작입니다! 예쁘게 봐주시고, 봐주시는 여러분 모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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