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풍제월 3화

"화-황제 폐하....고정ㅎ-"

"닥쳐라 청암백작. 주둥아리 터뜨려 버릴거다."

"히-히익......"

청명의 몸 곳곳에서 푸르고 영롱하지만 차가운, 용의 것으로 보여지는 비늘들이 피어나오고 있었다. 덩달아 회의실에는 까딱하다 몸이 베일것만 같은 냉기가 퍼지고 있었다. 백작들은 하나둘씩 회의실에서 뛰쳐나갔다. 그 덕에 회의실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황영, 황월, 청림이였다.

"형님....우리 이러면 안돼. 우리 침착하자..."

청림은 애써 청명을 침착시키려 했지만, '우리'라고 말한걸 보니, 그도 얼마안가 청명처럼 될것 같았다. 청림의 몸도 부들부들 떨며, 평소 보던 그의 포커페이스가 조금씩 금가기 시작했다.

"청명. 정신차려."

".....@#*}~/(%₩{[<&"......"

"하....이리와."

황월은 말없이 청명을 안아주었다. 황월의 몸이 청명의 냉기에 조금씩 얼어붙고 그의 비늘들의 의해 몸에 자잘한 상처가 생겼지만 황월은 묵묵히 참고 그가 진정될때까지 안아주었다. 끝내, 청명은 진정됐지만, 청명은 진정됐으면서도 황월의 손을 꼭 잡아, 회의는 며칠 뒤에 진행되야 됐다.

"너 왜 그런거야?"

"뭐가."

"아까전에 너 완전 용으로 변할것만 같았어."

"......있어..."

"말해줘."

"....그럼 약속해줘."

"무슨 약속인데?"

"내가 왜 화났는지 이유를 들어도. 나 사랑해줘."

"알겠어."

"하....그럼 불꺼줘."

"불은 왜?"

"그야....불이 꺼져서 어두워지면 여기서 무얼 하든지 안 보여지잖아, 안 그래?"

황월은 함숨을 내쉬며 불을 끄러 갔다.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방이 어두워지자, 그것을 시작점을 알리는 신호로 받아드린듯, 청명은 자신의 이야기를 기억에서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우리 어머니, 그러니까 "청화" 황후님은 나와 청린누님이랑 청림이 어릴적에 주흑과 흑제국 사람들의 기생충들에게 감염당하셔서 그만 돌아가셨어. 흑제국 사람들은 죽은 어머니의 시체를 한껏 농락하다 흥미가 떨어졌을때야 어머니의 시체를 우리에게 보냈지. 어머니의 몸은, 정말 끔찍했어. 어머니는 원래 정말 아름다우셨거든? 곱고 흰 피부, 긴 검은 머리에 보석같은 눈. 그런 어머니의 흰 피부는 까맣게 썩은 채, 곳곳에 주흑의 부적들과 구더기같은 벌레들에 의해 야금야금 먹혀가고 있었어. 어머니의 길고 부드러운 머릿결은 정말 쇠 철사만큼 떡져져 갔고, 곳곳에 이와 벌레 알들이 박혀져 있었어. 어머니의 눈은 썩지도 않았지만 그 아름답던 눈들은 뽑혀있었어. 흑제국 사람들이 아름다워서 뽑아간 것 이겠지.

어머니는 원래 기분이 좋아지는 꽃향이 나셨는데 관에 있던 어머니는 그 어느 썩은 음식보다 역겨운 냄새가 나셨어. 어머니의 몸은 토막토막 잘려져 있었고, 어머니의 하반신에는 채 닦여지지도 않은 정액들이 치덕치덕 묻혀져있었지.

어머니의 시체는 장의사들도 어찌 못할 수준이였어. 그 당시 황제셨던 아버지는 결국 양지바른 곳에 묻혀지길 바라시던 어머니의 소원을 이뤄주시지 못하고, 어머니를 화장시켜야 됐어.

복수심이 가득차셨던 아버지는 청의 최정예 병사들을 수억명씩 데려가셔서 황제국과 같이 흑제국을 치셨어. 전쟁이 일어났을때 나와 청린, 청림은 청나라의 성에 남아있었어. 흑제국은 무너졌고, 청황의 임시연합은 승리했어. 죽은 줄 알았던 주흑은 몰래 도망쳤고, 흑제국의 노예로 지내야 했던 자야는 이곳으로 구출됐지.

몇년뒤, 주흑은 끝내 어머니의 재를 찾아 어머니를 "증폭석"으로 다시 '만들어'냈어. 하지만 어머니는 인간의 몸이 아닌, 용같은 형체를 가진 괴물의 모습으로 다시 살아나셨어. 그리고 자신은 신관으로 위장해 아버지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렸지. 주흑이 아버지를 노리는 동안, 세뇌당한 어머니는 우리를 죽이러 오셨어. 그런데 우리는 용이잖아? 용은 서로를 알아볼 수 있어. 그것 때문에 어릴적 그 상황에 청림과 청린누님은 어머니께 뛰어가서 보고싶었다고 안겼지만 돌아오는 건 어머니께서 살아계실때 주시던 햇살같은 부드라운 손길이 아니라 청림의 손과 귀를 긴 손톱으로 찢어버린 괴물같은 긴 손톱이였어. 그 손톱때문에 청림과 청린누님의 귀와 손에는 길고 깊은, 끔찍한 흉터가 남겨졌지. 진짜로, 한순간에 모든 일이 일어났어. 지금 이곳, 이 방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했었지. 청린누님과 청림은 기절했고, 어머니를 멈출 수 있던 건 나 뿐이였어. 난 그때 처음으로 용으로 변했었어. 내가 어머니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아챈건 내가 내 손에 묻은 피를 어머니의 시체에 꽂혀있던 증폭석에 닦아냈을 때였어. 주흑은 그제서야 아버지를 그만 찌르고 청성에서 떠나갔어. 부모님이 한순간에 없어진 우리는 그 후로 욕심많고 탐욕많은 어른들에게서 우리의 유산을 지켜내야 했고, 엄격한 선생님들께 그때 우리 나잇대가 하는 공놀이나 화장놀이가 아닌, 최정예 병사들이나 왕족들만 배우는 용술, 무술, 마법전투를 이 악물고 배워야됐어. 우리 삼남매는 무술등을 배우는 동안, 한번도 만난적이 없었어. 너무 바빴거든. 그리고 내가 15살이 됐을때, 난 성인식과 황제 취임식을 했어야 됐지. 그 후로 우리는 부족에서 나라로, 서서히 다른 영역들을 전쟁으로 이기며 강해졌어. 마지막으로 싸운 건, 황제국이랑 전쟁을 해서 널 얻었을때야.

"여기까지가, 내 이야기야. 난 이래서 주흑이 싫어."

황월은 지금 청명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누군가가 끊임없이 황월의 안에서 저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월은 왠지 모르게 저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것만 같았다. 왠 용의 것으로 보이는 차가운 긴 손톱이 황월의 몸을 재빨리 낚아채지만 않았다면.

"뭐야?"

"나야 청명."

"왜 용 상태로 있었냐? 어두워서 몰랐잖아."

"그래서 불 끄라고 했어. 이야기하다 내가 용으로 급작스럽게 변하면 너가 놀랄까봐. 그러면 얘기를 할 수가 없잖아."

"에휴...이리와. 오늘은 특별히 용인 상태로 안아주고 잘게."

"응."

"....사랑해."

"고마워.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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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6-19 21:16 | 조회 : 2,696 목록
작가의 말
비에루다이스키

대형떡밥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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