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비 내리는 날(2)

별의 놀란 말투에 은유가 지호의 뺨을 잡아 얼굴을 억지로 돌렸다. 지호의 얼굴은 상처투성이였다. 볼이 어디에 맞은 듯이 빨갛게 부어 올라있었고 여기저기 멍자국이 보였다.

“걔들 짓이지?”

은유가 화가 난 표정으로 지호에게 물었다. 지호가 은유 손에서 마스크를 뺏어 다시 쓰며 손사래를 쳤다.

“아니 그런거 아니야! 아까 내가 도서실에 들렀었는데 책 꺼내다가 책이 얼굴에 떨어졌어. 이제 아프지도 않아!”

은유가 지호를 무섭게 쳐다보며

“오늘은 믿을게. 대신 다음에 또 다쳤을 때 계단에서 넘어졌다느니, 어디 부딪혔다느니 그런 말 안 믿어!”

“알겠어, 알겠어. 진짜라니까 그러네. 너 빨리 가!”

지호가 은유의 등을 떠밀었다. 은유가 ‘으휴~’ 하며 마지 못해 갔다. 별이 옆에서 안절부절하며 서있자 지호가 별에게 싱긋 웃어보였다. 별이 결심하고 지호에게 말했다.

“뭔가 작은 일이라도 힘든 거 있으면 나한테 말해도 좋아. 우린 친구잖아!”

별이 나름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지호가 피식 웃으며

“응! 고마워, 별아ㅎㅎ”

비는 야자시간 내내 계속 쏟아져 내렸다. 결국 하교할 시간까지 비가 세차게 와서 우산을 못 가져온 몇몇 애들이 곤란한 표정을 짓고 교문 앞에 서있었다. 지호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소라는 집안 사정 때문에 저녁급식을 먹기도 전에 가버렸고, 우산이 없던 별은 은유와 함께 쓰고 갔다. 시무룩한 지호 옆으로 승우가 지나갔다. 승우가 우산을 팡하고 펴자 지호가 승우에게 다가가 말을 했다.

“저, 승우야 우산 같이 쓰고 갈래? 나 우산이 없어서 너 가는데 까지만...”

그 때 한 남학생이 둘 사이에 끼어들더니 승우의 우산 밑으로 갔다.

“아, 미안! 내가 먼저 얘기했거든 ㅋㅋㅋ 가자, 백승우!”

그 남학생의 말에 지호가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아..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잘가! 내일 보자!”

우산을 쓴 둘이 가버리고 어느덧 교문 주위에는 지호 혼자 남았다. 혼자 선 지호가 중얼거렸다.

“누나한테 전화해 볼까..?”

지호가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세 번 정도 울린 후에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아! 누나, 지금 많이 바빠? 나 비오는데 우산이 없...”

지호의 누나가 지호의 말을 자르고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나 바빠! 야근이야! 한세현한테 전화해!”

뚝!

지호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누나가 전화를 끊어버렸다. 지호가 다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형은 와줄까...?”

긴 연결음 끝에 달칵 소리가 들렸다. 지호가 반가운 마음에 입을 열었다.

“형! 혹시..”

“연결이 되지 않아 삐소리 이후...”

지호가 실망해서 전화를 뚝 끊었다.

“아빠는 당연히 안 오실거야...”

몇 십 분 정도 학교현관에 서 있던 지호가 발걸음을 뗐다. 그리고 가방을 벗어 머리 위에 쓰고는 뛰어나갔다.

찰박! 찰박!

골목에는, 뛰어가는 지호가 물웅덩이를 밟아 생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두운 하늘에선 굵은 비가 계속 쏟아져 내리고 먹구름에 가려진 달이 옅은 빛을 내고 있었다.

.....

지호가 비를 맞으며 학교를 떠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둘이 써도 충분한 커다란 우산을 쓰고 학교로 다시 왔다. 그 사람은 학교 교문을 쓱- 둘러보고는 혼자 말했다.

“너무 늦게 온건가? 벌써 가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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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5-21 15:06 | 조회 : 494 목록
작가의 말
은빛날치

매번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좋은 글로 보답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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