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교시간. 은유, 별, 소라가 함께 교문을 나서는데 지호가 은유 뒤로 슬쩍 걸어온다. 은유가 따라오는 지호를 향해 소리쳤다.
“한지호! 친구 못 사귀었어? 왜 우리 따라오냐?”
그 말에 지호가 잔뜩 풀이 죽어서 말한다.
“아, 아직 못 사귀었어..아니다! 별이랑 소라도 내 친군데?그럼 같이 가도 된다!”
또 해맑아지는 지호의 표정에 은유가 한숨을 쉰다.
“하- 진짜 귀찮아..”
넷이 수다를 떨며 걸어가던 중에 문뜩 생각난 별이 지호를 향해 물었다.
“근데 아침에도 그렇고 자꾸 너한테 시비거는 앤 누구야? 은유 너도 알아? 아까 교실에서...”
순간 별의 말을 자르고 지호가 재빠르게 말한다.
“그냥 중학교 때 친구라니까? 약간 사이가 안 좋았던 것뿐이야. 심각한 거 아니니까 신경쓸 거 없다구...”
끝말을 흐리는 지호를 은유가 무섭게 쳐다보며
“교실에서 뭐? 뭔 일 있었어? 한지호 너 뭐 숨기지?”
“아니 그...”
그 때 벨소리가 들렸다. 지호가 폰을 확인하고는
“아 내꺼네? 어? 형! 웬일이야?”
소라가 활짝 웃으며 통화하는 지호를 보고 키득거리며 말한다.
“지호랬나? 얼굴은 반반하게 생겼는데 의외로 애교많다~ 귀여워ㅋㅋ 아까도 말 얼버무릴 때 웃겼어. 왤케 채은유한테 쩔쩔매냐?”
소라의 말에 은유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귀엽다니.. 문소라 니가 아직 쟤를 몰라서 그래. ”
그래도 소라는 빙글 웃으며 지호를 귀엽다는 듯이 바라봤다.
“알겠어~ 지금 사서 갈게! 응- 있다 만나!”
지호가 통화를 마치고 아쉽다는 표정으로 셋을 바라봤다.
“은유 미안~~ 나 형이 심부름 시켰어. 지금 빨리 뭐 사가지고 오래. 내일은 꼭 집에 같이 가자- 별이랑 소라도 내일 봐~”
“응 됐으니까 내일 같이 안가도 돼! 얼른 가버려!”
가라고 손짓하는 은유에게 지호가 씨익 웃으며
“에이~ 나랑 가는거 좋으면서 또 그런다~”
“으악! 꺼져 제발!”
그런 은유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뛰어가버린 지호가 뒤돌아 보더니 셋을 향해 손을 크게 흔들며 인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