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장미 이야기 #3화



몇 달후...

그렇게 몇 달이 금방 지나가 계절은 어느새 다시 꽃피는 봄이 돌아왔다.

세은은 오늘도 혼자 가만히 그 날을 떠올린다.

시훈이와 솔이는 여전히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몇 달전, 시훈이가 솔이와의 100일을 준비하던 그 날을 떠올린다...

세은 : 시..훈? 뭐야? 나 기다렸어..?

시훈 : 음...음... =.=

세은 : 시훈!

시훈 : 음..아! 세은! 기다렸어! 나 좀 도와줘! (덥썩 손을 잡는다)

세은 : 우왁..뭐..뭔데.../// (발그레)

심장아.. 나대지 마라.. 시훈이한테 심장 소리 다 들리겠어!!! (두근두근)

시훈 : 나 솔이 100일 이벤트 준비 좀 도와주면 안돼?

막 뛰던 가슴이 빠르게 식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시훈이의 손을 확 뿌리치며 말했다.

세은 : 싫어. 너 알아서 해. 난 도와줄 생각 없어.

시훈 : 어..어? 야아~ 세은 너 내가 우리 사귄다고 얘기 안해줘서

그런거야? 웅? 웅?

세은 : 그런 거 아니야...

시훈 : 나 좀 도와주면 안돼? 내가 여자애들이 뭐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고... 너가 이런 거 섬세하니까!

세은 : ……. 알았어.

시훈 : 우와아아!! 진짜진짜 고마워~

그렇게 우리 둘은 같이 100일 이벤트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내가 의견을 내면 대부분은 시훈이가 했다.

언제까지나 둘의 일에 내가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않기 위해서였다.

내가 떠나도 모든 일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확실히 내가 시훈이를 돕기로 한건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원래도 섬세한 성격은 아니었지만 이 녀석은 솔이가 그렇게

좋았던 건지 기대가 되서 흥분한 건지 단순하게 행동했다.

공원에서 불꽃놀이 하트를 만든다고 난리를 치는 데

이런 걸 공원 관리자 아저씨한테 허락도 받지 않고 할 생각이었나..

그리고 불꽃은 너무 위험하니 촛불로 바꾸고

그 날 날씨를 체크하는 것도 물론 나의 몫이었다.

나는 시훈이한테는 잘하라고 얘기하고

그 날 그 장소에는 가지 않으려 했는데...

너무너무 궁금해서. 잘하고 있는 지 실수하지는 않았는 지 싶어서...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고 말았다.

솔이가 약속장소로 오자 어두운 공원에 촛불이 파바박 켜졌다.

(내가 공원 관리자 아저씨한테 잠시 가로등을 꺼달라고 했었다)

솔이는 놀라며 되게 고마워했다.

물론 솔이의 손에도 선물로 추정되는 쇼핑백이 보였다.

한편으로 너무 흐뭇한데... 가슴이 시렸다.

시훈은 자신과 사겨줘서 너무너무 고맙다며 커플링을 꺼냈다.

커플링 모양은 내가 제시한 대로 장미 모양인,

분홍색 빛을 내는 큐빅이 박혀 있었다.

분홍 장미..사랑의 맹세... 영원한..사랑..

솔직히 이건 추천하지 않고 싶었다. 그래도..이왕 하는 거

정말 행복하게 해 주고 싶었다.

나는.. 그 날 정말 가지 말았어야 했다.

솔이는 자신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는 시훈을 빤히 바라보다가

먼저(!) 입을 맞추었다.

아마 서로에게 첫키스였을 거다. 그리고 나도 참 독한 애였다.

눈물을 애써 참으며 흐려지는 눈가를 닦고 끝까지 다 보았다.

하나라도 놓칠까 싶어 다 보았다.

솔이는 쇼핑백 안에서 작은 인형 2개를 꺼냈다.

손수 만든 것으로 보였다. 두 인형은 꼭 시훈이와 솔이를 닮아있었다.

솔이는 남자 인형을 자신의 핸드폰에 매달고 여자 인형을

시훈의 휴대폰에 매달아주었다.

그리고 생크림 케이크를 꺼내어 서로 장난치며

먹는 모습을 뒤로 하고 나는 돌아갔다.

오는 길을 펑펑 울었던 것 같다. 꽃집 언니도 잠시 문을 닫는다고

했던 때라 청장미 화분만 밖에 내놓는다고 했었다.

장미 화분 옆에서 내가 열심히 키운 만큼 조금 튼튼해진 것만 같은

그 장미 옆에서 나는 정말 펑펑 울었다.

아직 꽃봉오리가 자라는 중인데 그 날따라 파란색 꽃봉오리가

더욱 파랗게 보여서 더 서러웠다.

그 날 내 눈물만 모았어도 장미한테 한동안 물을 안줘도 됐을거다.. 0_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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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식.

그 날을 생각하자 또 웃음이 나온다.

지나가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망정이었지 아는 사람이라도 만났으면

정말 쪽팔렸을 거다.

오늘도 시훈은 솔이랑 갈 거니 난 혼자 갈 거다.

그래도 이제는 원망하지 않는다.

익숙한 꽃집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익숙한 꽃들의 향기가 섞여서

새로운 향을 만들어 내 몸을 감쌌다.

그런데 오늘따라 꽃집 언니가 기분이 좋아보인다.

그렇게 생각하는 데 갑자기 언니가 나에게 다가오며 말하였다.

꽃집 언니 : 세은! 내가 너한테 주고 싶은 선물이 있어!!

세은 : ...? 가..갑자기요?

꽃집 언니 : 응! 이거!

그녀가 웃으며 내민 것은...

내가 그동안 열심히 키워서 꽃이 막 피기 전인 청장미였다!!

세은 : 어? 이건 ....청장미..? 이..이걸 주신다고요?!

그러자 꽃집 언니가 쑥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꽃집 언니 : 얘! 나도 장사꾼이야~ 내가 그냥 주겠니?

좋은 소식이 있어서 그래.

세은 : 네? 좋은 소식이 뭐길래 이 꽃을 저에게 주시는 거랑 상관이 있죠?

꽃집 언니 : 나도 방금 막 알았는 데 청장미 대량 생산이 이제

가능해서 청장미 가격이 많이 내려갔어~

세은 : 우와! 진짜요? 이제 청장미도 다른 장미들처럼 살 수 있는 거에요?

꽃집 언니 : 응! 잘 됐지? 저 이쁜 꽃이 이제 더 많아진다구~

그리고 이 꽃은.. 솔직히 니가 다 키운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걸!

어차피 이 꽃.. 청장미 가격 안 내렸어도 너한테 주려고 했던 거라구..

세은.. 그동안 고생 많았어! 매일 매일 하루 정돈 귀찮을 때도 있을 텐데

너무너무 잘해줬어!

세은 : 아.. 아니 뭘요.. 어차피 지나가는 길이었고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니었는 걸요..⊙▼⊙ ㅎ

꽃집 언니 : 어쨋든! 이 꽃은 이제 너 꺼야! 화분은 덤이라고 생각하고! 참! 이제 청장미가 대량 생산되면서 꽃말도 바꼈다!

세은 : 아, 그러ㅎ...군이 아니라 뭐라구욧!! 꽃말이 바꼇다고요? 뭔데요?

뭔데요?!

꽃집 언니 : 지금 알려줄테니 진정해~ 원래는 '불가능', '이룰 수 없는 것'

이었잖아? 이제는 .. 언젠가 이루어질 사랑.. 포기하지 않는 사랑, 기적으로 바꼈어! 너무 낭만적이지 않니? 후훗.

...

나와 닮았다고 생각했던 꽃.. 그런 꽃의 꽃말이 포기하지 않는 사랑,

기적, 언젠가 이루어질 사랑이 되었다니.

나는 그 날 청장미가 가장 환하게 핀 날. 꽃을 꺾었다.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서 물기를 빼고 G식 인 에서 배운 대로 책 사이에

넣고 말린 후 코팅을 하였다.

청장미는 지금도 나의 곁에 있다.

가장 아름다울 때의 모습을 간직한 채로.

이 장미처럼. 나도.. 널 기다릴게. 지금 당장 와주질 바라진 않아.

포기하지 않고 기다릴게. 아무리 비바람이 친대도,

설령 내 모든 것을 잃는 대도.. 기다릴게.

지금은 이걸로 만족해. 하지만 힘들다면 언제든지 말해.

니 곁에.. 항생 내가 있었다는 것을 잊지는 말아줘.

시훈..사랑했고..사랑하고..앞으로도 쭉 사랑해.

나는 언젠가는 니가 나를 한 번 돌아봐줄거라고 믿어.

왜냐면.. 청장미의 꽃말은 기적이니까.

나는 청장미처럼 기적을 만들어 갈꺼니까.

언젠가 너랑 손을 잡고 함께 기적을 만들어나갈 수 있길..

- 꽃말 이야기 청장미 편.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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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3-27 12:56 | 조회 : 1,621 목록
작가의 말
유실리아

꽃말이야기 청장미 편은 여기서 끝이지만 다른 꽃들의 이야기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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