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헤..."

동그랗고 똘망똘망하던 눈이 약간은 풀려 뭔가를 상상하는 듯한 오묘한 눈빛. 약간은 얇은 윗 입술과 약간 도톰한 아랫 입술 사이로 보이는 고른 치열. 오늘따라 좋은 볕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 눈이 간다. 누군가 자신을 보는 걸 알았던걸까? 그 고르고 새하얀 치열을 숨기려는 듯 빼꼼, 나왔다 사라지는 그 붉은 빛의-

"야. 이현진. 뭐 보냐?"

"까,깜짝이야! 아... 씨... 뭐하냐 오민성"

무언가에서 퍼뜩- 깬 듯 두 어깨가 흠칫, 떨리면서 소리를 지르는 현진. 분명 평소같이 불렀는데- 라고 중얼거리며 예상과 다른 현진에 모습에 의아한 듯 말을 툭툭 던지는 민성이다.

"뭐야. 뭐 먹다 들켰냐? 왜 이리 놀래. 덩치는 커가지고."

"내 덩치가 뭐가 어때서!"

"아니 암튼, 뭐 보고 있었냐고."

"아. 홍라윤. 오늘따라 더 정신을 놓고 있길래"

더듬더듬 거릴 뻔한 혀를 겨우 제대로 놀리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이어가나, 오늘따라 귓가가 유난히 화끈거리는 현진이다.

"어우. 오늘따라 더한데? 역극에서 뭐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보지."

현진에 말에 자리에 멍-하니 앉아있던 라윤을 보자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는 민성이다.

"...역극?"

'역극'이란 소리에 가슴 어디에선가 쿵, 하고 뭐가 내려앉는 듯한 기분에 휩싸이는 현진이다.

"그래, 역극. 쟤가 요즘 역극 얘기밖에 더하냐? 어휴, 정말. 저거만 몇 주 째인지."

역시 못말린다니까, 홍라윤. 이라고 작게 중얼거리고는 바이. 그럼 이따봐 라는 짧은 인사와 함께 다음 수업을 준비하려 자기 반으로 돌아가는 민성이다. 그런 민성을 보며 또한 다음 수업을 준비하는 현진이었지만, 뭔가 마음에 안드는 지 애꿎은 입술만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아싸! 수업 끝! 야, 나 핸드폰 줘. 핸드폰!"

"야. 여기. 니 폰."

"오, 감사감사. 아 빨리 켜져라~"

딩동댕동- 마지막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기나긴 담임 선생님의 종례를 지나 만나게 된 핸드폰 가방을 보자마자 자신의 핸드폰을 달라고 아우성치는 라윤. 그러한 라윤을 보며 '니가 그럼 그렇지'라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폰을 건네는 현진. 폰을 받는 라윤은 현진의 눈조차 처다보지 않고 핸드폰 액정만 보는데 뭐가 즐거운지 현진의 입꼬리에는 웃음이 걸려 내려올 생각이 없다.

"이야. 이거 봐봐! 카톡이 999+야!"

"미친... 도대체 뭘 하는거야? 너."

"아. 잠만잠만- 말 시키지 말아봐. 나 이거 다 봐야한다고!"

그래그래, 그냥 폰이랑 평생 놀고 아주 그냥 결혼까지 해라. 라고 중얼거리는 현진의 목소리가 들리는지 안들리는지 폰 화면에 빨려갈 듯이 집중하는 라윤이다.

"와. 미쳤나봐. 어떻게 종례가 지금 끝나냐?"

"내말이..."

나 기다리다 지쳤어요-라고 얼굴에 적어 놓은 민성이 앞문을 통해 라윤이과 현진이의 반으로 들어온다. 그러한 민성을 보며 같이 동조하는 듯 한숨 섞인 대답을 하는 현진이다.

"꺄악!!"

"아, 깜짝이야! 왜? 무슨일이야?"

"왜?? 왜그래 홍라윤. 어디 다쳤어?"

잠깐의 적막도 용서치 않겠다는 듯, 우리가 조용해진 틈을 비집고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라윤에 깜짝 놀란 현진과 민성이다. 얘들이 반에서 거의 다 나갔기 망정이지 나가던 친구들도 뒤돌아 보는 상황을 보아하니 5분만 먼저 저랬어도 관종은 따놓은 당상이었을 것이다.

"와... 미친... 야. 나... 나..."

"어, 그래. 너 뭐!"

"나... 고백 받았어."

"...뭐?" / "...뭐?"

감격과 환희에 찬 표정을 짓고 있는 라윤 앞에서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은 듯한 어이 없는 두 목소리가 동시에 울린다.


3화.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0
이번 화 신고 2016-11-20 20:06 | 조회 : 790 목록
작가의 말
진찡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일들이 많아서 자주 오지 못했네요;; 이제 고쓰리라 시간이 얼마나 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시간 나는대로 최대한 오도록 하겠습니다. 다시한번 잘부탁드려요!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