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시작하기도 한참 전의 이야기

"야, 신월! 아무리 후계자가 약하더래도 그건 아니잖아!!"

헉헉거리며 가픈 숨을 몰아쉬면서도 기어이 자신의 뒤를 따라온 소년을 잠시 바라보다 비웃음인지 모를 웃음을 살짝 지었다.

"공도이시여."

염화가의 성소인 화원(火源)에 그곳의 주인의 목소리가 조용이 울려퍼졌다.

"당신께서도 후계자를 사지로 내몰고 계시지 않습니까"

급히 달려나오느라 미처 의복도 채 갖추지 못한, 공도라 불린 소년이 쓰게 웃었다. 굳이 말하자면 후계자가 아니라 '후계자 후보자들'이였지만 그의 말에 반박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비슷한 의미입니다. 제아무리 전란의 시대라지만 그래도 염화가의 가주가 될 아이입니다. 제가 원래 그렇게 된것이 아니라고는 하나 염화가를 도로 일으켜야할 아이입니다. 기껏해야 도의 빙산일각을 엿보는 인간들 이건데 그 틈에서 제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해서야 어찌 페하를 지켜드리고, 환국을 안정시키겠습니까."

공도는 대답대신 제 조카를 사지로 던져버릴 결심을 하고서도 태연한 사내을 바라보았다. 공도의 주먹이 꽉 말아쥐어 들어갔다가 금세 탁 풀어지고야 말았다.

"나는 나 스스로도 지킬수 있다. 염화가의 의무 또한 5대가문이 돌아가며 지기로 되어있지 않느냐. 힘이 약하면 약한대로, 천천히 힘을 길러가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해서... 초목가가 얻은게 무업니까."

호소하는 듯 내뱉었지만 명백한 비웃음이 담긴 말. 그의 품안에 안긴 아이가 잠에서 깨어난 것인지 꼼지락 거리며 고개를 내밀었다.

"아, 그 일원 모두가 황국으로 떨어졌습죠. 네. 초대 환원께서 하명하신 그 5대 가문의 초목가가 황국으로 쫒겨났단 말입니다! 우리 가문도 그리 되지 않으리란 법도 있습니까? 장담 못하지겠지요. 정 그렇게 이 아이를 살리고 싶으시다면 환국의 안위부터 되돌아보는게 어떻겠습니까. 공도 폐하."

"... 그렇게 부르지마."

"걱정은 마십시오. 그래도 저희 염화가는 재생이 상징이지 않습니까. 황국에서야. 죽어도, 죽어도, 몇번이고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그러다 자신이 염화가라는 것을 알아차린다면.. 그땐 자력으로 알아서 올라오겠지요. 그때까지 제가 살아있지 않은다면 폐하께서 염화가의 이름이라도 유지시켜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러지마.. 신월."

마음만 먹으면 이 세상을 송두리체 바꿔버릴 수 있는 나약한 아이는 그 작은 어깨를 들썩이며 살짝 눈물을 흘렸다. 명령 몇마디면 끝날 일을 차마 하지 못한다.

세상으로 떨어지는 아이를 붙잡아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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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6-16 23:52 | 조회 : 1,265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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