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완]

치고박기를 여러번 반복한 탓에 둘의 체력도 조금은 떨어진듯했다. 그렇지만 자세의 흐트러짐 없이 완벽한 공격과 방어가 몇합째 이어졌다. 커다란 홀같은 방이 둘의 몸이 격돌하는 소리로 가득찼다.

'나랑은 비교가 안되는 실력들이야.'

감탄에 가까운 생각을하며 둘의 싸움을 지켜볼수밖에 없었다.

"하아, 역시 생각했던것보단 실력이 대단하군."

마르코는 여태껏 본적없었던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같은 눈빛을 하며 낮게 자세를 가다듬었다.

"하아, 뭐 이정도로. 그런데 말이야 이제 슬슬 끝내야겠어. 이미 해도 뜨고있고 시간이 너무 지채됐단말이야."

티치는 뒷춤에 차고있던 칼을 다시 꺼내들었다. 알수없는 불안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아아, 그런데 어쩌나? 이미 늦었는데."

"무슨 소리야?"

"이미 넌 독안에 든 쥐라는거야. 네가 여길 빠져나갈 방법같은건 없다. 뭐 그런거지."

티치가 뒤에있던 패거리에게 시선을 주자 그들중 하나가 어딘가로 연락을 시도했다. 그러나 연락이 되지않는듯 끊고 다시 시도하기를 여러번이었다.

"내가 이유도 없이 에이스를 이곳에 혼자두고 늦은줄 알았어?"

"하, 무슨 짓을 했을까, 우리 부회장께서는?"

눈에 띄게 동요하기 시작한 그들의 시선이 방안을 이리저리 옮겨다녔다. 늘 웃음기를 머금고있던 티치의 얼굴도 더이상 그러지 못 했다. 눈빛이 바뀌었다. 마르코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직감적으로 알아차린것일것이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끝이나겠지. 빨리 집에 가 쉬고싶다. 침대가 그리워.'

마르코의 자신감 넘치는 말과 뒤바뀐 티치 일당의 분위기가 퍼져나가려던 불안을 덮어버렸다. 마치 당장이라도 저들을 정리하고 마르코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 아무일도 없었던 그때의 행복했던 생활을 다시 일상으로 할 수 있을듯했다.

"윽"

기둥에 기대에 버티던 몸을 조금 움직인것이 화근이었다. 금이 간것인지 깨진것인지 모를 갈비뼈가 신경을 자극했고 나도 모르게 단발의 신음이 터져나왔다.

그 순간

마르코는 나를 봤고, 티치는 마르코를 봤다. 나는 마르코를 향해 뛰었다.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난 일이었지만 모든것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슬로우모션으로 느껴졌다.

'안돼 안돼 안돼'

서있기도 힘든 다리가 제발 빨리 달릴 수 있기를 빌면서.

한발자국을 움직이는것이 이렇게 힘든것인지, 느린것인지, 간절한 것인지 이 순간 알게되었다.

푹-

푹-

"큿!"

날카롭고 서늘한 물체가 단단하다 여겼던 가죽을 손쉽게 찟고 몸속으로 들어왔다. 이물감이 체 가시기도 전에 티치는 다시 빼어 등을 찔렀다. 피가 흘렀다. 붉은 색이 선명한 따뜻한 피였다. 몸속을 튀어나온 피는 이내 하얀 셔츠를 물들였고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찔린 곳이 아프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눈꺼풀이 떠지지 않았다.

'눈을 뜨고싶은데.. 어서 마르코를 봐야하는데.. 또 엄청 걱정할텐데..'

귓가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팔뚝을 강하게 잡은 손이 느껴졌다. 부드럽고 따뜻한 노란 머리카락이 이마를 간질렀다.

"에이스!"

'아, 들린다. 마르코 목소리.'

"마..르코, 윽. 괘..괜찮아..? 하아.. 윽"

"에이스.."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가느다란 목소리를 타고 나의 이름이 들려왔다. 내가 사랑한 목소리가 떨리고있었다.

'난 괜찮다고 말해줘야하는데.. 안 아프다고 하나도 안 아프니까 걱정말라고 말해줘야 하는데..'

마르코는 자신의 어깨에 기댄 나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듯이 덜덜 떨었다. 팔뚝을 쥐고있던 손을 움직여 상처부위의 지혈을 시도해야한다는 본능적인 행동이 간신히 그를 움직였다. 그렇게 떨리는 손이 피가 뿜어져나오는 등을 감싸안았다. 그러나 나의 피로 젖어가는 자신의 손을 믿기힘들다는듯이 고통스러워했다.

고개를 들자 그의 파란 바닷빛 눈동자가 일렁이며 나를 담고있었다. 결국 눈물이 흐르며 그의 뺨을 타고 떨어져 턱끝에 걸렸다. 나는 웃기위해 모든 힘을 동원하여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와 어울리지않게 떨어지지 못한 눈물과 그 자국을 지워주기위해 오른손을 들었다. 그러나 시야는 점점 흐려졌고 손은 이리저리로 흔들리다 그에게 닿지 못 했다.

'아.. 사랑한다고 나같은걸 사랑해줘서 고맙다고 말해줘야하는데..'

마지막으로 기억나는건 그의 울부짓음이었다. 나의 모든 행동을 숨조차 쉬지않고 바라보던 그가 결국 괴롭게 소리내며 나를 있는 힘껏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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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7-31 19:26 | 조회 : 1,653 목록
작가의 말
하루, 날

다음화는 에필로그로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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