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집 나오면 개고생이란 말은 여기에 쓰는 건가요

-선배님 사용법-
2화
[부제 : 집 나오면 개고생이란 말은 여기에 쓰는 건가요]



입학식 하나만 마쳤는데 기가 빠진 신입생들은, 곧 모여들 제 선배들을 기다리며 차마 못 다한 수다를 나누고 있었다.

아, 아까 너무 뛰논 여울은 제외.

"으아아……기가 다 빠졌다아….."

태풍이 와 휘몰고간 자리가 고요해졌으나, 그 태풍의 피해를 체감코 있는 그의 상태는 현, 그 누가 봐도 멀쩡한 행위를 하고 왔다기엔 터무니 없는 꼴이다.

최소 막노동은 하고온 꼬락서니로 캐리어에 기대 엎어져 있는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헤이, 여러분들."

앞에서 들리는 낮익은 목소리에 헬가람이라는 멘트를 떠올린 그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칼같이 고개를 돌린다.

순식간에 이목을 집중시킨 그녀가 이내 웃으며 말한다.

"자, 니들 선배 다 밖에 오셨으니까 이제 그만 가서 숙소 안내하고 받으시고, 자……김다정, 김가은, 남채은. 남보겸, 남여울. 도주영, 서지훈, 우태민, 한은정까지 해서 총 아홉은 남아라. 이만, 해산!"

그 말을 듣고도 학생들은 놀라 벙쪄 있는데 순간적 그 선배의 표정이 굳으며

"빨리 안가???"

이내 큰 소리에 다들 쫒기듯 흩어져 나간다. 순식간에 물이 증발되듯 사라진 학생들에, 강당은 사람이 있었니 라는 듯한 뻔뻔함만을 드러낼 뿐, 남은 10명에게 당혹스러움과 벙찜, 그 둘을 제외하곤 어떠한 것도 안겨주지 않았다.

"어이, 신입들."

"ㄴ….네? 네!!!"

마치 군대처럼 군기가 짝 잡힌 살벌한 강당에, 설상가상, 그 대답소리 마저 사라져 침묵만이 군기와 뒤섞이자, 그것에 목이 바싹바싹 타 들어가 한마디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그들은 그저 명령이 떨어지기 만을 기다릴 뿐이다.

"내가 너희 왜 불렀는지 궁금하지."

이내 대답이 나오자 이내 안도하면서도 그것을 티낼 틈도 없이 새로 대답을 자아내기 바쁘다.

"아니요!!"

네라고 말하고 싶지만 따르지 않는 본인의 의지는 그 상황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극한으로 보여주는 듯 하였다.

"네."

뭐, 그 공포마저 느끼지 못하는 당당한 사람도 있긴 했다. 남채은, 남보겸.

광나는 외모로 쿨내를 진동시키는 둘이 마치 텔레파시라도 통한 듯 동시에 대답을 내어둔다. 그러면서도 공포가 뭐죠라는 듯이 당당함을 보여주는데, 다른 사람들, 심지어 혈육인 여울도 그 장면에 대단함을 느낄 정도로 그들은, 같은 동갑들의 마음을 휘어잡을 정도의 포스를 뿜어냈다.

그들에 대답에 슬금슬금 눈치를 보던 다른 학생들의 우려와는 다르게 웃으며 해맑게 역시 그럴줄 알았어를 외치는 선배에 다들 한시름 놓는 듯 하였다.

"자, 여기 있는 김다정, 김가은, 남채은. 남보겸, 남여울. 도주영, 서지훈, 우태민, 한은정까지는 모두 입학 테스트 성적이 8위까지인 사람들이다. 순위는 굳이 말하자면, 남채은 1위. 남보겸 2위. 서지훈 3위, 한은정, 우태민 4위, 김다정 5위, 남여울 6위, 도주영 7위, 김가은 8위."

"네."

"네, 근데요?"

이번에도 당당한 대답을 내놓는 둘에, 당당치 못하는 그들은 콩알만한 심장을 진정시킨 채 입을 다문다.

"자, 우리 학교는 학생회를 성적 순으로 뽑지. 그렇다면 문제. 성적 탑 8인 너희는 왜 남은 걸까?"

그녀의 물음에 보겸이 덤덤한 표정으로 답한다.

"학생회라서."

"빙고!"

그의 대답에 그녀가 이야기의 용건을 내어놓는다.

"자, 우리 1등이신 남채은님께선 차기학생회장, 2등인 남보겸님은 차기학생부회장. 나머지는 다 학생회. 그러면 자, 다들 나 따라서 학생회실로 이동! 실시!"

아, 참고로 여기 학생회 진짜 개 같아.

해맑게 말하는 그녀지만, 절대 웃을 수 없는 멘트에 모두 몸을 사리며 그녀의 뒤를 밟는다.

아, 어머니.

'집 나오면 개고생이란 말은 여기에 쓰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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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1-16 20:59 | 조회 : 733 목록
작가의 말
이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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