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VAMPIRE COMMANDER, Prologue

#0. VAMPIRE COMMANDER, Prologue



달칵-

예쁜 꽃과 잎이 새겨져있는 찻잔이 탁자의 표면과 닿으며 마찰음을 냈다.

둥근 탁자와 그 주위의 의자 두개.

그 의자에 앉아있는 여자와 남자.


"....아-. 심심하다."

"뭐가 그리 심심한거야, 로몬?"

"무생물의 형태는 너무 심심해요.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적어요."


한 여자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러자 반대편의 남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흐음, '우리' 로몬이 너무 심심한가 보네."


그의 말에 그녀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짜증이 가득 담긴 말을 내뱉었다.


"그렇게 친근하게 부르지 마요. 우린 '어쩌다' 만난 사이니까."

"날 찾아온 건 너잖아?"

"난 그저 조용히 보관되어있다가 갑자기 누군가 나타나길래 가서 말을 건 것 뿐이에요."


홀짝-

탁자에 놓인 찻잔이 또다시 그녀의 입으로 향했다.

여자와 남자의 외모는 아름다웠다.

선남선녀란 말이 이렇게 어울릴 수 있다는 걸 알 정도로.

하지만 딱딱한 그녀의 말투와, 능글맞은 미소를 짓는 그의 말투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오랜시간 혼자 있어 굳어버린 그녀의 말투와 표정을 풀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그 결과.


"로몬, 심심하면 내기 하나 할까?"

"....내기요?"


그의 생각은 한가지 '내기'.

역시. 그 말에 그녀의 귀가 솔깃했다.

그녀가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고 그를 볼 정도니.


"응. 내기야. 재밌는 내기."

"일단 들어나 보죠."


까칠한 그녀의 말투에도 그는 웃었다.

많은 시간 동안 같이 있었지만 그녀가 그의 말을 귀담아 들은 적은 손꼽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네 오랜 염원을 이뤄줄거야."


그의 말에 그녀는 오히려 짜증이 났다.

그 오랜 시간동안 내 바램을 철저히 무시해 왔으면서, 뭐? 이제 와서?

무슨 속셈이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자신의 오랜 염원을 이룰 수 있다는 유혹은 너무나 뿌리치기 어려웠다.

.....그녀는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내기에서 이기면, 들어주는건가요?"

"그래."


하지만 이 세상에는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법.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을 것이다.


"지면요?"


그녀의 말에 그가 또다시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동시에 진지하면서도 예리했다.


"네가 내 염원을 들어줘야지."


그 말에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의 얼굴에 천천히 다가갔다.

입술과 입술이 닿으려는 찰나.


"미동도, 없네?"

"이미 눈치채고 있었어요. 나 보는 남자들 눈빛이 다 그렇지 뭐."

"나까지 유혹당할 줄이야."

"자기들이 좋아해놓고선 내가 했대, 다."


금방이라도 입술이 닿으려는 아슬아슬한 상황인데도 그녀는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그 모습에 그는 웃더니 다시 의자에 앉았다.


"내기의 내용은 뭐죠?"


내기를 하겠단 동의의 뜻이 내포되어 있는 말.

그 말에 그는 활짝 웃으면서도 속을 알수 없는 표정을 했다.


"간단해. 미안하게도 내기의 내용 자체가 네 염원이 기본으로 있을거라, 페널티가 있을거야?"

"....괜찮아요."

"그러니까 내기의 내용은..."


이 날, 이 여자와 이 남자가 내기를 시작한 날.

그는 여자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안그래도 둘만 있는 방이지만 더욱 조심하기 위해.


"기간은요?"

"....5년."

"내가 사라지면 많은 문제가 있을텐데요."

"괜찮아."


혼돈이 휩싸이기 시작했다.

이세상에는 꼭 필요한 것이 있다. 하지만, 그게 사라진다면 어떨까?


"그럼, 지금 시작한다."


딱-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그녀의 주위로 순식간에 암흑이 덮쳐왔다.


"미래에서 봐."

"그땐 내가 웃고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녀는 자신이 어둠에 빨려드는 그 순간까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드디어....'


이룰 수 있다.


"......예의상 할께요. 잘 지내요."

"잘 지내, 로몬."

"내 이름은 그게 아닌데요."


그녀의 말에 그는 웃으며 말했다.


"DIVIDE ROMON."


그 말에 그녀도 희미하게 그를 보며 웃었다.

항상 차가운 표정만 보여줬는데.


"....당신, '인간'이죠?"

"어라. 들켰네."

"......형제끼리, 닮았네요."

"......"

"남매끼리, 결혼할 수 있겠죠?"

"......."

"DIVIDE PHERO. DIVIDE PHEMON."


그녀의 입에 머금어진 미소를 그는 보며 불길하게 말했다.


"너, 너..."

"전, 누굴 선택할까요? 그 중 가장 특별한 제가요."

"........"

"제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이유는 딱 하나예요."


그녀가 어둠에 완전히 삼켜졌다.

그럼에도 마지막 말을 꺼냈다.


"내 심장에, 다른 누가 들어올 틈이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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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8-27 20:10 | 조회 : 2,012 목록
작가의 말
히나렌

잘부탁 드려요! ^^ 표지는 뭐....살짝 있다고만 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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