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의 향기 - #1.2_Morality (2)

"하아..."


학교는 이미 다 끝나고 오늘의 폭은 거의 남지도 않았는데도 그녀가 물음표를 보내며 꺼낸 담배의 향기가 잊혀지질 않았다. 한정수의 허벅지를 밟으며 담배를 억지로 정은채의 입에 덥썩 물게 만들고 입 안에서 흔들었던 그녀의 손에 쥔 담배의 향기는 몇 번 이를 닦아도 정은채의 입 안 속에서는 그 향기가 누굴 기다리는 듯 여전히 머무르는 것 다름없었다.

밖에 나가면 호프 집과 오락실이 끝 없이 이어져 있기에 주말에도 친구들이나 밖에 거의 나가질 않는다. 그 골목을 끝까지 발 걸음을 이은 적은 학교에 향할 때를 제외하고는 가보지를 않는다. 아버지께서 엄마와 이혼을 하신 뒤로는 그리 잘 마시지도 않던 술이 건 담배 건 전부 다 입에 털어넣고 계셨다. 아버지의 웃는 모습도 잘 보이지를 않았고, 늘 편의점에 가서 대충 끼니를 때우는 은채에 비해 그녀의 아버지는 늘 오락실이나 호프 집에 가서 술과 여러 안주들로 배를 채우셨다. 텔레비전도 몇 번의 끊김이 있어서야 몇 분동안 겨우 작동할 수 있는 고물이라 친구들이 우리 집에 대해서 뒷담화를 몇 번 엿들은 적이 있었다. 아버지와 같이 간 호프 집은 아저씨들의 수많은 욕설과 술 내로 가득 차 있었다. 담배 향부터 온 갖 안주들로 넓은 식탁은 매꿔졌다. 어쩌다 한 번 호프 집에 들락날락 해야 할 때는 화장실에서 아버지 몰래 휴대폰을 만지며 놀았다. 방 안에서 뒹구는 여러 공책들과 가방도 담배 향에 물들까봐 바라볼 수 는 없었다. 거실 한 쪽에 쌓인 소주 병들과 담배 갑 들이 물을 마시러 부엌에 나온 정은채를 기다리는 듯이 반겼다.


"퍽!"


정은채는 빈 소주 병들과 쌓인 담배 갑 들을 발로 차며 부엌 안에서 웅크렸다. 담배의 새까만 그림자가 정은채를 잡아먹으려는 듯이 정은채의 가슴 속까지 매캐한 향으로 매꿨다. 그녀는 아버지가 자주 피우시던 담배 갑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자신의 온기 없는 손바닥으로 움켜 잡았다.


*


"으음..."


정은채는 언제 맞춰 놓았는지 모를 알람에 잠에서 벗어났다. 한 밤중에 아버지가 왔다 가셨는지 내 손 안에서 움켜쥐었던 담배까지 사라져있었다. 거실에 소주 몇 병은 쓰레기통에 박혀있었고, 싱크대에 쌓였던 더러운 접시들이 몇 개 줄어 있었다. 안주가 담겨 있던 접시들 안에 안주들은 아버지가 그새 드셨는지 음식은 없어지고 기름기가 살짝 묻혀져 접시에서 오랜만에 윤기를 나타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서로 이혼한 풍경 뒤 로는 참 오랜만에 보는 깨끗함 이었다.


* * *


"정은채, 무슨 기분 좋은 일 있어? 오늘 니가 싫어하는 그 호프 집 골목 지나면서도 목소리도 한 껏 들떠있고 우리랑 전화 할 때도 계속 좋아한 눈치였잖아. 네가 언제부터 이렇게 놀이공원에 빠져있었냐?"


"아니야, 우리 뭐 부터 탈 까?"


깨끗해진 방 안이 내 웃음을 일으켰는지 친구들이 내 웃음은 오랜만이라며 함께 웃었다. 오늘은 매일 지겨운 마음으로 걷던 그 호프 집과 오락실이 널브러진 골목을 지나는 향기도 오랜만에 깊이 맡지 않을 수 있었고, 놀이공원을 먼 거리로 걸어왔는데도 다리가 아픈 지도 느끼지 못 했다. 놀이공원 안 속에는 매일 걷던 호프 집 거리와는 다르게 여러 놀이기구와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단 내가 가득했다. 부모님과도 가본 적 조차 없었던 놀이공원은 친구들과 함께 모여서 오는 건 처음이라 그냥 언제나처럼 평범하게 온 친구들한테는 신기하게 보일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제일 놀이기구를 많이 탔다고 거짓말을 친 행세라 놀이공원은 처음이라고 하기 싫었다. 그렇게 마음속에 응어리를 눌러담던 중 한정수가 한 놀이기구를 가리켰다.


"우리 저거 타자! 은채는 바이킹 많이 타 봤다고 하니까 걱정 없겠지?"


고개를 끄덕이려던 참에 내 머리 위로 바람이 스쳐지나가 내 고개를 들게 만들었다. 고개를 들자 사람이 한 30명은 기본으로 탈 수 있을 것 같은 의자와 영화에서 본 배 모형의 놀이기구가 왼쪽 오른쪽으로 높이 올라가는 풍경이 정은채의 눈 속을 파고 들었다. 어렸을 때 미니 바이킹도 타 본 적이 없는 정은채는 당장이라도 고개를 가로젓고 싶었지만 친구들은 벌써 내 손목을 이끌고 놀이기구로 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 놀이기구가 출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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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2-05 22:42 | 조회 : 680 목록
작가의 말
벚꽃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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