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레날
오늘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유달리 오늘은 운이 좋았다.
비내리는 거리를 걸으며 학교를 가는데 우연히 버스정류장에서 5000원을 주웠고, 사람들은 그걸 아무도 못봤다. 난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그렇게 학교를 갔는데, 애들은 평소와 변함없이 날 대하고 있었다.
그저 무시 무시 무시뿐. 반에 누군가가 들어오든 상관없단 태도.
그렇게 내 하루는 시작되었다.
그저 학교에서의 하루는 평범하다.
지루한 선생님의 필기를 받아적으며 끄적끄적 대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다 되어 편의점에 왔다.
오늘은 그 남자가 보이지 않는가 싶더니 어제와 똑같은 차량이 있었다.
''아..오늘은 차 끌고 왔나보다 생각했다.
그 남자처럼 온통 새까맣게 되어있는 차였다. 창문까지 새까맣게 썬팅되어 있어서인지 더 압도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난 오늘도 편의점일을 시작했다.
오늘도 그 남자가 왔다. 새까맣게 온몸을 도배한 그 남자가. 자세히보니 잘생기게 생긴것도 같다.
새까만 선글라스 아래로 오똑한 코, 붉은 입술까지. 안경만 벗으면 틀림없이 잘생길 얼굴이다 라고 생각했다.
"말x루 1갑."
난 친절하게 "만원 받았습니다. "라고 말하며 거스름돈을 주고 나가려는데 내가 잔돈을 거슬러 주려는데 그 남자가 내게 말했다.
"잔돈은 필요없어. 가지든지 말던지. "
그렇게 말하고는 시크하게 나갔다.
아침에 생긴 수입까지 합하면 10300원. 난 너무 기뻐서 오예를 외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겨우 이런일로 직장에서 상사눈에 찍힐 순 없잖은가.
그렇게 평소보다 기분좋은 채로 일을 끝내고 집으로 갔다. 아직까지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뭐 어떠랴 싶었다.
검은 코트의 그 남자가 내게는 수호천사같이 느껴졌다.
내가 편의점 끝나고, 가려고 하자 그 검은 차량이 다가왔다.
위잉- 썬팅된 창문이 내려가고 그 검은 선글라스를 낀 아저씨가 내게 말했다.
"어제랑 같은 집 가는거라면 타라. 나도 마침 그쪽에 볼일이 있으니까. "
난 속으로 기쁜 감정을 숨기려 정말로 애를 썼다.
"감사합니다. "
그 아저씨가 내게 말했다.
"그렇게 아무차나 덥석덥석 타지 마라. 부모님이 남의 차 함부로 타지 말라고 말씀 안하시든?"
난 말했다.
"저희 부모님 제가 하두 어렸을 때 돌아가셔선지 기억도 잘 안나요. "
그 아저씨가 난감한 얼굴로 말씀하셨다.
"그것 참 미안하군. 내가 아픈 상처를 건드린것 같아서 말이야."
살짝 말투가 어그러진것을 보니 내가 미안해졌다. 동시에 이 남자가 귀여워보였다. 난 용기를 내기로 했다.
"미안하면...그 선글라스 벗고 잠깐만 얼굴 보여줘요."
"...뭐?"
너무 핀트가 엇나갔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난 강경파였다.
그가 신경질 부리듯 말했다.
"내 얼굴 뒷세계에서는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얼굴인데. 괜찮겠어?"
살짝 처절하기까지한 그의 목소리에 나도 서글퍼졌지만, 난 한 번 마음먹은 것은 끝까지 해내고마는 성질이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대문에 도착하자 그가 말했다.
"내려. 그리고 얼굴은 다음에 보여줄게."
"언제요?"
그가 신경질 부리듯 말했다.
"언젠가 볼 일이 있을거야. "
그렇게 말하고 대문까지 데려다 준 그는 떠났다.
난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도대체 어떤 얼굴이기에 그런걸까..? 도깨비같은 얼굴? 아니면 칼빵?
궁금해서 잠을 이룰수 없는 나는 이 밤이 참으로 길다 생각했다.
***다음날
이모는 새벽부터 일어나 밥상을 차리고 계셨다.
"얘! 너는 알바도 다니면서 우리 용돈한번을 못주니? 얼른 씻고 나와서 밥 먹어라!"
잔소리로 시작된 하루는 비교적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직 이 집에 붙어 있어도 된단 소리로 들렸으니까.
세수와 양치질을 하고 나온 난 오늘따라 유난히 거실공기가 차다고 생각했다.
''어제 비가와서 그런가?''
밥숟가락을 들며 간만에 아침식사를 만끽하고 있는데, 이모부가 갑자기 할말이 있으시단다.
"우리가 아들, 딸 따라 몇 일후에 미국에 가게 되었는데... 너 지낼곳은 있니?"
조심스럽게 꺼낸 이야기의 정황은 이러했다.
예전부터 이모부는 막대한 빚에 시달려 빚쟁이들에게 쫒기고 계시단다.
허나 어제, 오늘 갑자기 검은 차량을 보시고는 불길한 생각이 들어 아들, 딸이 몇달 전부터 권유해온대로 그 집에 가서 당분간 사시겠다는 내용이었다.
"저는 신경쓰지 마세요. 마침 제 친구가 이번 여름방학에 같이 계곡이 있는 별장에 가서 놀자고 했거든요. 신세지고 있는데 이거 말하는것도 불편해서 얌전히 있었거든요.
마침 잘됬네요. 내일 친구한테 말해도 되겠죠?"
그러자 이모와 이모부 얼굴이 환해지며, 말씀하셨다.
"그러면 이 집은 남겨둘테니까 달당 30씩만 무보증으로 보내주렴. 계좌번호는 쪽지로 남겨둘게."
난 환히 웃으며 말했다.
"네. 그러면 언제 떠나시는데요?"
이모부가 살짝 당황하신듯 말씀하셨다.
"내..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