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유성시점>

"나 또 만나 줄 거지?"
"아...고..곤란해요..."
"어디서 일하는지도 아는데, 못 도망가. 이제."
"그..그건..."
"좋아한거 아니야? 싫었어?"
"그런거랑은...뭔가..다른 느낌..이랄까.."

나의 말에 채혁은 궁금하다는 듯이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뭔데 그게?"
"그...손이 닿으면...붕 뜨는 것 같고..온몸이 찌릿찌릿 한 그런....느낌..."
"하아..."
"오..왜요?"

채혁은 한숨을 쉬더니 이내 나를 끌어안았다.

"아 진짜 뭐지 이 귀여운 생물. 우리 집으로 납치하고 싶다."
"나....납치요?"
"농담이야. 농담. 한 번 더 할래?"
"아...아니요..."

나의 말에 채혁은 소리 내어 웃더니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그런 그를 멍하게 보고 있으니 오라는 손짓을 했다.

"안 씻고 그 꼴로 집 갈 거야?"
"아...끈적끈적..."

끈적한 액체범벅인 몸을 보고는 채혁을 따라 들어갔다.
말끔히 씻고 나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가자. 태워줄게."
"아..아니요..괜찮아요.."
"그럼 나랑 저녁까지 먹고 집 갈래?"
"네? 아..아니요..그냥 집에 갈게요.."

핸드폰 시계를 보니 이미 저녁시간이 되어있었다.

"옳지. 착하지. 가자."

채혁을 뒤따라가서 차에 올라탔다.
집주소를 말해주고 집 앞까지 차를 타고 이동했다.

"아...저기..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 나야 고맙지. 이제 집도 아니까. 진짜 도망 못 가."
"아..저 그럼.. 조심히 돌아가세요."

붉게 물든 얼굴을 들키지 않기 위해
꾸벅 인사를 하고 얼른 차에서 나와 집으로 올라갔다.

집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불을 켜고 차를 세워둔 곳이 보이는 창문으로 갔다.
얼굴을 살짝 내밀고 밖을 보니 아직도 그대로 세워져있는 채혁의 차를 발견하고
주저앉아 얼른 얼굴을 숨겼다.

그러고 폰의 진동이 느껴져 꺼내어 확인했다.
모르는 번호로 문자 한통이 와있었다.

'푹 쉬어. 또 보자.'

채혁인 것 같은 느낌에 점심때 주고받은 명함을 꺼냈다.
명함에는 핸드폰에 찍혀있는 번호와 같은 번호가 적혀있었다.

이게 뭐라고..얼굴이 화끈해지며 가슴이 쿵쾅거린다.
다시 일어나 창밖을 확인하니
채혁의 차는 보이지 않았다.

"하아..심장에 안 좋아.."

뭐 했다고 반해버린 거야...아니야...좋아하는 거 아니야...
그..그냥 처음 겪어 본 느낌에 일시적인거야...

하며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킨다.

"옷...세탁 맡겨야겠다.."

옷 냄새를 맡으니 쿰쿰한 냄새가 나 자꾸만 방금 전 일이 생각난다.
나는 양볼을 손으로 찰싹-때리고는 옷을 갈아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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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2-05 19:09 | 조회 : 4,303 목록
작가의 말
반하나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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