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ㅡ너무 슬프면 웃음이 나온대.

중후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지호랑 똑 닮았다고 얘기할 순 없었지만,
아무래도 그 성격은 닮다못해 아주 똑같았다.


회장ㅡ 그래서 너희 둘이 뭘하고 다닌다고?

지호ㅡ...끌려왔으니 한마디 하죠.
제발 그만좀 하세요. 어차피 내놓은 자식새끼 신경써봐야 화병이나 더 걸리겠어요?

회장ㅡ또, 또 저놈의 말버릇이.


지호ㅡ이제는 못때리시겠죠. 예전엔 마음에만 안들면 때리곤 했잖아요? 그 꼬맹이가 이렇게 커서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데. 요새는 소문도 빨라요.

회장ㅡ저.. 저 놈이!


둘의 대화를 지켜보다
눈치가 보였는지 수현이 지호의 옆을 쿡쿡 찔렀다.

지호ㅡ아버지. 그래서 용건이 뭡니까?


회장ㅡDS그룹 손녀랑 약혼해놓고.
지금 뭐하자는 거냐? 시위하는것도 아니고.. 쯧.
근본없는 것들은..

지호가 회장의 옆에 걸어가 귓속말을 한다.



쨍그랑!

회장이 들고있던 유리잔을 집어 던졌다.

수현의 얼굴에 유리조각 하나가 스쳐지나가면서
살갗이 찢어졌다.

후두둑.

바닥에 깔아놓은 러그가 빨간 핏빛으로 물들었다.


지호ㅡ괜찮아? 형? 망할 영감탱이!

지호가 단숨에 손을 이끌고 나갔다.


지호ㅡ기사아저씨한테 얘기했어.
곧 오실거야.

수현ㅡ...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그 집에서..


지호ㅡ별일 아니야. 그런거... 없어.

수현ㅡ사실대로 얘기해줘. 듣고싶어. 널 이해하고싶어.


어디서부터 얘기해야할까.

시작부터 잔뜩 꼬인 이야기를.


"회장의 눈에 든 여비서가 있었어.
예뻤지. 아주.

하지만 그 여비서는 회장의 요구를 거절했어.

곧 결혼하기로 한 사람이 있었거든.


하지만 그 망할영감ㅌ.. 아니 회장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어. 거의 집착수준이었지.


그리고는 뜻대로 되지 않자 사람을 시켰어.

약혼자를 죽이고나서, 부모님을 죽이겠다고 협박에 협박을 거듭하니까.

그 여자는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딫혔다는것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지.

그리고 운이 나쁘게도, 그때 임신을 했어.

계속되는 스트레스와 주변의 안좋은 시선때문에 그 여자는 죽으려 했지.

하지만 죽을 수 없었어.

아직 남아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으니까.


그래서 끝까지 그 아이를 낳았어.

회장에게는 젊고, 예쁜 여자들이 넘쳐나서 더이상 그 여자가 필요하지 않았어. 그래서 회장은.. 좁디좁은 창고같은 방을 하나 내주었지. 어차피 차고 넘치는게 방일테니까.

그 여자는 죽고싶었어. 세간에는 이미 회장을 유혹해서 사생아를 낳았다는, 그런 소설같은 이야기가 돌고 있었을테니까.

그런데 그렇게 도망칠수 없었어.
아이가 있었으니까.

우울증은 더 심해져갔고 그런 그 사람에게 신경써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그래서, 약을 먹고 죽으려고 했어.

먼저 자식에게 약을 먹이려고 했지.


잠이 잘 오지 않는다면서 의사에게 한알씩 받았던 수면제들을 몽땅 모아서.

그런데 차마 아이를 죽일 수 없었던거야.

그래서 혼자서 죽기를 택했어.


차라리 그때 나도 같이 죽었으면, 좋았겠지만.

여자가 죽고 나니까
더이상 그 눈엣가시같은 애를
지켜줄 사람이 없었어.

누구에게나 미움받는 아이였어.

가진것도 없으면서, 성격만 그쪽을 쏙 빼닮았거든.


아무도 신경쓰지 않으니,
체벌은 점점 심해져갔어.

아무도, 정말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어.


훈육을 위한게 아니라,
고문 수준이었지.

그래서 그 애는 회장을 찾아갔어.

자신이 버림받아서 그곳에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회장의 변덕덕분에, 그래도 그 아이는 목숨이라도 건졌어. 나쁜 손버릇덕분에 가끔 죽을고비를 넘기긴 했지만.

웃었어. 끊임없이.

계속.


결국엔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어.
미친놈이라고 생각해서."


수현ㅡ나, 너가 얼마나 아팠을지 알겠어. 떠올리는게 힘들면, 더이상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아.

지호ㅡ그래.. 그렇지.


수현이 지호를 꼭 안았다.


피식.

지호가 계속해 웃었다.


지호ㅡ있잖아 형, 그거 알아? 너무 슬프면 눈물도 안나온대. 웃음만 나오고...

수현ㅡ이제 내가 있어줄게.

지호ㅡ나, 버리지 마. 버리면 안돼.


지호가 확인하려는듯 더 세게 수현을 끌어안는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곁에 있겠다고 결심한것이.


나랑, 꼭. 곁에 붙어 있어줘.


꼭 시간이 멈춰있었던것 같아.
어린애에서.

내 시간을 찾아줘서, 고마워.



돌아가는 길에 둘은 말이 없었다.
고단한 하루에,

수현은 잠이 들어 꾸벅거렸고


그런 수현을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한 뒤

부슬거리는 머리카락을 손에 꼭 쥔채로
지호가 말했다.


"이렇게 예쁜데. 사랑하지 않고 배길 수가 있겠어?"



맞아. 사랑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어.

이렇게 사랑스럽고,


이렇게 예쁜데.


쪽.

지호가 수현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어떤 마음이었을지 몰라도,

구원이자.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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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13 11:30 | 조회 : 3,913 목록
작가의 말
cherycandy

우아아아ㅏ앙 오랜만에 돌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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