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드디어 밝혀지는 (3)



난 경악에 물들어져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유제림을 지나쳐 신우에게 다가갔다. 유리 너머 보이는 사진들.



"너, 그래, 하하.. 내가 왜 진작 알지 못했을까..."



유제림은 헛웃음을 내뱉고는 이내 내 팔목을 세게 쥐어 끌었다. 난 힘없이 끌려갔고 그녀는 내 뺨을 때렸다. 꽤 큰소리가 났다. 맞은 뺨은 얼얼해 알싸한 고통이 전해져왔다.



"윤예슬, 너 뭐하는..!!"



한진우가 화를 내며 이쪽으로 오려다 문도윤에게 막혀 입술만 깨물며 우릴 바라보았다. 아니, 애초에 한진우의 말은 윤예슬의 큰소리에 막혔다.



"이하현!!"



신우가 몇 번이나 다정히 불러주던 내 이름. 이젠 원망으로 가득찬 그의 여동생이 불러왔다.



"그래, 왜 여기에 신우 오빠가 있나 했더니 이 소설을 쓴 건 너였구나.. 그치? 안그러면 신우 오빠를 이리 기억해줄 리가 없으니까...! 근데... 근데 니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온건데!"



그래, 난 신우를 볼 자격도, 그리워할 자격도 없었다. 하지만 보고 싶었다. 그러면 안된다는 걸 잘 알고 있음에도 난 그가 보고 싶었다.

항상 나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고 다정하게 날 불러주던 널, 언제나 상냥하고 부드럽던, 가끔은 장난을 치기도 하는 널, 내가 많이 좋아했던... 널 보고 싶었다.



"이하현! 다 너 때문이잖아!! 신우 오빠가 죽은 건 너 때문이라고! 그런데 넌 어쩜 이리 뻔뻔하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 내 탓인 게 사실이니까. 예전과 다름없이 유제림은 나를 향해 원망과 분노, 서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소리쳤다.



"왜 니가 아니라 우리 오빠가 죽은건데..!! 니가 죽었어야지, 개새끼야! 흐읍, 오지 말라고 했잖아.. 내가 우리 오빠 찾아 오지 말라고 했잖아, 이하현!!"

그래, 신우의 장례식 때 난 딱 한 번 유제림을 본 적 있었다. 그때 분명 상황 설명을 다 듣고난 후 미친 듯이 울며 내게 소리쳤었다. 왜 잊고 있었을까. 내가 멍청하게 행복에 겨워 잊고 있었다.

유제림은 전처럼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며 날 향해 소리쳤다. 난 이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미안,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래, 난 울 자격도 없다. 울면 안 된다.

64
이번 화 신고 2018-08-09 13:13 | 조회 : 4,679 목록
작가의 말
온씌

흐헝 슬픈 감정 쓰는 거 어렵네요,,,! 이제 막 하현이의 과거와 신우의 죽음, 이곳이 소설이었다는 게 드러나게 됩니닷!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