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화 시작과 처음(1)


이 이야기는 옛날, 아주 옛날.
몇 천년도 몇 만년도 더 전의 옛날에 일어난, 그러니까 그야말로 '태초' 의 이야기입니다.
모든 것이 시작된 처음의 이야기.



처음의 세상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커다란 돌멩이 두 개가 생겨났을 뿐이었습니다.
새하얀 빛을 뿜어내는 돌과 새카만 어둠을 뿜어내는 돌 두 개.

처음 만 년이 지나며 돌은 서서히 빚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소나기에 적셔지고 바람을 맞으며 형태를 띄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현재의 '인간' 과 같은 모습으로.


"...안녕.
너도 나처럼 움직일 수 없니?"
"응."
그러한 모습으로 변하는 와중에 그 둘은 서로와 대화를 했습니다. 두 발이 없어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오랜 시간동안 대화를 나누며 둘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으음...."
5만 년이 다 되어갈 무렵 생명이 깃들어있지 않던 돌멩이는 입을 열었습니다.


두 개의 눈을 반짝이며 떴고, 두 팔로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았으며, 두 다리로 아무것도 없는 주변을 걸어다녔습니다.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그 둘은 서로를 만났습니다.


"너는.."
"......."

어둠과 빛은 그 때 처음으로 서로를 만났습니다.


"말도 안돼. 네가 어둠이구나?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야.."
"...조금씩 몸이 움직여진다곤 생각했지만 정말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될 줄이야."
둘은 각자의 손과 발을 꼼지락거려보았습니다. 가만히 서서 정면을 보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던 돌멩이의 때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그렇게 놀라울 수가 없었습니다.
둘은 멍한 얼굴로 한참동안을 그렇게 있었습니다.


인간의 형태를 띄게 된 후 백 년 정도는 버틸 만했습니다. 주변의 땅들을 둘러보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자신들의 몸에 감탄하며 그럭저럭 재미있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랜 시간이 지나자 지겨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둘은 심심하구나."
"....그러게."
아침도 저녁도 해도 달도 없는 세계에서 둘밖에 없는 것은 참으로 쓸쓸했습니다. 얼굴을 맞대고 얘기할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하던 때도 이미 지나가버린 뒤였습니다.

그 둘은 더 큰 것을 원했습니다.
「생명체」, 그들을 즐겁게 해 줄 무언가.


"그러니까 우리, 가족을 만들어보지 않을래?"
"가족?"

어둠이 무심코 꺼낸 말은 곧이어 현실이 되었습니다.
둘은 서로의 힘이 서로 융합되면 생명체가 태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생명을 창조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들의 몸에서 움직이는 마력을 대부분 소모시켜서야,


"...성공했다.
성공이야 어둠. 우리가 생명을 만들어냈어!"


최초의 「창조」가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창조는 나무와 꽃과 열매, 동물들을 만들었고,
빛은 그들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낮의 태양을 만들었으며, 어둠은 그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아늑한 밤의 달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창조와 빛, 어둠은 깨닫게 되었습니다. 생명체가 살기 위해서는 꽤나 많은 조건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예를 들면 물이라던가 흙이라던가, 바람과 같은 까다로운 조건들.
그것 말고도 그들이 좀 더 편리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빛과 어둠은 결심했습니다.


"너에게 부탁 할 것이 있단다 창조야.
네가 우리를 위해 너와 같은 존재들을 만들어주지 않겠니?"
"너는 「창조」, 생명체들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가능할거야. 네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먼저 만들어보렴."

그 일들을 자신들의 힘을 모두 쏟아부어 만든 '창조' 가 만들도록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창조는 자신을 만든 빛과 어둠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고 따랐으므로 그들의 명령에 따라 세 개의 마석을 우선적으로 먼저 만들었습니다.
각각 힘과 얼음 그리고 공간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자연에서 그리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이 보이는 것들이었지만 나중에 창조는 얘기했다고 합니다.


"「공간」이 존재해야 생물들이 살아갈 터전이 생기고, 「얼음」이 있어야 차가움을 느낄 수 있으며, 그것은 녹으면 물이 될 것이고, 「힘」이 존재해야 생물들 간의 질서가 잡힐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세 가지를 우선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라고.

그렇게 다른 마석들보다 먼저 만들어진 세 개의 마석을 창조와 더불어 '4마석' 이라고 불렸습니다.
약 100년이 흐른 후 힘과 빙설, 공간의 마석은 모두 빛과 어둠처럼 현재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고, 그들은 그 이후로 창조와 함께 다른 마석들을 만드는 일을 도왔습니다.

그들 이후로 만들어진 마석들은 모두 자연계 능력의 마석들이었습니다. 이를테면 불이라던가 물, 흙, 바람과 같은 기본적인 성분들. 그리고 이것을 '1차 마석' 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들도 곧이어 인간의 형태를 띄고 그들은 각자가 지닌 능력을 이용해 세계의 균형을 바로잡고, 능력이 필요한 곳으로 가서 생물들을 도우는 역할을 했습니다.

또 그렇게 몇 백년이 흘러 1차적 마석이 모두 만들어졌다고 생각이 들 때 즈음. 창조는 2차 마석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2차 마석은 필수적인 조건은 아니지만 생물들이 더 편리하게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능력을 지닌 마석을 의미했습니다.

많은 생명들이 탄생했습니다.
마석끼리의 세상을 만들고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빛과 어둠은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였습니다,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빛과 어둠은 또다시 결심했습니다.


"나는 동물과 식물들과 함께 어울려살아갈 수 있는 생명체를 생각하고 있어. 우리의 외형과 비슷하게 생겼고, 「인간」이라고 부를 생각이야. 어둠 너는 어때?"
"난 「마물」이란 걸 만들어보려고.
마력을 지닌 동식물들, 내가 손수 돌봐줄 계획이니까."

빛과 어둠은 각각 공간에게 인간과 마물이 살 공간을 부탁했습니다. 공간은 그들의 부탁을 받아들여 각각 다른 차원에 두 공간을 만들었고, 이제 남은 것은 그곳에 살 생명을 만드는 것 뿐이었습니다.

생명을 만드는 것은 이제는 완전히 창조의 일이 되어버릴 정도였으니, 누가 이 일을 도와줄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될 일. 둘은 곧바로 창조에게로 달려가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각각 인간은 빛의 힘을, 마물은 어둠의 힘을 더해서 창조하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그들이 바라던 세계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했을 쯤, 그들에게로 무언가가 다가왔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있던 어둠과 빛은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서-


"아....."

이드리스를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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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4-02 07:26 | 조회 : 2,052 목록
작가의 말
화사한 잿빛얼굴

백만년만의 업로드입니다. 고등학교 다니다가 잠자면서 그대로 죽을 뻔 했습니다 진짜 피곤합니다 고등학교는 사람이 갈 게 못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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