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나는 딸기 맛 막대 사탕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 과거 회상편1)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려져 고아원에 맡겨진 뒤 언제까지였더라.. 아마 다섯 살 정도에 고아원의 선생들의 폭행에 못 이겨 도망쳐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도망쳐서는 나왔지만 가진 것이라고는 입고 있는 거적때기와도 비슷한 옷가지 뿐이었기에 며칠을 길거리를 배회하며 걸어 다녔다.

그렇게 한 나흘 정도는 아무런 음식도 섭취하지 못한 채 가끔가다 나오는 공중 화장실의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먹으며 생명을 유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삶을 며칠 살다 보니 나흘째인가 되던 날은 눈앞이 가물가물했었다.

내 삶의 끝은 거리를 배회하다 굶어 죽는 것이구나.. 하며 쓰러졌었는데 그때 누군가 나에게 막대 사탕을 던져 주며 혀를 쯧쯧 차면서 지나갔다.

나에게 던져진 막대 사탕은 마치 막대에다가 둥근 무언가를 끼워 넣은 뒤 비닐로 감싼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는 막대 사탕을 그 날 처음 보았기 때문에 한참을 끙끙대면서 겨우 비닐을 벗겨내었다.

비닐을 벗겨낸 막대 사탕은 그 당시 나에게는 탁해 보이는 붉은색 구슬에 막대가 꽂혀있는 듯한 희한한 모습의 무언가였지만 나는 무언가의 홀린 듯 막대 사탕을 한 번 핥았다.

그때의 맛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아마 평생을 가도 나는 그 맛과 그때 그 순간의 느낌을 잊어버리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달고 단 한 번 핥은 것만으로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면서 행복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단 한 번도 깨물거나 입에 넣지 않고 그 막대 사탕을 한 번 한 번 핥아가며 다 먹었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달고 새콤하기도 하며 다섯 살의 나에게 생명 끈 처럼 다가온 그것을 다 먹자 남은 막대기를 나는 약 일주일간을 입에 물고 다녔고 후에는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다.

나중에 돼서야 알게 된 것이지만 그 막대 사탕은 딸기 맛이었다.

딸기 맛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이런 색과 맛과 향의 막대 사탕을 딸기 맛이라고 하는 것은 막대 사탕을 접한 지 약 3년 만의 일이었고 딸기라는 것이 무슨 맛인지 알게 된 것은 정확히 열다섯 살의 크리스마스 날이었다.

처음으로 막대 사탕을 먹어본 후 나는 유리병을 주워 다니며 삶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상자 같은 종이들은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이 구역을 나누면서까지 많이 주워 다니셔서 그런 것들은 줍지 않았다.

유리병 한 병의 가격이 얼마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 날은 웬일로 길가에 병들이 많아서 하루 동안 무려 1,000원을 넘게 벌었던 적이 있었다.

하루 동안 버는 돈은 거의 500원 정도였다.

가장 싼 빵 같은 것을 하나 사고 막대가 달린 사탕을 한, 두 개 정도 살 수 있는 돈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목숨을 연명해 가던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온종일 병을 줍고 돈을 받은 뒤 빵과 막대가 달린 사탕을 사기 위해 항상 가는 동네 슈퍼에 들어갔다.

이 슈퍼의 아주머니는 가끔 사탕을 하나 더 주셔서 항상 이곳에서만 샀었다.

그런데 들어가자마자 보인 것은 무척이나 커다란 막대 사탕!

붉은 비닐 껍질에 무언가 초록색 이파리가 달린 원형 물체가 그려진 것을 보니 내가 좋아하는 그 막대가 달린 사탕이 틀림없었다.

"아, 아주머니 이게 제가 먹던 그 막대 달린 사탕이 맞아요?"

"그렇단다. 하지만 그건 크기가 보통 것의 열 배 정도의 크기로 나온 몇 개 안 되는 사탕이라 1,000원이나 하는데 괜찮겠니?"

그 날 번 돈은 510원이었다.

그래서 아주머니께 울먹이며 말했다.

"아주머니.. 저어.. 저 930원 밖에 없는데.. 제가 병 조금 더 주워서 팔아서 내일 올 테니까요.. 그러니까 저거 남겨주시면 안 돼요...?

네? 제발.. 부탁드려요..."

아주머니는 나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후유- 하고 한숨을 내쉰 뒤 커다란 막대 달린 사탕을 집어드시며 말했다.

"내일 밤까지는 내가 가지고 있으마."

"네, 네..! 내일 밤까지 꼭 올게요!"

그렇게 나는 그 날의 밥을 포기하고 다음 날까지 벌어들인 돈 정확하게 1,000원으로 아주머니가 가지고 계셨던 거대한 대왕 막대 달린 사탕을 살 수 있었다.

이틀 만의 첫 음식이자 마지막 음식이었지만 많은 포만감과 행복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후에도 나는 그 동네에서 약 3년 정도를 더 살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 아주머니께 내가 좋아하는 이 사탕을 막대 사탕이라고 하며 내가 항상 먹는 맛은 딸기 맛이라는 것들도 알게 되었다.

사실 그곳을 떠날 생각은 전혀 없었고 만약 있었더라도 어떻게 가는지 몰랐을 내가 그때 그 동네를 떠난 이유는 아주머니의 슈퍼가 없어져 버리고 몰래 주워 팔던 유리병을 길거리에 내놓았던 주인들이 더는 병을 많이 내놓지 않으면서부터였다.

그렇게 하루 동안 벌었던 돈이 400원, 300원.. 점점 줄어들자 나는 어느 날 굳게 결심을 하고 그 당시 가지고 있었던 전 재산인 200원으로 내가 좋아하는 딸기 맛 막대 사탕 두 개를 사 들고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을 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 딸기 맛 사탕을 맛보았던 그 날처럼 너무나도 힘들고 배고픈 날이었고 눈도 가물가물해졌다.

결국 정신을 잃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눈을 뜨니 주름이 자글자글한 그런 할머니가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산책하던 중 나를 발견하여 데리고 왔다고 하셨다.

갈 곳이라던가 있을 곳이 없었던 나를 가엽게 여기신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좋지는 못한 형편이었지만 나를 키우기 시작하셨다.

그렇게 나는 그 동네에서 살게 되었다.

새롭게 살기 시작한 동네는 저번 동네보다 나무가 많고, 더욱 크고 맑은 하천가가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농사를 지어 생계를 유지하는 한 시골의 농촌이었다.

나도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따라 농사를 거들었고 말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시키시는 일이나 심부름 전부를 마다하지 않고 바라는 것이 없는 마냥 살던 나였지만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산 지 일주일이 되던 그 날 나는 할머니에게 살짝 말씀드렸다.

"딸기 맛 막대 사탕을 먹고 싶어요.. 할머니.. 저, 하루에 딱 한 개만 먹게 해주시면 안 돼요..?"

할머니는 울먹거리며 말하는 나를 보며

"에구 궁.. 그게 그리도 먹고 싶었나?

이 할미가 할아부지께 말해볼텡께 울지 말구.. 에구에구..."

라고 말씀하셨고 그 날 이후 나는 매일 매일 하루 한 개의 딸기 맛 막대 사탕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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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09 23:37 | 조회 : 1,735 목록
작가의 말
보라린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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