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죽음

"겉으로 다친 곳이 전혀 없어. 뭐지? 그냥 정신만 나가있는 상태 같은데?"

"수상한 냄새가 난다. 수상한 냄새가 나..."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나를 깨운다.



"...?"

"아 엘소드 정신이 들어요? 여기 병원인데..."

"저는 분명...하멜 제 2의 어둠의 문에서 임무 수행 중..."


"엘소드, 임무는 실패하셨어요."

"...네?"

"기억이 나지...않으세요?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기억이 뭔가요?"

"마지막..."




눈을 감고 붉고 검었던, 그 곳을 다시 떠올려본다. 그래...분명 마계와 연결된 포탈 근처에서 우리들은 싸우고...




"잘 기억이 안 나는데...그냥 열심히 싸우고 있었어요. 뭐랄까 꿈을 생각하고 있는 기분일까요?"

"당신 근처에 누가 있나요? 동료들이 다 같이 있나요?"



왜인지 머리가 아파온다.














'엘소드...!'


빨갛고 푸른 화려한 폭발을 등에 지고 울면서 나에게 달려와 안겼던...



"아이샤...?"







"음...엄청난 충격에 의해 기억 일부분이 날아간 것 같네요. 우선 지금 상황부터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아 그건 제가 설명할께요."




나를 봐주던 의사 뒤에서 아리엘이 나타났다.


"아리엘입니다. 몸도 성치 못한 분께는 실례지만 알려드려야할 것이 너무 많네요."

"아...내 친구들은?"

"우선 엘수색대가 맡았던 어둠의 문 진압작전은 실패에요. 대실패."

"...!"

"그 임무에 실패함으로써 엄청난 수의 마족이 넘어오고 방어선이 엘더마을까지 내려갔습니다. 이제 최후의 방어선이지요. 점령당한 마을들의 주민들은 거의 모두 사망했습니다. 샌더는 고립되었고 이제 곧 마족들의 손에 넘어가겠지요. 어둠의 문이 열려던 하멜이야 뭐...그들의 본거지가 되었습니다. 병력손실도 어마어마하고...뭐 이제 그냥 인류는 끝난거죠."



이건 대체 무슨 소리인가...


"분명...! 임무수행 중 경과는 괜찮았는데..."

"그 후로가 기억이 안 떠오르시나 보네요. 생존자가 없어서 뭐...당신의 불온전한 기억 밖에..."


생존자가 없어...?


"생존자? 생존자! 레나누나는? 레이븐형이랑 이브...청, 아라랑..."

"아..."


"아이샤!!!!!"

"생존자가 당신만 있는건 아니지만..."

"하...후..."



약간의 안도감이 들었다.


"이제 움직이실 수 있으면 저를 따라오세요."




아리엘은 나를 차갑게 쏘아보고는 들어왔던 병실 문을 연다. 허둥지둥 이불을 걷어 버리고 침대에서 내려와 발을 딛었다. 하지만 욱씬거리는 몸은 말을 듣지 않았고 그대로 고꾸라졌다.


콰당!

"으윽..."

"...한심하긴."





입이 백 개라도 나는 할 말이 없다. 나 때문에 인류는 멸망의 위기해 처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아직 아리엘의 말이 몸소 실감나진 않는다. 다시 숨을 가다듬고 몸을 일으켜 아리엘을 뒤쫓아간다. 그녀가 나를 바라보는 그 눈빛은 차갑다 못해 시리다. 얼마 멀지 않는 근처의 병실까지 그녀, 아리엘과 나 사이에는 전엔 없던 차가운 침묵이 가득 채워질 뿐이다.






방실 문을 열기 전에 아리엘은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나에게 말 했다.

"처음으로 발견된 생존자는 청입니다. 하지만..."




눈으로 직접 보라는 듯이 나를 강제로 이끌어 문 앞에 세우고는 문을 벌컥하고 연다. 예전의 몸 상태가 아닌 나는 여자 손에 의해 끌려갈 만큼 약해져있었다.



"기약없는 의식불명상태. 칼에 찔려 출혈이 심했다고 합니다."

"...!!!!!!!!"

"청은, 당신의 동료는 지금 저 침대 위에서 셀 수도 없이 많은 기계들을 달고 간신히 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뭐...어젯밤 큰 고비는 넘겼습니다. 지금 당장 죽지는 않을꺼라네요."

"처...청..."




보글보글 소리를 내는 기계. 삑삑 거리는 기계. 무언가 조잡한 많은 것들이 그의 몸에 덕지덕지 붙어있다. 미동도 없이 마치 죽은 것처럼 눈을 꼬옥 감고 누워있다. 얼굴은 이곳저곳 터지고 부어올라 있다. 슬쩍보이는 그의 피부에는 많이 낯이 익은 상처들이 나있다. 아아...



"아...이게 뭐야..."

"들어가지 마세요!"


내가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 그녀가 나를 저지한다.


"그는 절대안정을 취해야합니다. 접근하면 안됩니다..."

"비켜."

"다음 생존자를 봐야해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그녀가 당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씨발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아이샤도 생존 했습니다."

아이샤...아이샤.


"하...다행이다 아이샤..."

"아니요. 그녀는 곧 죽습니다."



아리엘의 멱살을 잡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녀보다 약해져있고 그녀의 손에 의해 내동댕이 쳐졌다. 그녀는 여전히 그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쏘아본다.



"바로 저 방입니다. 들어가보세요. 늦기 전에."


청의 병실 앞에 서 있는 아리엘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녀가 가리킨 곳으로 엉거주춤 뛰쳐갔다.


다리야...빨리 움직여줘. 빨리...빨리!





너무나도 멀었던 그 얼마 되지도 않는 몇 걸음. 그 짧은 시간 동안 내 심장소리는 왜 이렇게까지 크게 들리는 걸까? 가슴 시리게 아파온다. 아아...그녀는...



















벌컥!


"사망하셨습니다."

삐이이이이이이--------------




정말 너무하게도 내가 문을 열자마자 내 눈에 보이는 건 나를 마지막으로 바라보고 울면서 눈을 감고 있는...





"아이샤!!!!!!!"











들려오던 나의 심장소리가 이제는 들리지 않고 죽음을 알려주는 그 기분 나쁜 소리가 내 심장을 가득 채운다.










엘수색대 스폰서-코보
담당자-아리엘



어둠의 문 임무 보고
[대실패]


-생존자 수색 작업 내용-

마계의 포탈이 열렸던 하멜 선착장 근처의 시공간은 '하멜 제 2의 어둠의 문'이라 칭함. 기존 하멜의 안 쪽 지역에 열렸던 기존의 하멜 어둠의 문과는 구별됨. 수색대원이 그 현장에 도착 당시 해당 포탈은 닫혀있었고 마족은 전부 하멜 안 쪽(기존의 하멜 어둠의 문)과 바다 건너 벨더로 이동한 상태. 그렇기에 바다를 통해 해당 어둠의 문 근처로 잠입이 가능했음. 해당 지역 오염이 심함. 포탈과 공격에 의해 뒤집어진 땅 외에 특별한 흔적 없음.




-생존자-

이름: 엘소드
직업: 로드 나이트

이름: 청
직업: 데들리 체이서

이름: 아이샤(이후 사망)
직업: 엘리멘탈 마스터
사인: 흑마법에 의한 피폭


-사망자 및 실종자-

이름: 레나
직업: 윈드스니커
-시신 수습. 그러나 엘프에게 양도 가능하지 못 함.

이름: 레이븐
직업: 블레이드 마스터
-시신 수습

이름: 이브
코드: 네메시스
-신체 발견 및 양도, 수리할 기술 없음(알테라 마을 접근 불가)
-손상된 코드 회복 불가&일부 코드 해석 불가 및 오류, 일부 코드 실종

이름: 아라
직업: 제천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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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11-03 23:28 | 조회 : 3,273 목록
작가의 말
YluJ

몇 개월 전에 쓰다가(네이버) 아이디 한 번 막혀서 망연자실...해서 손 놓고 있었던 소설인데요. 심심해서 다시 씁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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