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가지마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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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또? 어제도 오늘도... 어쩜 그렇게 끈질기냐?"

"딱히 승부 제한은 없잖아? 다시 승부해."

타카스기는 처음 도장깨기에서 진 이후로 매일 수업... 아니, 도장깨기를 하러왔다.

솔직히 이쯤되면 도장깨기가 아니라 수업을 받으러온다고 해도 딱히 틀린말은 아닌듯 하다.

매일매일 상처를 늘려가면서, 가끔씩 수업을 몰래 빠지는 긴토키나, 나보다 더 성실히 서당에 찾아오고 있다.

녀석의 성실함만큼은 이미 우릴 이겼다고 봐도 될 것 같았다. 오늘도 역시, 긴토키와 녀석의 승부를 지켜보게 됐다.

"하아앗!"

"......!"

...... 하지만 오늘은 결과가 달라져버렸다.

"뭐야... 진짜 긴상을 이겨버렸네요. 선생님, 어쩌죠? 도장깨기 당해버렸습니다?"

"하하하하. 그렇네요, 어쩌죠?"

"웃을 때가 아닙니다."

"아직 전부를 깬건 아니잖아요. 카오루가 남았는걸요? 그리고 저도 아직 건재하고 말이죠?"

하지만 이미 주변은... 우르르 몰려와 녀석이 도장깨기 성공한 것을 축하하며 떠들어대고 있었다.

"굉장해! 정말 긴토키를 이겨버렸어!"

"지금까지 카오루 말고 아무도 이긴 적이 없없는데, 대단해!"

"해냈구나! 그렇게 열심히 오더니만!"

주변 애들의 칭찬에 녀석은 두 뺨에, 귀까지 빨갛게 물들이고 버럭한다.

"친한 척 하지마! 너네들이 나랑 동문이냐!"

"어라, 그랬나요? 틀림없이 이미 우리에게 들어왔다고 생각했어요. 그도 그럴 것이 누구보다도 열심히 매일 배우러, 아니 매일 도장 깨기를 하러 왔으니까요."

그러자 누워있던 긴토키가 벌떡 일어나더니 외쳤다.

"어이이이! 이 아늑한 분위기는 뭐냐아아! 도대체 누굴 응원하는 거야. 그 녀석 도장 깨기! 도장 깨기 당했다고!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 완전 깨졌다고! 지금 웃을 때냐아아! 조금은 져 버린 자기 편을 걱정해 줄 생각은 없..."

퍽.

나는 가볍게 긴토키의 머리를 가격했다.

"시끄럽습니다, 긴상. 패배한 자는 말이 없는 법이죠."

"죽은 자겠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긴상. 제가 있잖습니까. 긴상이 아무리 지고, 깨지고, 패배하고, 쓰러지더라도 절 이기지 못하면... 아니지, 스승인 소요 선생님을 이기지 못하면 어차피 도장 깨기는 물 건너 간겁니다."

"진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하는 거야! 어이, 다시 승부.."

흥분하기 시작한 긴토키의 뒤로 누군가 와서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무언가를 건넨다.

.... 주먹밥?

"이미 적도 아군도 없어! 자, 열심히 주먹밥을 만들자!"

저 녀석은... 지난번 타카스기랑 같이 있던 녀석이었다. 난데없이 서당에 와서 주먹밥을 만들자니... 애초에 저 재료들은 어디서 난거지?

"적이고 아군이고 이전에, 넌 뭐하는 거야! 왜 정체도 알 수 없는 네녀석이 만든 주먹밥을 먹어야만 하는 건데?!"

긴토키가 대신 속 시원하게 말해준다. 도대체 이 상황에서 어떻게 들어온 거야?

오히려, 긴토키의 말은 들은 녀석은 화난 표정을 짓더니 버럭한다.

"누가 먹어도 좋다고 했어? 만들자는 것 뿐이야!"

"그건 또 무슨 의식이야!"

이렇게 둘이서 싸우는 와중에 또 우리 선생님이라는 분은...

"아, 죄송해요. 이미 먹어버렸어요."

"빨라!"

답이 없었다.

그래도... 꽤나 즐겁다. 그냥 이대로만 흘러가면 좋겠지만, 난 언젠가 사라지겠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예상가는 시기는 있다.

긴토키가 유곽으로 향할 때.

그때 내가 생기게 될 테니, 그때 쯤 사라지지 않을까 예상은 하고있다. 같은 시대에 나라는 존재가 둘이나 될 수는 없을 테니까.

"아! 카오루도 이미 먹고 있었어! 배신자들!"

"뭡니까. 제가 먹겠다는데, 불만 있습니까?"

"......아니, 많이 먹으라고."


* * *


그렇게 왁자지껄 웃으며 떠든게 고작 며칠 전이었다. 여유로운 날들이 계속된다 싶으면 항상 이렇게 안 좋은 일이 터졌지.

오늘도... 그런 날인 듯 싶다. 거기다 안 좋은 예감마저 든다.

아니, 오늘 뿐만이 아니었다. 사실 소문은 전부터 조금씩은 돌고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오늘 무슨 계기인지 불안한 바람이 분다.

그리고 이런 식의 안 좋은 예감이 드는 날은 항상 들어맞았다.

떠도는 소문은 대강 이런 내용이었다.

이 지역의 아이들을 모아 막부를 비판하고, 국가 전복에 대해 설교를 한다는... 그런 억지 소문.

아마 쇼요의 자유분방한 사상이 그런 소문으로 변형된 것 같았다.

기분이 안 좋았다. 그래서...

수업을 빠졌다.

서당 뒷마당에 있는 나무 위에 누워서 눈을 감고 있었다.

들킬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를 고집한 이유는 최근 타카스기가 이 울타리 너머에서 항상 수업하는 걸 훔쳐보기 때문이다.

나는 타카스기를 훔쳐보는 게 좋았다. 약점 하나를 더 잡을 수 있으니까.

오늘도 비슷한 시간대에 와서 수업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도장에서 수업하기 전에 서당에서 수업하고 있는 걸 보고 있다. 그렇게 듣고 싶으면 들어와 듣는다고 해서 뭐라 할 사람은 없을 텐데.

아, 정정. 긴토키는 투덜거리겠지.

그런데... 매일 혼자 오던 녀석인데 오늘따라 불청객들을 줄줄이 달고 왔다.

"소문대로네. 최근 수업 때 네 얼굴이 안보여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의심스런 서당에 관심을 갖고 있다니. 타카스기 너도 드디어 강무관 파문이다."

"......."

아... 저 녀석들 저번에 쇼요한테 처맞은 녀석들이구나. 하여간 끊임 없이 시비를 걸으러 오네. 내 얼굴이라도 한 번 보여줄까. 기억하려나?

"아니, 이건 오히려 네 녀석한테 좋은 건가? 어쨌든 불쌍하게 파문 당했다해도 넌 이제 갈 곳도 없어. 왜냐면 오늘 밤 이 서당은 무너질 테니까."

뭐?! 저 반푼이가 돌았나? 지금 뭐라고? 아주 그냥 뚤린 입이라고!

나무에서 뛰어 내려갈려 몸을 일으킨 순간 녀석이 더 열을 내며 떠들었다.

"이 서당과 막부 관료들의 현 움직임에 대해 내 아버지가 알고 있는 몇 가지 헛소문을 알려줄 수도 있다만. 그놈에 대한 좋은 소식도 있어. 그놈은 여기서 나가 쫓기거나 막부에 끌려 갈 걸? 왠 이상한 떠돌이 무사가 이런 걸 서당이라 속이기나 하고..."

"......"

"신분을 잊은 채, 우리 무사들을 우롱했기 때문에 이렇게 되는거다. 네 놈도 그 녀석도 더 이상 여기에 있을 자린 없어.
타카스기, 네 놈같은 건 사무라이가 되지 못해."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녀석이 타카스기를 조롱하고 있는 것, 그리고 남겨질 서당의 아이들 따윈 머릿속에 들어오지 조차 않았다. 고아인 아이들은 긴토키와 나. 나머지는 집에 돌아가면 그만이었으니까.

쇼요가 쫓기거나, 끌려간단 소리만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나는 조용히 기척을 지우고, 나무 위에서 내려왔다. 머리가 점차 하얘지고 몸이 떨렸지만 나이는 헛으로 먹은 건 아니었나보다. 허둥대는 머리와 생각과는 달리 손발은 제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일단 최소한의 짐을 쌌다. 아마 잡히지 않고 쫓기게 된다면 필요할 것 같았다. 옷가지 같은 건 짐이 너무 커지니까 그냥 재쳐두고, 소도와 돈을 챙겼다.

약 만 엔 정도로 한화로 십만 원쯤이었다.

여기에서 몇년간, 서당에서 공부할 때 쓴 책에 안쓰고 모아서 껴놨는데, 쇼요가 용돈으로 주거나 마을에서 싹싹하게 굴었을 때 어른들이 꼬깃꼬깃 쥐어주던 돈이었다.

그리고 쇼요와 긴토키에게 설명하고, 혹시 모르니 준비하는 게좋을 것 같다고 미리 말해뒀다.

... 그래서 타카스기가 녀석들을 전부 쓰러뜨려 의절 당할 거라는 사실은 후에, 아주 후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


* * *


"타카스기, 이런 깊은 밤에 노닐고 다니면 이번에는 정말 의절당할 거야."

"걱정할 필요 없어. 어차피 내일이면 의절 당할 몸이야. 카츠라, 넌 어때? 이런 밤에 이런 곳에서 배회하면 우등생 신분을 상실하게 될 텐데?"

"걱정할 필요 없어. 강압적인 방식의 교육에 막 싫증나던 참이었으니. 넌 갚을 빚도 있고. 아, 서당에는 도망가라고 미리 전해 뒀는데, 이미 알고 있더라? 네가 말했어?"

"아니."

"이상하네... 뭐, 아무튼. 명문 강무관 제일의 신동과 악동이 같은 편인 이상 막부 관료들 막는 건 식은 죽 먹기야."

담벼락 뒤, 몸을 숨긴 두 꼬맹이, 타카스기와 카츠라가 검을 들고 잡담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명문 두 사람? 웃기고들 있네. 국가 전복을 노리기 위해 반란분자를 육성하는 악의 소굴 쇼카손주쿠의 악동 3명의 말썽이잖아?"

긴토키가 검을 들고 당당하게 담벼락 뒤에 숨은 둘의 사이를 걸어나갔다.

".....!"

"너....! 왜 여기 있는거야?! 도망가라고 얘기했잖아!"

그러자 긴토키가 특유의 무심함으로 코를 파며 대답했다.

"그거 쇼요에 대한 거 맞지? 내가 왜 도망가야 하는 건데? 아, 것보다 니들, 수업 빼먹는 방법이랑 밤에 돌아다니는 방법을 배웠나 보네?
이 시점에서 이미 너희는 내 좋은 제자들이 된 것 같아. 그래서 적어도 작별 인사를 하러 왔지."

둘은 긴토키의 말에 멍하니 그를 쳐다봤다.

"하지만 너희들은 이걸로 충분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흰 여길 빠져나가. 쇼요와 카오루... 그리고 난 어차피 떠돌이 출신 이라서 집이라 부를 장소는 널리고 널렸어. 하지만 너희는 달라. 더 이상 관여한다면 돌아갈 수 없어.
무사계급의 지위를 잃고 싶지 않잖아?"

그러자 둘은 숨어있던 담벼락에서 나와 긴토키 옆에 당당히 섰다.

"...... 만약 우리가 돌아갈 장소가 있다면, 우선 이런 곳은 아닐 거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난 어떠한 친척들도 없었어. 날 돌봐줄 누구도 처음부터 없었던 거야.
무엇보다도 무사 계급이란 직함만을 필요로 하는 그런 것들이 될 생각 따윈 더 이상 없어."

"만약 우리가 원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 우리에게 주어진 게 아닐 거다.
이 눈으로 찾아서, 이 손으로 붙잡을 거야."

셋은 천천히 걸어나갔다. 막부 관료들이 그들을 발견하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알겠어. 그럼 다른 말은 하지 않을게."

"어이, 거기 꼬맹이들! 이렇게 늦은 시간에 뭐하고 다니는 거냐? 집은 어디..."

"쇼카손주쿠 요시다 쇼요의 제자, 긴토키."

"동문, 카츠라 코타로."

"동문, 타카스기 신스케."

검을 고쳐잡고 셋이서 달러들러는 찰나, 그들의 뒤로 그림자가 드리졌다.

딱.
딱.
딱.

"긴토키, 한참을 찾았습니다. 여기서 뭐하는 짓입니까."

그들 뒤에는 카오루가 서 있었다. 평소 쓰던 호칭인 긴상이라는 호칭을 쓰지 않는 것만 봐서도 화가 많이 난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카오루는 살기까지 흩뿌리며 진심으로 화내고 있었다.

"제가 조용히 도망가자고 했잖습니까, 긴토키."

"... 시끄러, 내가 왜 도망가야되는데? 일을 일으키고 쫓기나, 일으키지 않고 쫓기나 똑같아. 그럼 차라리 일으키고 튀는 게 나아."

"일으키고 튀게 되면, 얼굴이 알려지게 됩니다. 그럼 선생님은 저희를 보호하며 떠돌아다니기가 더 힘들어지겠죠. 그리고... 최악의 상황, 선생님은... 우릴 위해서..."

카오루는 말을 잇다 말고 긴토키 옆에 서 있는 카츠라와 타카스기를 쳐다봤다.

둘은 카오루의 눈빛과 마주치고 흠칫했다.

카오루는 살기를 누그러뜨리고 손으로 이마를 쓸어올리며 한 숨을 쉬었다.

"하아... 어차피 당신들 때문에서라도 왔어야 했군요. 조용히 집에 돌아가면 좋았을 것을... 어째서 일이 이렇게 꼬였을까. 긴토키를 혼낸다고 해서 해결 될 게 아니었군요, 이미.
...... 긴토키가 오지 않았더라면 당신들을 구하지 못했을 테니..."

카오루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슬픈 미소를 지으며 그들 한명 한명을 쳐다봤다.
셋은 당황했다. 긴토키조차도 한 번도 카오루의 그런 얼굴을 보지 못했기에.

"어이! 저 녀석들 칼을 들고 있어! 제압해!"

관료들이 검 손잡이 위에 손을 올려 칼을 뽑을 준비 자셀 취하며 우릴 향해 외쳤다.
그런 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저는 그 칼들이 칼집에 머무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미 한 쪽은 칼을 내렸습니다. 부디, 제가 칼을 뽑지 않게 해 주세요."

"... 너, 넌! 요시다 쇼요!"

"저에 대해서 멋대로 소문 내는 것 정도는 상관 없습니다. 제가 눈에 거슬린다면 어디로든지 나가겠어요. 하지만...... 그 검이 저 제자들에게 향한다면, 저는 정말로 국가를 전복하는 것도 개의치 않겠습니다."

쇼요는 반대편에서 그들 사이로 걸어왔고, 그들의 검을 전부 부러뜨렸다.

"이, 이런! 도움 요청 바란다!"

그리고, 그들은 도망치며 아군을 불러댔다.
쇼요는 웃으며 우리들을 향해 걸어왔다.

"... 제자들은 끌여들이지 않으려고 모두 집에 돌려보냈다고 생각 했는데... 아직도 이런 곳에 남아있었나요, 이 악동들. 하지만 죄송해요, 도장 깨기씨. 이젠 깨버릴 도장도 서당도 없어져 버렸네요."

"걱정할 필요 없어. 내가 깨고 싶은 건 서당이나 도장이 아니라 당신이야, 쇼요 선생님."

"선생님, 우리에게는 선생님이 있는 곳이면 들판이든 밭이든 학교에요."

"게다가 당신의 무사도도 우리의 무사도도 이런 걸로 꺾어질 정도로 약하지 않잖아?"

쇼요는 조금 놀란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이런, 긴토키. 당신보다 더 건방진 학생들을 데려온 것 같네요."

"그렇네!... 그런데... 우리... 혹시... 잘못된 일을 해서 당신에게 방해되는 거야?"

"아뇨, 딱히 당신들이 잘못한 건 없어요. 언젠가 이렇게 될 터였으니까... 하지만!"

딱.
딱.
딱.

"반편이들이 밤놀이라니 100년은 빨라."

쇼요의 어마어마한 딱밤에 카츠라, 긴토키, 타카스기가 차례로 머리를 쥐며 무릎을 꿇었다.

.
.
.
.
"선생님... 이 사람들은..."

서당이 없어진 지금, 아까 쇼요가 셋에게 딱밤으로 처벌한 후 서둘러서 다시 서당으로 향하던 도중이었다.

싸놓은 짐을 긴토키를 찾아다니느라 서당에 두고 왔기 때문이었다.

잠깐 들릴 생각이었다. 짐만 들고 쫓기며 떠돌아 다닐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길목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과 마주쳤다.

아까 관료들이 부른 도움 요청이 그들인 것 같았다.
그들은 삿갓에 지장을 들고 있었다.

셋은 모르는 것 같았지만 나와 쇼요는 알 수 있었다.
아니, 셋 역시 몰라도 느끼긴 했는지 자연스레 몸이 굳었다.

강했다. 우리들보다 훨씬.

쇼요의 항상 웃던 얼굴이 굳어졌다.
아마도 우릴 데리고 저들에게 빠져나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불안감에 휩싸였다.

"선생님, 그러지 마세요, 제발."

긴토키가 둘을 만날 때부터 펴지지 않았던 울것 같은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계속 불안했다.

그래서 여기까지 오면서 얼굴을 피지 못했다.
쇼요는 우리를 위해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할 생각이었다.

희생이었다.

"미안해요, 카오루. 그렇게 말했는데도 전 당신에게 다시 상처를 줄 것 같네요. 아니, 아까 고백해준 긴토키랑 뒤에 두분들에게도..."

"그게 선생님한테는 옳은 선택입니까?"

"... 네."

그리고 쇼요는 칼을 버리고 그들에게 무장을 하지 않은 채 다가갔다.

그리고 말을 나눴는데 투항하는 대신 우리에게 손끝하나 내지 말라는 것 같았다. 아니, 확실했다.

쇼요는 정말 얌전히 잡혀갔다. 반항 한 번 하지 않은 채, 뒷모습을 보이며 점점 멀어져 갔다.

안 돼. 데려가지마.

가지마요, 선생님.

지금 보내면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확신했다.

검을 빼들고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

나를 선두로 뒤에 세 명도 달려들었지만,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이 지장 비스무래 한 것으로 우리를 가로막았다.

반항했지만 그들을 넘어설 수 없었다. 검을 휘둘렀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않고 제압했다.
그들에게 상처 하나 입힐 수 없었고, 우리 역시 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

힘의 차이가 확실했다.

허무해져서 큰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지 마요... 남겨진 사람의 기분은 왜 생각해주지 않는 거예요, 쇼요 선생님.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말했는데......"

긴토키가 나를 대신한 건지 크게 그를 불렀다.

"선생님!"

긴토키의 외침에 쇼요가 뒤돌아봤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확실하게 그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너무도 확실하게.

"긴토키, 카오루... 뒷 일을 부탁할게요. 동료들을, 모두를 지켜주세요... 미안해요."

쇼요의 그 마지막 한마디 말에 아무도 그를 부를 수 없었다. 그저 멀거니 쳐다봤다.

쇼요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져 간다. 시야에서 사라져 간다.

우리는, 그렇게 선생님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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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8-07 18:42 | 조회 : 2,005 목록
작가의 말
나른한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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