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아, 오셨어요."



회사에서 만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밖에있는 카페에서 만났다.
심지어 그 회사와 꽤 멀리 떨어진.


선생님은 기어코 카페 안까지 오겠다고 하셨지만
나는 그냥 주차장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괜히 이런 일 때문에 얼굴 알리고 싶지 않았다.



"왜 이런 곳에서...?"
"기자들이 어디 어떻게 있을지 몰라서요."


그쪽에선 두명이 왔다.
나와 연락을 주고받던 직원 하나와, 조금 높아보이는 사람 하나.



"그 기자는...?"
"아직 저희도 연락만 받은 거고요. 그쪽 출판사에서도 아직 모르는 눈치더라고요."



갤러리 정보는 개최 전까지는 비밀리에 회의된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사전 예매도 없어서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어떻게 새어나간 건지,
예전에 특종만을 노리고 접근했다가 봉변을 당했던 기자가
복수심을 품고 회사측에 연락을 넣은 것이다.


'고후연이 모습을 직접 드러내서 사과하지 않으면
하루 전날 갤러리장을 엉망으로 만들겠다.'


일종의 테러 선고였다.



심지어 회사측에 구체적인 장소를 써놨기 때문에 더욱 비상이었다.
어떻게 새어나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그녀에게 정보를 줬다는 소리니까.


"...일단 내부에 정보를 흘린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조치는 취하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무슨 경로로 알아냈는지도 미지수라...."



문자나 메신저를 통해서?
아니면 직접 만나서?
만나기 위해서 어떤 연락을 취했는데?


머리가 복잡했다.
선생님과 함께 들어오지 않은 걸 천만다행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가 더 있는데..."
"네? 뭐가 더있죠?"
"테러 뿐만 아니라, 고 화백님의 성정체성에 대해서도
다 까발려 버릴 거라는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요?!"



전화라니,
아니 그보다 성 정체성이라니.


그 여자가 짐작하고 있다는 것쯤은 눈치 채고 있었지만
경고를 준 이후로 끝난 게 아니었나.


머리가 지끈거렸다.
막을 방법이 없었다. 언론에 선생님을 밝히는 건 죽기보다 싫은데.


"전화를 걸었다면 추적이 가능하지 않나요."
"안그래도 추적을 했는데.... 웬 남자더라고요. 게다가 모르는 사람이고."
"증언은요?"
"아마 노숙자였던 것 같은데, 돈을 주고 대사를 읽으라고 시킨 것 같았어요.
CCTV없는 골목에서 지시한 것 같더라고요. 치밀하게."



손톱만 잘근잘근 물었다.
여자가 속했던 언론사에서도 이미 사퇴한지 오래라고 말했다.
프리랜서가 된지 오래된 것 같은데, 최근에는 활동을 그만한지도
꽤 흘렀다고 말했다.


오직 복수를 위해서 종적을 감춘건가.


이걸 어떻게 전해야 하나.
그리고 대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다시 비밀리에 날짜를 연기해주세요."

"네. 기간은..."

"한달 정도.. 가능할까요?"

"이게 저희가 바꾼다고 무작정 되는 게 아닙니다.
건물 빌리는 계약도 다시 해야되고..."

"그 때 발생하는 비용은 저희 측에서 전부 부담하겠습니다."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건 오직 선생님의 정체 뿐.




"...선생님."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당신이 분노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 때문에 짐승이 될 수도 있는 당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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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01 03:03 | 조회 : 1,345 목록
작가의 말
천재일우

늦게와서 죄송합니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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