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과연 당신은 정말 나를 위해 예술을 포기할 수 있을까?
나는 문득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정말 당신이 예술을 포기하기를 바라는 걸까?



굳이 답을 찾자면, 둘다 NO.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어찌 이리 모순이 되는 건지.
나는 그가 자신의 모든 것을 오직 '나' 라는 존재때문에 포기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갈망하게 되는 마음.
결국 파멸밖에 남지않는 길임을 알면서도 나는 자꾸만 그것을 원했다.



"...선생님."



한창 우리 둘다 절정으로 향해 가고 있을 때 쯤이었다.
우리는 원래 관계를 하면서 불필요한 대화는 하지 않았었는데, 갑자기 말을 꺼내니까 그도 놀란 모양이었다.


잠시 몸짓을 느슨하게 하며 내 말에 귀 기울인다.


"선생님은... 저보다 좋은 게 있어요?"


내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던가.
연인들 간에 서로의 소중함을 물으며 그 사랑을 확인하는 방식을 이상하게 여겼었다.

당연한 걸 왜 묻는거지?
좋아하니까 서로 연애하는 거지 그럼...


이렇게 삐딱한 마음을 갖고 있던 난데,
내가 그 어처구니 없는 사람이 되고 있었다.
당연한 걸 묻는 사람.


이제야 그 심리를 알 것 같다.
괜히 듣고싶었다.

저 건조한 입술을 뚫고 나와 나를 적셔줄 혀에서 울려퍼질 말을.
당연히 내가 가장 소중하다고, 나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다 버릴 수 있다고.


하지만 내가 예상했다시피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이 나를 한 번 훑었다.

완전히 결합되어 있는 우리의 몸을.


나는 그것이 퍽 새삼스러워서 괜히 부끄러운 마음에 허리를 뺐다.
그 순간,



"아..!!!!"


엄청난 고통이 들이닥친다.
함부로 그의 말을 듣지 않고 도망치려 한 죄.


그는 죗값인지 대답인지 모를 것을 한웅큼 쥐어 내 안에 무자비하게 쑤셔넣었다.

내가 어딜 어떻게 느끼는 지 다 알고 있으면서도 자비없이 들이박는다.
아래가 찢어질 것 같이 화끈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의 단단한 것은 내 아래에 들어 왔다, 나갔다 하면서
그 차가운 공기가 안으로 들어오기도 전에 커다란 고통과 함께 다시 들어온다.

나는 그 생생한 느낌에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아픔 때문에 내가 한 말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그저 내가 나쁜거지,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거지,
내가 감히 선생님을 뿌리치려 하다니

이런 생각만 맴돌뿐.



어쩌면 이미 복종된 것은 그가 아니라 나 혼자가 아닐까.
나는 그에게 어떤 대답을 바라고 지금... 이렇게 혼자....



"나, 짝사랑이에요?"



오늘 왜이렇게 바보같은 질문을 많이 하지?
무슨 대답을 듣고 싶어서,
무슨 기대를 또 하려고, 바보같이.


그가 아무렇게나 누워있는 내 몸에 소중하게 입을 맞추고 화장실로 향할 때 쯤이었다.

이렇게 널부러져 있으니까 아무 의욕도 나질 않는다.

순간 내 처지가 엄청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고작 이 작은 우주안에 있으면서 온 세상 모든 것을 거머쥔 듯 굴고 있었다.

내가 한 사람을 전지전능하게 다룰 줄 알았지.
사실 실은 내 몸 마디마다 묶여있었거늘.



"내가 말했지."
"....."
"대답할 필요가 없는 데엔 대답하지 않아."



무슨 뜻이었을까.

당신의 그 말은 진실일까, 거짓일까.

내가 나를 너무 과대평가 하고 있던걸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무얼 말하고 싶어 그대는 나를 비참하게 만드는가.





비참해지는 건 나일까, 아니면 사랑하는 이에게 의심을 받는 당신일까?



4
이번 화 신고 2019-02-07 21:41 | 조회 : 1,230 목록
작가의 말
천재일우

선생님의 그 말은 진심일까요, 핑계일까요. 아니면 그렇게 자꾸 착각하게 만들어서 애매하게 날 가두려는 심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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