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아...."


말이 안나올 정도로 창피하다. 쪽팔려 죽겠다.
아니 왜 갑자기 이 방까지 들어오신거야?

보통 내 작은 방까지는 들어온 적이 거의 없다.
선생님이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는 밤을 새는 날이 많아서,
나 혼자 잠자는 용으로만 쓰던 방인데 이렇게 안까지 들어오실 줄이야.


요즘에는 그와 함께 있다가 잠드는 날이 많아서 거의 안 쓰는 방이었는데.



"스케치도 안하고 어딜갔나 했는데,"
"......"
"이런 짓을 하고 있었을 줄이야."


'짓'


그 말이 날 무겁게 눌렀다.
내 이런 모습이 선생님에게는 오직 더러운 짓일 뿐일까.


선생님이 내게 실망했을 게 너무 두렵기도 하고
이런 모습을 선생님에게 들켰다는 것 자체가 너무도 불안하고 또 창피하기만 했다.

그를 바라보지도 못하고 나는 내 꼴이 얼마나 우스울지 생각도 못한 채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고개 들어."



이렇게 비참한데 어떻게 더러운 내가 감히 당신의 눈에 들어.
나는 바들바들 떨기만 할 뿐 처음으로 그의 명령에 굴복했다.


셔츠만 입고 있던 나는 아래가 벗겨진 그 상태 그대로
그의 손에 들려져 침대로 던져졌다.


"흐윽...."



나도모르게 눈물이 났다.
이렇게 청승맞게 우는 건 나도 싫은데,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선생님이 날 이렇게
함부로 대한다는 게 죽기보다 싫었나보다.


다정하게 바뀐 그에게 적응한지 얼마나 됐다고,
나는 벌써부터 이런 거친 손길에 거부하며 울고불고 있었다.


그는 무표정이었지만 심한 당황을 느끼고 있었다.
눈치가 빠르지 않아도 그정도 쯤은 볼 수 있었다. 내 자신보다 그를 더 잘 아니까.
그의 손은 허공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내게 뻗어오지를 못했다.

나는 당장이라도 그 거칠고 물감으로 얼룩진 손을 당장 끌어와
나를 쓰다듬고 싶었지만 울음만 나오는 탓에 내 행동을 제어할 수가 없었다.



"죄, 죄송해..요....."



이런 '짓'을 해서,
감히 당신을 앞에 두고 다른 짓을 해서 죄송해요.
당신을 다시 그렇게 난폭하게 만들어서 죄송해요.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이 그림을 그만두고 날 잡아먹어 줬으면 하는 더러운 마음이
...죄송해요.




"이리 와."



그렇게 말하며 정작 다가오는 것은 선생님.
이게 이제야 내가 익숙해진 그의 모습이다.

내가 사랑하던 난폭한 그는 이제 나로 인해 조련된다.


나는 내가 복종하는 이가 나에 의해 자기의 예술마저 포기한다는 사실에
다시금 아래가 빳빳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라, 죄송해요.
나의 고흐


3
이번 화 신고 2019-02-06 22:14 | 조회 : 1,185 목록
작가의 말
천재일우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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