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 음식집에 왔다. 눈 앞에 엄청 고급스럽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진열되는데 난 손을 차마 움직일 수가 없다.
"입에 안맞아?"
"아니요, 너무 맛있어요. 보기에도 예뻐요."
선생님은 어떻게 이런 곳을 아셨을까. 나는 날 위해 무언가를 생각해 온 선생님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지금 내 앞에서 저렇게 완벽한 자세로 음식을 먹는 선생님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여자고 남자고 할 것 없이 한 번씩은 그를 쳐다보며 간다.
놀램과 설렘이 섞인 그 눈빛들이 역겹다. 저 모습은 나만 봐야하는데.
"작업실에선 늘 대충 떼웠는데, 이렇게 드시니까 좋죠?"
"난 네가 준 게 더 좋아."
가끔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하면 나는 저절로 입이 다물어진다.
새빨개진 얼굴을 쳐다보며 선생님은 잔잔한 미소를 짓는다.
확실히 예전에 비하면 선생님의 감정이 점점 솔직해지고 있다.
표면위로 그의 감정이 드러나는 것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스테이크를 써는 그의 몸짓이 마치 예술이다. 조각상이 완벽한 동선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나는 곧은 그의 자세마저 탐이 났다.
"이 사람들이 다 없었으면 좋겠어요."
"......."
"다 선생님을 흘금거려요."
선생님이 아무말 없이 자신의 입주변을 정리하더니 내게 음식을 건네준다.
나는 그것을 받아 먹었다. 입을 움직이는 나를 보며 선생님은 얕게 말했다.
"그럼 다음부터는 식당을 빌려서 오지."
한낱 허세가 아니라 여유로움이자 날 향한 구애였다.
나는 나를 위해서 어디까지 해줄 수 있냐는 유치한 질문은 하지 않은 대신,
얼마나 그를 사랑하는지를 보이며 보답을 갈구했다.
그리고 그는 몇 십배의 사랑으로 그것을 제시했지.
"얼른 돌아가고 싶어요."
"......."
"선생님, 오늘은 그림 다 완성 하셨죠?"
그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직 음식들은 반 정도가 남아있다.
우리는 배가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나머지 반은 서로로 채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