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런던(2)

13화




13화-런던(2)





“여기인 것 같은데요?”

상진이 유지아에 말에 건물 입구 옆에 붙은 명패를 바라보았다. 명패에는 영어로 유상진이라고 적혀 있었다. 상진과 유지아가 집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의외로 있을 건 전부 있네요….”

집 안에는 침대와 책상과 같은 가구는 물론 화장실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었고 X의 말대로 생필품과 음식 들이 넉넉히 저장되어 있었다. 통조림 같은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넉넉했고 밀가루 같은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식자재 역시 넉넉했다. 채소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적어도 음식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물은 아무리 보아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상진이 부엌의 수도꼭지를 돌리자 물이 흘러나왔다. 겉으로는 더러워 보이지 않았지만, 무척이나 역한 냄새를 풍기는 물이 말이다! 분명 오염된 것이다.

“...”

오염된 물을 보곤 말이 없어진 두 사람. 먼저 입을 연 것은 유지아였다.

“이…. 이게 식수는 아니겠죠? 이건 해외의 물이라서 라고 하기엔 좀 심한데요.”

그녀의 말에 상진이 그녀에게 물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부엌 말고는 물이 나올만한 곳은 안 보여요…. 설마 이게 식수인 걸까요?”

상진의 물음에 유지아도 의문을 제시했다.

“이상하네요…. 아까 본 냉장고도 그렇고 이 물이나 도시의 풍경이 아무리 봐도 영국 같지 않아요. 약간 시골 촌 동네에 와서 충격받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무슨 말인지는 알 것 같네요. 일단 이 물을 그냥 마셨다간 정신 못 차릴 텐데….”

상진이 주변을 둘러보더니 무엇인가 발견하곤 가까이 다가가 크고 어디선가 익숙히 봐온 그것에 손을 올렸다. 기존에 알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지만, 가스레인지와 비슷했다. 불을 켜는 버튼은 물론이고 가스도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다만 그것의 위로 연결된 파이프로 보아 아래에 직접 불을 피우고 위에서 조리하는 형식인듯하다. 연료는 석탄일 터였다.

“21세기에 석탄을 연료로 하는 레인지라니…. 시대가 한참은 잘못됐잖아…. 환경오염 어쩌고 하더니 가정집에 이런 게….”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그녀를 뒤로하고 식탁에 놓여있던 무언가를 꺼내 보였다.

“그건…. 홍차 잎이네요?”

“어디서 들은 거지만, 차가 발전한 나라는 물맛이 없거나 오염된 물이라 그냥 생으로 마실 수 없어 발전한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영국은 확실히 홍차를 즐겨 마시는 나라죠.”

“어쩔 수 없이 물은 홍차로 끓여서 마시든지 해야겠네요.”

“이렇게라도 마실 수 있어 다행이긴 하지만….”

상진이 말을 하던 도중에 입을 닫았지만 유지아도 그가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대충은 알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이 집의 모습에 할 말을 잃은 것이리라.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이 집의 조명은 양초였다. 21세기에 양초를 조명으로 쓰는 곳이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여기 있었다….

“일단은 지아 씨 집도 한 번 가봐요. 우리 집만 이런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상진의 말에 유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래요. 설마 전부 이런 집이겠어요…?”

“네…. 부디 그러지 않길…. 어서 가봐요.”

상진과 유지아가 상진의 집에서 나와 걷기 시작했다. 길을 따라 걸어 계속 오른쪽으로 돌았더니 유지아의 집이 나왔다. 상진의 집과 같은 블록에 있는 집이었지만 5분 거리를 돌고 돌아 15분이나 걸려 겨우겨우 찾아낸 그들이었다.

그녀의 집의 입구 옆 명패에도 영어로 유지아라고 적혀 있었다. 상진과 유지아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집 역시 상진의 집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말…. 어떻게 이런…. 여기가 제가 알고 있는 영국이 맞는 걸까요? 사실은 런던이 아니라 시골인가?”

유지아의 말에 상진이 묵묵히 집안을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차라리 시골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요…. 웨스트민스터 궁전과 빅벤을 보고도 런던이 아니라고 하긴 어렵네요.”

상진의 말에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뭐 일단은 밖으로 나가봐요. 사람들이 모일만한 곳이 있을까요?”

“랜드마크 격인 건물들 쪽에 사람들이 모이지 않을까요? 좀 전에 말했던 빅벤이나 웨스트민스터 사원 같은 곳들로 가보면 사람들이 모여 있을지도 몰라요.”

상진의 말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집에서 나와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향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 정식 명칭은 ‘웨스트민스터 세인트 피터 참사회 성당’이다. 영국 왕실 대관식 등의 장소로 쓰이거나 왕족/위인들의 무덤이 있고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웨스트민스터 궁전의 바로 서쪽에 위치하여 있어 상진과 유지아는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상진과 유지아가 처음 눈을 뜬 장소는 런던아이가 있는 템스강의 맞은편으로 웨스트민스터 궁전의 북쪽에 위치하였다. 덕분에 두 사람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자신들이 얼마나 길을 헤매며 왔는지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도착하자 인근에 꽤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보다는 빅벤 쪽에 사람이 더 많았다. 못해도 100명은 모여 있는 것 같았다.

상진과 유지아가 빅벤 쪽으로 가자, 어떤 남자가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여러분! 더는 X에게 당하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가능한 많은 사람이 살아남아야만 합니다!”

상진과 유지아의 시선이 자연스레 남자에게로 갔다. 그런데 저 큰 소리로 소리치는 남자의 얼굴은 두 사람이 익히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바로 박명현이었던 것이다.

“저건…. 명현 씨!”

“앗! 저기 봐요. 상진 씨!”

유지아가 박명현의 뒤쪽을 가리켰다. 상진이 박명현의 뒤쪽을 보니 그곳에는 신우성이 있었다. 박명현의 뒤에서 그에게 따봉을 날리고 있었다. 대충 상황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박명현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우리는 우리끼리 싸울 것이 아니라, X와 싸워야만 합니다! 부디 힘을 빌려주세요!”

그때 박명현의 앞으로 몇몇 이들이 몰려들었다. 바로 이전에 함께 싸워왔던 동료들이었다. 그 안에는 충청도 남자도 있었다. 상진과 유지아도 다가갔다.

“당연히 함께 해야되유!”

“명현 씨”

“아! 상진 씨 지아 씨! 모두 다시 만났네요!”

박명현이 반가운 듯이 말했다. 뒤에서 신우성이 상진과 유지아를 향해 반가운 듯 손을 흔들었다.

“상진 씨! 지아 씨!”

“우성 씨.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신우성이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가 눈을 떴을 때 박명현과 함께였다고 한다. X의 설명을 듣고 집을 확인한 뒤 광장에서 사람들을 모으려 했다고 한다. 마침 이전에 사람들을 이끌어 본 전적이 있는 박명현이 있었고 신우성은 박명현에게 사람들 앞에서 큰 소리로 얘기해 달라고 한 것이다.

“이렇게 한 번 얘기를 꺼내고 안 꺼내고는 큰 차이가 있어요. 우리의 적은 X입니다. 서바이벌 때처럼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죠. 반격의 시작입니다.”

신우성의 말에 유지아가 믿음이 안 간다는 표정을 하곤 말했다.

“못 믿는 건 아니지만, 우성 씨. 자신만만하게 얘기하긴 하는데 방법은 있는 거죠?”

“게임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X를 불러낼 수 있을 거예요. 그때 마피아가 X를 쏘면 어떻게 될까요? 궁금하지 않아요? X도 결국은 사람. 공중에 있는 것이나 귓속에 때려 넣는 듯한 음성이나 모두 어떤 트릭이 있을 겁니다. X를 잡을 수 있다면 배스트예요.”

신우성의 말에 상진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하였다.

“사실 이곳에서 X가 처음 나타났을 때, 제 앞에 나타났었어요. 제가 달려가 주먹을 휘둘렀는데 아무렇지 않게 피해냈어요. 마치 X의 공모자들 같은 움직임이었죠. 그렇지만 X의 공모자들 같은 광기는 느껴지지 않았어요. X의 공모자들도 총알을 피하는데 X라고 못 피할까요?”

“뭐 총을 쏘는 것은 예시일 뿐이고, 우선은 시도라도 해봅시다. 해보고 안 해보고는 차이가 있다는 거 상진 씨도 잘 알잖아요?”

신우성의 말에 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우선은 시도라도 해봐야죠.”

셋이서 얘기하며 한눈팔던 그때 박명현의 주변에는 그새 꽤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대부분은 이전의 동료들이었다. 이들을 보곤 동조하여 몰려온 이들도 상당했다. 박명현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5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를 보곤 신우성이 말했다.

“함께 하고 싶은 사람. 명현 씨는 그런 사람이죠. 신뢰할 수 있는 그런 사람. 굳이 뭐라고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저런 사람은 바로 알 수 있어요. 얼굴에 다 쓰여 있다니까?”

신우성의 말에 상진은 물론이고 유지아 역시 이해할 수 있었다. 저런 사람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서바이벌 게임에서 50명이나 되는 사람이 모인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박명현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신우성이 박명현에게 다가가 그의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여러분! 사람이 모였으니 본부도 필요하지 않겠어요? 이곳 영국의 국회의사당! 웨스트민스터 궁전을 본부로 삼는 것은 어떨까요!!”

신우성의 말에 사람들이 기세 좋게 소리쳤다.

“좋다! 좋아! 이왕 하는 거 확실하게 합시다!!”

“X놈한테 당하기만 할 수는 없죠! 우리가 잡읍시다!”

오늘 처음 본 사람들이 그새 몇 년은 함께한 전우처럼 한목소리로 단합하였다. 사람을 다루는데 신우성만큼 이렇게 능숙한 이도 없을 것이다. 상황이 상황이기 때문일까. 신우성의 가벼운 말 한마디에 사람들이 움직였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잘 받아주네요. 뭐라 하는 사람도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애초에 저 사람들에게 있어 우리에게 협력할 이유는 없을 텐데…. 협력할만한 무언가를 제시하지도 않았잖아요.”

박명현이 중얼거리듯 말하자 신우성이 그에게 말했다.

“뭐. 그만큼 모두가 X에게 당한 것이 많으니까요. 강력한 공동의 적은 다른 이들을 단합하게 하는 데는 정말 최고입니다. 이유야 어쨌든, 우리에게 협력해준다면 우리에게 나쁜 건 없어요.”

“그렇군요….”

“우선은 그 유명한 영국의 국회의사당. 웨스트민스터 궁전에서 제대로 이야기나 나눠볼까요?”

신우성이 박명현과 유지아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과 함께 웨스트민스터 궁전의 내부로 들어갔다. 상진도 곧바로 따라 들어가려 하였다. 그러나 상진의 시선의 들어온 그것은 상진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데 충분했다.

“멈춰있네….”

상진이 본 것은 런던의 랜드마크. 빅벤의 시계였다. 거대한 시계탑의 시계. 그러나 그 시곗바늘은 12시를 가리킨 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시침 분침 초침 모두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12시를 가리킬 뿐이었다.







TO BE CONTINUED...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


홍차

-홍차는 찻잎 내부의 성분이 자체에 들어있는 효소에 산화되어 붉은빛을 띠는 차를 뜻한다. 녹차나 보이차와 같이 효소의 작용을 중지시키는 쇄청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잎 자체의 효소로 산화가 된 것이다.

동양에서는 우러난 차의 빛깔(붉은색)을 보고 홍차라고 하지만, 서양에서는 찻잎의 색깔(검은색)을 보고 흑차(Black Tea)라고 부른다. 녹차는 동서양 공통으로 綠茶-Green Tea다. 서양에서 '홍차', 즉 Red tea는 허브의 일종인 루이보스를 우려낸 대용차를 말한다.

흔히 영국이 홍차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데, 영국이 홍차 문화의 꽃을 피운 건 맞지만 사실 차나무는 중국이 원산지이며, 현재는 인도에서 가장 많이 생산 및 소비된다. 인도는 세계 홍차 생산의 약 44%, 소비의 72%를 점유하는 홍차의 최대 생산 겸 소비국이다.

취향에 따라 우유나 생크림, 설탕, 꿀, 레몬, 브랜디, 잼, 일부는 소금 등도 첨가하여 마신다. 특히 우유를 넣은 홍차는 따로 밀크티로 분류한다. 작가는 공차 밀크티를 좋아한다.

쓴 걸 영 못 먹는 사람이 아닌 한 그럭저럭 마실만 한 쓴맛이 나며, 쓴맛의 특성상 단 음식과 궁합이 좋다. 단 음식만 너무 먹으면 물리는데 홍차를 한 번씩 마셔주면 입가심이 되면서 또 단 음식을 더 잘 찾게 된다. 티파티에 나오는 달콤한 디저트류들과 홍차의 궁합이 높은 이유. 다만 별도의 다른 음식을 곁들이지 않고, 그냥 홍차 자체가 좋아서 단독으로 마시는 사람들도 많다.

0
이번 화 신고 2021-03-01 10:46 | 조회 : 766 목록
작가의 말
KJP

업로드가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