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서바이벌 게임(5)

8화




8화-서바이벌 게임(5)





“어떻게…. 이런 일이…. 어떻게 벌써…. 상처가 이렇게나 회복된 거지…?”

상진의 손의 상처는 벌써 붙어 아물기 시작하고 있었다. 본래라면 아직도 잘 붙지 못하고 벌어져 출혈도 지속되었어야 했다. 그런데 그의 손에서는 이미 피가 멎고 회복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유지아가 상진에게 물었다.

“상진 씨. 혹시 이번에 말고 이전에 지금처럼 크게 다친 적 있어요…?”

상진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뇨, 크게 다친 적은 따로 없어요…. 피부가 찢어진다거나 뼈가 부러져 본 적도 없어요.”

유지아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떨고 있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다급해 보이기도 하였다.

“그럼…. 작은 상처 정도는 있었겠죠…? 종이에 베였다던가. 아니면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다던가. 있었죠?”

“네 당연히…. 어릴 적에 작은 상처 하나 없이 크는 사람이 어딨어요….”

“그럼…. 그때도 이렇게 빨리 나았어요…? 막 무릎이 까졌는데 하루 만에 전부 나았다던가….”

그녀가 말하다가 상진의 얼굴을 보곤 멈칫하더니 이내 이어 말하였다.

“잠깐 그 상처. 뺨에 생긴 상처는 여기서 생겼다고 했죠? 낫는 데 얼마나 걸렸어요?”

상진이 그녀의 물음에 조금 고민하더니 이내 답하였다.

“잘…. 모르겠어요. 상처에 신경 쓸 수 있을 상황이 아니었고 상처에 대해 떠올렸을 땐 이미 다 나아있었죠. 어릴 적 생겼던 상처도 그렇게 빨리 회복됐다고는 생각이 안 들어요. 무릎이 까지면 나을 때까지 약을 발라도 며칠은 걸렸으니까요. 그렇게 놀랄 정도로 제 손의 상처가 빨리 나은 거예요?”

유지아가 흥분한 듯 높은 어조로 말하였다.

“이건…. 빨리 낫는다는 회복의 영역이 아니에요…! 이 정도면 재생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예요! 그 심한 상처가 봉합도 못 했는데…! 심지어는 소독도 하지 못했어요…. 염증이 나고 고름이 차도 할 말이 없는데 벌써 상처가 붙어서 아물고 있다고요…? 이건 정말 말도 안 돼요…!”

옆에서 말없이 듣고만 있던 신우성도 그녀의 말에 거들었다.

“확실히…. 이런 회복력은 듣도 보도 못했어요. 경이로울 정도예요. 상진 씨 잘 생각해봐요. 정말 어렸을 때 생긴 상처가 회복하는데 2주가 걸린 게 맞아요? 지금 회복력이면 하루는커녕 낫는 게 눈에 보였을 정도예요.”

상진의 말문이 턱하고 막혔다. 그도 그럴 게 상진은 정말 지금껏 놀라울 정도의 회복력을 보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신우성이나 유지아도 많이 놀랐지만 가장 놀란 것은 상진 본인이었다. 상진이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인제야 상진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음을 알아챈 신우성과 유지아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지아가 말없이 상진의 상처에 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전만큼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느껴지는 아픔에 상진이 얼굴을 찡그렸다. 세 사람의 침묵이 깨진 것은 상진의 손에 천을 다시 감은 뒤였다. 신우성이 입을 열었다.

“뭐 자각은 없었지만, 상처가 빨리 나은 것 자체는 좋은 일이에요. 지금 속도라면 그 큰 상처가 3일이면 나을 만한 속도로 회복이 되고 있죠. 상진 씨의 어릴 적이나 이곳 밖에서 생긴 상처에 대한 회복력이 지금 같지 않은 게 정말이라면…. 인제 와서 돌연 회복력이 높아진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신우성의 말에 유지아가 입을 열었다.

“돌연 회복력이 높아져요…? 최근 상진 씨에게 나타난 변화라곤 X에 의해 이곳에 끌려온 것이 전부일 테잖아요. 그렇다는 건 이곳에 끌려온 것이 계기가 된 걸까요?”

그녀의 말을 들은 신우성이 눈을 번뜩이더니 나이프를 꺼내 자신의 손가락에 작은 상처를 냈다. 신우성의 행동에 놀란 상진이 소리쳤다.

“우성 씨…! 뭐 하는 거예요…! 갑자기 자기 손에 상처를 왜 내요…?!”

신우성이 상진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유지아에게 물었다.

“지아 씨. 보통 이런 상처가 낫는 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들까요?”

“개…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12일에서 15일 정도면 나을 거예요….”

신우성이 그녀의 대답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더니 손가락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런데 이 상처가 하루 만에 낫는다면…?”

신우성의 물음에 상진과 유지아의 눈이 커졌다. 상진이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평상시보다 높은 회복력을 가진다는 말 인 거죠…?”

“제 상처가 빨리 낫는다면 말이죠. 뭐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드는 생각이 첫날에 짙게 낀 안개를 기억하고 있죠? 그 안개가 지금도 이 섬 곳곳에 퍼져 있어요. 짙은 것은 아니지만 분명 퍼져 있죠. 이 안개의 성분을 조사할 수 있다면…. 이 안개에 회복력을 높여줄 성분이 들어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신우성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말을 이었다.

“만약 X의 공모자가 정말로 공모자인 것이 아니라 약을 이용해 날뛰게 만든 것으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만약 그렇다면 안개에 그러한 성분도 포함이 되어있어 일부 사람들이 X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어요.”

유지아가 신우성의 의견에 긍정했다.

“그럴 듯하네요…. X의 공모자들…. 그 사람들의 표정은 광기가 느껴져요. 결코 정상적인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X는 왜 회복력을 높이는 성분까지 안개에 포함한 걸까요…?”

그녀의 물음에 신우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까진 모르겠네요. 그리고 안개에 그런 성분이 있다면 왜 우리는 멀쩡한 것인지…. X의 생각을 알 수가 없어요. 정보도 너무 적고요. 애초에 1,000명 정도의 사람을 어떻게 이 섬에 모아 두었는지도 의문이에요.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말 그대로 이 게임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는 것뿐…. 앞으로 3일 동안 말이죠.”

신우성의 말에 말없이 조용히 있던 상진이 입을 열었다.

“...정말 3일 뒤면 끝나는 걸까요?”

상진의 물음에 유지아가 되물었다.

“그럼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에요?”

그녀의 물음에 상진이 답했다.

“X는 이 게임이 끝나면 모두를 일상으로 되돌려 준다고는 단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어요. 그저 14일간 살아남으라고 할 뿐이었죠. 14일이 지나면 끝난다는 말도 없었죠….”

상진의 답에 유지아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지금도 많은 사람이 죽었어요.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라면….”

신우성이 그녀의 말에 끼어들었다.

“더 많은 사람이 죽게 될지도 모를 일이죠. 14일이 지난다고 끝일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어요.”

신우성이 주먹을 꽉 쥐었다. 나름대로 일본에서는 알아줄 정도의 탐정이었건만 지금의 현 상황을 무엇하나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스스로에 대한 분함과 X에 대한 분함이었다. 그가 벌떡 일어서더니 두 사람에게 말했다.

“자. 이제 이동합시다. 불도 피웠고 점점 날도 밝아오고 있어요. 이곳에 계속 머무르긴 어렵습니다. 더 머물렀다간 누가 달려들지 몰라요.”

신우성의 말에 유지아와 상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음날, 신우성이 손가락에 낸 상처는 깨끗하게 아물었다.




* * *




-서바이벌 게임 시작 후 13일 경과-


“후우-위험해라 위험해. 저 녀석들 뭐야…? 누가 저런 곳에다 묶어놓은 거람…?”

“갑자기 밧줄을 끊고 달려올 줄은 상상도 못 했어. 다행히 한 명도 다치지 않았고 녀석들도 처리했지만 말이야.”

“명현 씨.”

명현이라 불린 남자. 크고 떡 벌어진 체격에 지성까지 갖춘 이 남자는 이곳의 이들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존재였다. 현재 이 섬의 생존한 그룹 중 가장 많은 인원으로 둘째 날부터 시작해 계속해서 사람들을 구해내고 똘똘 뭉쳐서 살아남은 이 집단을 구성한 사람이 바로 명현이었다. 이 집단은 현재 50명 가까이 될 정도로 규모가 커진 상태였다. 명현이 자신을 부른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음…? 아 시현 씨. 어때요? 이쪽 지역 탐색은? 아직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요. 어떻게든 구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을 살려야만 해요. 나름 섬을 꽤 둘러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고작 50명…. 1,000명 중에 고작 50명이에요…. 더 힘내야 합니다.”

명현에 의해 만들어진 이 집단은 둘째 날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사람들을 계속해서 구해냈다. 인원이 늘어날수록 수색하는 거리도 늘어났지만, 수색 때는 X의 공모자에 의한 피해도 적지 않았다. 그러한 희생만 없었더라면 이 집단은 진작에 80명은 되었을 것이다. 전 소방관으로서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임했기에 가능한 숫자였다. 시현이라 불린 여자가 답했다.

“아직은 큰 성과가 없어요. 언덕 위에서 꽤 큰 동굴을 발견했어요. 동굴 입구가 절벽 사이에 있었죠.”

그녀의 말에 명현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거 잘됐네요! 거기로 이동해서 거기를 중심으로 수색을 하죠. 남은 이틀간 최대한 많이 구합시다!”

“그런데 동굴 내부에서 싸움의 흔적이 발견됐어요. 핏자국과 함께 두 명의 시신이 발견됐어요. 둘 다 여성이었고 나이프에 당했어요. 꽤 격한 싸움이었던 것 같은데 분명 인원이 더 있었을 겁니다. 그곳을 주변으로 수색하고 있어요.”

그녀의 설명에 명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하…. 그렇군요…. 고마워요. 시신은 잘 묻어주세요.”

“네…. 너무 힘들어하진 말아요. 명현 씨가 구한 사람이 이렇게 많아요. 모두 명현 씨에게 감사하고 있어요.”

“고마워요.”

명현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 * *




“우성 씨! 사람들 소리예요!”

상진의 다급한 외침에 신우성과 유지아가 깜짝 놀랐다.

“사..사람 소리라고요?”

유지아와 신우성이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내 신우성이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

“확실히 사람 소리예요. 그것도 꽤 많은 인원이에요. 싸움이라도 난 건가….”

상진이 우성에게 물었다.

“어떡하죠…?”

“일단은 근처까지 가서 상황을 살피죠.”

신우성이 유지아에게 말했다.

“지아 씨도 같이 가요. 다 같이 갑시다.”

신우성의 말에 유지아가 대답하며 총을 꺼내 들었다. 상진이 신우성을 바라보자 신우성이 상진에게 쓴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이제 이전 같은 실수는 하지 않아요. 모두 함께 움직입니다.”

그의 말에 상진이 미소를 지었다.







TO BE CONTINUED...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


섬에 낀 안개

-X에 의해 실행된 살인 게임의 무대인 이 섬에는 늘 안개가 끼어있고 흐린 날씨 탓에 늘 스산한 느낌이 든다. 신우성은 이 안개에 상처 회복력을 높여주는 성분과 사람을 미치게 만들어 X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약품 성분이 들어가 있으리라 추측하며 X의 공모자들 특유의 광기 있는 모습과 놀라운 신체 능력은 이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어째서 자신들은 멀쩡한 것 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라 밝혔다. 안개에서는 수영장 특유의 소독약 냄새가 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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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2-04 17:24 | 조회 : 707 목록
작가의 말
KJP

새로운 인물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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