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서바이벌 게임(4)

7화




7화-서바이벌 게임(4)





“지아 씨…! 위험..해!”

박한이 느닷없이 눈을 번쩍 뜨고는 벌떡 일어섰다. 손에는 칼이 들려 있는 채였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유지아를 향해 박한이 달려들었다.

-푹!!

“...!”

유지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상진 씨…!”

박한의 칼에 찔린 것은 유지아가 아니었다. 유지아가 칼에 찔리기 직전 상진이 달려왔고 박한의 칼은 상진의 왼쪽 손바닥을 꿰뚫었다.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고통에 상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상진이 거친 호흡으로 꿰뚫린 손바닥 채 박한을 붙잡았다. 그때 신우성이 달려들었다.

-쩌억!

신우성의 왼발이 커다란 원을 그리며 박한의 관자놀이에 꽂혔다. 박한이 짧은 단말마와 함께 동굴 바닥에 뒹굴었다.

“커헉…!”

-우당탕!

“주..죽은 건 아니겠죠?”

“아마도요.”

상진이 다리가 풀린 듯 털썩하고 주저앉았다.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지아와 신우성 또한 주저앉았다. 신우성이 상진에게 물었다.

“하아…. 위험했어요. 정말. 상진 씨 손은 괜찮아요?”

“아마도요…. 이 정도로 뭘…!”

상진이 손에 박힌 칼을 뽑으려고 하였다. 그때 상진의 팔을 유지아가 다급히 붙잡았다.

“미쳤어요? 지금 그 칼 덕분에 과다출혈로 안 죽고 있는 거니까 절대 빼지 마요.”

유지아가 이유림에게 다가갔다.

“아…. 아…. 늦었어….”

유지아의 말에 신우성과 상진이 다가왔다. 상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아…아까까지 분명 살아있었어요. 근데 왜…. 아냐. 왜 죽어요…. 살아있을 거야!”

상진의 말에 유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이유림과 차유슬을 보며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무 늦었어요…. 하다못해 발견하자마자 응급처치라도 할 수 있었다면 어떻게든 살 수는 있었겠지만…. 그때도 이미 골든 타임은…!”

신우성이 유지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유지아가 신우성을 바라보자 신우성이 고개를 젓고는 상진을 향해 눈을 돌렸다. 신우성을 따라 유지아 역시 상진을 바라보았다. 그의 모습은 여태껏 보지 못한 충격받은 표정이었다. 눈은 이미 풀린 상태였고 호흡은 불안정했다. 유지아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고는 여전히 칼이 박힌 채 조금씩 피가 흐르고 있는 그의 손을 살펴보았다. 그러고는 신우성에게 물었다.

“깨끗한 수건 같은 거 없을까요? 그리고 깨끗한 물이랑 깨끗한 천이 필요해요.”

그녀의 물음에 신우성은 쉽사리 답하지 못했다. 뜬금없이 이런 무인도로 끌려온 마당에 깨끗한 수건이나 깨끗한 천 같은 것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나마 구해볼 만한 것이 깨끗한 물이었다.

“어떻게든 구해올게요…! 얼마나 버틸 수 있죠?”

“그리 오래는 못 버틸 거예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X가 나눠준 나이프는 전부 새것이었고 저 남자가 사용한 나이프는 새것이었어요. 문제는 그 나이프가 저 여자 두 분을 찔렀던 것이라는 점인데…. 저 두 분이 A형 간염이나 B형 간염, 또 AIDZ의 보균자가 아니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보균자라 하더라도 전염될 확률은 높지 않아요. 그니까…!”

“지아 씨! 진정해요. 필요한 건 어떻게든 구해볼게요. 수건은 구하기 어렵겠지만 제게 생각이 있어요. 그니까 침착하고 기다려줘요. 일단은 여기서 벗어나야 해요. 상진 씨가 움직일 수 있을까요…?”

신우성의 말에 유지아가 진정할 수 있었다. 그때 상진이 신우성의 물음에 대답했다.

“하아..하아…. 움직일 정도는 돼요. 미안해요. 저 때문에….”

상진의 말에 유지아가 그를 토닥여 주었다.

“미안하긴요. 상진 씨는 저를 오늘만 두 번을 구해줬어요. 정말 고마워요. 힘들겠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힘내봐요. 우리.”

신우성이 두 사람을 지켜보더니 말했다.

“자 어서 갑시다. 일단은 상진 씨부터 치료하고 이야기합시다.”




* * *




“여기 가져왔어요.”

“물만 구해온 거예요?”

“일단 물을 끓이죠. 천을 살균해서 쓰는 겁니다.”

“잠깐…. 그럼 너무 오래 걸려요. 상진 씨는 이미 10분째 칼이 박힌 채에요. 그리고 천도 없잖아요.”

신우성이 자신의 겉옷을 찢었다. 겉옷을 거의 다 찢어버리고는 그 상태로 물에 넣어 빨기 시작했다.

“천은 이걸로 대체하죠. 살균까지 가면 더 낫겠지만 지아 씨 말대로 시간이 없으니 이렇게라도 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래도 일단 지혈용 천 말고는 전부 살균할게요.”

신우성이 불을 피우고는 일부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익숙한 듯 불을 피우는 데 재주도 좋다. 유지아가 신우성에게 받은 천을 살펴보고는 냄새도 킁킁 맡았다. 아무래도 사용하길 꺼리는 듯했다. 이 모습을 보고 신우성이 욱했다.

“아니…! 그럴 거면 그냥 살균하게 줘요…! 시간 없다면서요…!”

“앗…. 아니…! 깨끗한지 다시 확인하는 건 중요하잖아요…! 그리고 며칠을 입던 건데…. 거기다 저 칼날에 철 성분도 그렇고 무슨 성분이냐에 따라 지금 얼마나 늦었는지도 알 수 없어요….”

“...나이프 재질은 걱정 마요. 대부분 나이프는 스테인리스강을 사용하니까 대놓고 유해 물질이 나오는 재질은 아니에요. 중금속도 아니고. 수술용 메스도 이 스테인리스강을 사용합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네요.”

유지아가 상진의 손에 물을 천천히 붓기 시작했다. 상진의 손에 묻어 있던 온갖 더러운 것들이 씻겨 나가기 시작했다. 상진이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적당히 닦아냈다고 판단한 유지아가 천을 가지고 지혈을 시작했다. 상진이 고통에 몸부림쳤다.




* * *




상진이 곤히 잠들었다. 유지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신우성이 주변을 경계하다 유지아에게 다가왔다. 유지아의 옆에 앉아 아까 전 피워놓은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침묵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신우성이었다.

“밤에 전투가 벌어진 적은 거의 없으니 이제 좀 괜찮겠죠. 그나저나 지아 씨는 원래 뭐 병원 쪽에 있던 사람인가 봐요? 아무것도 없는 이 상황에서 관통상의 칼을 제거하고 지혈까지 할 정도라니.”

“외상 외과에서 일해요. 물론 레지던트지만요. 아직 1년 차라 실수도 많이 하죠. 다행히 이번에는 운이 좋았지만요. 지혈대도 없이 이 정도로 출혈이 잡힌 건 정말 기적이라고 밖엔…. 상처 봉합을 하지 못해서 여전히 출혈은 있지만 격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아마 낫기야 나을 수 있겠죠. 소독을 못 하는 게 좀 크지만요.”

“외상 외과…. 대단하네요.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니.”

“우성 씨는 뭐 하는 사람이었어요?”

“저는 뭐 이렇게 말하기 쑥스럽지만, 일본에서 탐정 일을 했었습니다.”

“탐정…. 그럼 탐정을 하려고 일본에 가신 거예요?”

“재일교포예요. 아버지 쪽이 한국인이시죠. 일제강점기 시절 오사카로 유학하러 가셨고 거기서 어머니와 만나셨다고 해요. 지금은 일본에서 경찰서장으로 일하고 계세요.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에게 힘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탐정을 택한 거죠.”

“멋지네요. 어렸을 적부터 간직한 꿈을 실현한 거네요. 저는 부모님이 늘 강요했어요. 의사나 판사 검사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웃기죠. 정작 부모님은 평범한 직장을 다니셨거든요. 근데 전 부모님 앞에서 착한 아이가 되고 싶었죠. 그러다 보니 어느새 부모님 말씀대로 의대를 가게 됐어요. 뭐 의사라는 직업이 싫은 건 아니고 나름대로 재미도 있지만 저는 꿈이 없었으니까요. 어려서부터 가지고 있던 꿈을 그대로 실현한 우성 씨가 부러워요.”

“음…. 꼭 꿈이 있어야만 행복한 것도 아니에요. 지아 씨는 꿈이 없었지만 그런데도 상황에 맞춰 노력했고 나름대로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었잖아요? 그 과정에서 지아 씨에게도 목표가 있었을 것이고 지아 씨는 그 목표를 위해 노력했죠. 꼭 꿈이라는 게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돼요. 목표가 있다면 그 자체가 꿈이 되는 겁니다.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지아 씨는 그래서 의사 일을 하는 것이 좋아요?”

신우성의 물음에 유지아가 활짝 웃으며 답했다.

“네 좋아요. 우성 씨 말대로 생각하기 나름이네요. 다만 이제는 부모님 말씀대로만 살지는 않으려고요. 의사라는 꿈은 계속 이어가겠지만 제가 하고 싶은 것도 해보려고 해요.”

신우성이 미소를 지었다.

“네. 그거면 돼요. 저나 지아 씨나 충분히 행복한 사람인 겁니다.”

신우성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제 우리도 자죠. 저는 좀 더 경계하고 있을 테니 지아 씨는 어서 자요.”

“아. 피곤해지면 저 깨워줘요. 교대로 해요. 우리.”

“알겠어요.”

유지아가 상진이 잠든 자리 옆에 누웠다. 그러곤 몰려오는 누적된 피로감에 금세 잠들었다.




* * *




이른 시간 서서히 동이 트기 시작했다. 새근새근 달콤한 잠을 즐기던 유지아를 깨운 것은 다름 아닌 추위였다. 피워놓은 모닥불이 꺼진 지 오래였고 이른 새벽의 서늘함에 온몸이 떨렸다.

“으…. 추워…. 상진 씨. 안 추워요? 일어나봐요….”

유지아가 자신의 옆에 누워 아직도 자고 있는 상진을 흔들었다. 그때 어딘가 다녀온 신우성이 말을 걸었다.

“아 지아 씨. 일어났어요? 춥지 않아요?”

“네…. 불 꺼지니까 엄청 춥네요.”

그때 상진이 끙하고 힘겹게 일어났다. 그가 일어나자 두 사람이 그를 유심히 살폈다.

“상진 씨 몸은 괜찮아요? 손은? 춥진 않아요? 열 있는 것 같아요?”

갑작스러운 질문 공세에 상진이 혼란스러워했다.

“아…. 어. 음. 일단은 괜찮은 것 같아요.”

상진의 대답에 두 사람이 안심하였다. 유지아가 상진의 이마에 손을 대보고 열을 확인하더니 그의 손을 살펴보았다.

“손은 좀 어때요? 아직 많이 아프죠? 일단 천 감아놓은 건 교체할게요. 소독은 어렵지만, 물이라도 흘려서 세척 해야 해요. 우성 씨. 불 피워서 천 좀 삶아줄 수 있어요?”

유지아가 상진의 손에 감아놓은 천을 조심스레 풀기 시작했다. 천을 전부 풀자 상진의 손 상태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녀가 상진의 손을 보고 매우 놀라 무심코 천을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어…. 지아 씨 그걸 떨구면…. 왜 그래요?”

신우성의 물음에 유지아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신우성이 의문을 표하며 상진의 손을 확인하였다.

“어…!?”

신우성이 멈칫하였다. 두 사람이 매우 놀랐고 상진은 여전히 영문도 모른 채였다. 유지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어떻게 벌써…. 상처가 이렇게나 회복된 거지…?”

상진의 손의 상처는 벌써 붙어 아물기 시작하고 있었다. 본래라면 아직도 잘 붙지 못하고 벌어져 출혈도 지속되었어야 했다. 그런데 그의 손에서는 이미 피가 멎고 회복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TO BE CONTINUED...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


관통상에 대한 응급처치법

-뾰족한 물질이나 총상에 의해 뚫린 상처를 관통상이라 말한다. 뚫어진 피부 입구가 좁아도 내부 구조물의 손상 정도를 파악하기 힘들고 이물질이 조직 깊이 침범하는 만큼 감염의 위험이 크다. 신체의 어느 곳이든 관통상이 있는 경우 일단 이물이 박혀 있는 상태라면 이물을 제거하지 않고 추가적인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체외에 노출된 부분을 고정한 후 119 구급대를 이용해 이송해야 한다. 관통상은 의료진에 의해 적절한 평가와 치료가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으로 빠른 이송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1
이번 화 신고 2021-02-04 17:19 | 조회 : 781 목록
작가의 말
KJP

저의 얕은 의학 지식으로는 이 정도가 최선이었네요...절대 따라하지 마세요..ㅎㅎ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