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육성 홍보모델(1)

1화



1화-육성 홍보모델(1)



19세기 말의 영국, 이 시기의 영국은 혼돈 그 자체였다. 수도인 런던뿐만 아니라, 영국 전역에서 똑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무슨 사건이냐 하면, 살인 사건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사건은 런던에서부터 시작하였다. 한 청년이 부모를 쏴 죽이고, 밖으로 뛰쳐나와 시민들까지 무차별 학살한. 심지어 그를 잡으러 온 경찰들까지 쏴 죽이고 도주한 흉악하고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결국에 경찰들은 그 청년을 체포하는데 성공하지만 아무리 심문을 해도 청년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와 같은 사건은 전국적으로 수십 건 이상 발생하였다.

같은 내용의 사건이 전국적으로 발생하였지만 경찰은 이 사건을 테러 정도로 유추할 뿐 해결할 수 없었다. 가해자들에게도 피해자들에게도 아무런 공통점이 발견되지 않았기에 대체 누가 무엇을 목적으로 이러한 짓을 벌인 것인지 테러는 맞는 건지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이 사건은 현재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 모두의 기억 속에서 차츰 사라져 갔다.



-2021년 대한민국-

“좋습니다! 그대로 조금만 앞으로 나와 주세요! 네 좋아요~”

-찰칵! 찰칵! 찰칵!

“아주 좋아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유상진씨 오늘 삘 아주 좋네요~”

유상진이라고 불린 남자. 그는 큰 키에 수려한 외모를 갖춘 것은 물론 연기력까지도 수준급의 누가 뭐래도 현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배우이다. 데뷔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최근 촬영한 영화가 대히트를 치며 인기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그가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하! 지금처럼만 해요!”

지금까지 상진을 찍고 있던 카메라 감독이 활짝 웃으며 상진의 등을 철썩 하고 쳤다.

“악...!”

상진이 등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자 카메라 감독이 머쓱한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사과 했다.

“에구..아팠어요? 미안해요 미안해. 내가 신나면 때리는 버릇이 있어서 그만 하하..”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별로 안 아팠습니다.”

아무도 티를 내진 않았지만 카메라 감독과 상진의 투샷을 보고 많은 스태프들이 낄낄거렸다. 카메라 감독의 별명은 난쟁이감독이었다. 그도 그럴게 카메라 감독의 키는 160대 초반 정도인 반면 상진은 185cm 라는 우월한 피지컬을 지니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신장도 극과 극이었지만 찍히는 입장의 상진과 찍는 입장의 카메라 감독은 별것 아니지만 재밌는 조합이었다.

“상진아-”

“형 왔어?”

형이라 불린 남자. 그는 유상진의 매니저 백현우이다.

“촬영 잘 했어? 오늘은 이걸로 모두 끝이야..수고했다”

“후우..오늘도 보람찬 하루네..어서 들어가자”

상진이 백현우와 함께 카메라 감독과 스태프들에게 간단히 인사한 후 건물을 빠져나왔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백현우가 미리 세워둔 미니밴이 상진을 맞이하였다.

“아. 대표님 차에 계신다.”

“어? 대표님이?”

차문을 열자 매니저의 말대로 소속사 대표 박진형이 인사를 건넸다.

“안녕~오늘도 수고했어. 상진아”

“아..! 대표님 오셨어요? 무슨 일이세요?”

소속사 대표가 이렇게 찾아오는 일은 흔치 않았다. 그것도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난 이 시간에 말이다.

“무슨 일이긴~ 그냥 얼굴 함 보려고 왔어. 요즘 아주 잘해주고 있잖아”

“하하..아닙니다.”

“어서 타~춥겠다.”

상진이 대표의 말대로 차에 올라타자 백현우가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차가 출발하자 대표 박진형이 굳이 보러온 이유를 꺼냈다.

“흠..이번에 대기업 육성에서 새로 투자가 들어왔어..투자 조건이 상진이 너를 홍보 모델로 쓰게 해달라는 거였지..어때? 육성그룹의 홍보 모델이라면 상진이 너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제안이라고 생각하는데..할 생각 있니?”

박진형이 저런 손해 볼 것 전혀 없는 일을 굳이 직접 상진에게 찾아오면서 까지 이야기 하는 이유. 그것은 육성그룹의 홍보모델에 얽힌 괴담 때문이었다. 연예인들 사이에서는 의외로 많은 괴담이 존재한다. 이 괴담도 그러한 종류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단지 육성그룹의 홍보 모델이 된 사람 중 이 세상에 남아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점이 걸림돌일 뿐이다. 길면 3개월..짧으면 한 달이라는 기간이 육성그룹 홍보 모델들의 활동기간이다. 그 후에 그 모델은 실종되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이것이 바로 ''육성 홍보모델'' 괴담이다. 내로라하는 많은 연예인들이 육성 홍보 모델을 해왔지만 모두 실종되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음에도 찾지 못한 상태이다.

‘확실히 육성 그룹의 홍보모델은 매력적이지만 말이지...너무 위험 부담이 큰일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인지도를 올려야할 만큼 상진의 상황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굳이 홍보모델을 하지 않더라도 연예인 활동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표님..조금 생각할 시간을 주셨으면 합니다.”

박진형이 상진의 말에 긍정을 표했다.

“그래. 천천히 잘 생각해보고 얘기해주렴.”

“네 정말 감사합니다.”

잠시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있었다. 침묵을 깬 것은 매니저 백현우의 말이었다.

“상진아! 도착했다. 푹쉬고! 내일보자~”

어느새 상진의 집 앞에 도착한 것이었다. 대표 박진형이 잘 들어가라며 인사를 건넸다.

“조심히 들어가렴~ 내일보자.”

“네 대표님. 내일 뵙겠습니다.”

상진이 매니저와 박진형과 인사하고는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집. 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까. 그의 집이라고 하기에는 그는 거처를 한 달에 한 번씩 옮겼다. 인기가 많은 만큼 사생 팬이나 안티 팬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선을 넘는 기자들 역시 이에 한 몫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에 위치한 고급 오피스텔 건물 자체를 구매해서 이용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그의 재력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서는 말이 필요 없었다. 풍족한 집안에서 태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연예인이 되어 개천에서 용 났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사람들은 유상진을 두고 천생 연예인이라고 칭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모두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언제든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이러한 생각은 그를 점점 완벽주의자로 만들어갔다.

“여기선 너무 별론데? 좀 더 다른 식으로 표현할 수 없을까?”

이미 자정을 넘어간 시간이었지만 그는 그날 촬영한 영상을 체크하느라 잠을 잘 생각은 전혀 없어보였다. 상진은 이미 촬영이 끝났고 되돌릴 수는 없지만 이를 통해 다음번에 더 잘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다만 이러한 강박증은 스스로에게 아무런 여유를 주지 않았다.

-띠링

상진의 휴대전화 알림이었다. 매니저 백현우로 부터 메시지가 와 있었다.


-현우형-

상진아, 나는 네가 육성 홍보모델 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너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고, 굳이 위험부담 있는 일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해.


“그러고 보니..육성그룹인가..”

육성 홍보모델은 단순히 홍보비만 받는다고 끝나지 않는다. 자신을 더욱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 이름을 알릴 기회였다. 상진은 야망이 큰 편이었다. 이왕 연예인이 됐다면 최고가 되자 라는 생각이었다.

“형한테는 미안하지만 응. 하자. 괴담은 괴담일 뿐. 실종도 우연의 일치였을 뿐이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육성 그룹에서 작정하고 일을 벌이지 않는 이상 홍보모델이 실종되어 생사파악조차 안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리고 육성 그룹에 그런 일을 벌일 이유가 없잖아?"

상식적으로 봤을 때 정말로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진은 이날 밤의 선택을 후회하게 되었다.




* * *




“하겠습니다. 육성 홍보모델.”

상진의 말에 매니저 백현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상진아..!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왜 굳이 위험한 일을 하려고 해?”

“미안 형...하지만 그건 단순히 괴담일 뿐이야..걱정할 필요 없다구.”

“단순히 괴담이라고? 경찰까지 나서서 수사에 들어갔는데 실종된 사람들 생사파악조차 하지 못했어..! 그 실종자들이 전부 육성 홍보모델인데 어떻게 단순히 괴담이라고 봐? 너무 위험한 일이야. 안 돼 난 정말 반대야 상진아. 다시 생각해볼 순 없는 거야?”

“형. 그 일로 경찰은 물론이고 검찰까지 육성에 압수수색을 들어갔어. 그런데도 육성에서는 어떠한 이상한 점도 발견되지 않았어. 몇 년 전부터 수사 중인데도 아무런 단서조차 잡히지 않는 일이지. 사실 공통점이 육성 홍보모델이었다는 점이지, 그 외에 공통점이 있는지는 아직도 모르고 아니면 다른 사건에 휘말렸을 수도 있어. 또 단순히 경쟁사의 소행일 수도 있어.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일인데 이 좋은 기회를 그냥 날리라는 거야?”

두 사람의 분위기가 점점 격해지자 대표 박진형이 말리며 말했다.

“그만, 그만. 두 사람 모두 진정해요. 나야 어쨌든 상진이가 해준다면 정말 고마울 거야. 하지만 상진이라는 스타를 잃고 싶지도 않아. 하지만 상진이가 한다고 하면 말릴 생각도 없어요. 상진아 정말로 하고싶니?"

“물론입니다. 좋은 기회 날리고 싶지 않습니다.”

“좋아. 그러면 매니저는 내가 설득하마.”

“대표님!”

“형 나 먼저 갈게. 이따 연락해.”

상진이 박진형에게 인사한 뒤 대표실에서 나갔다. 상진이 나가자 매니저가 말했다.

“대표님. 너무 위험한 일입니다.”

“나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상진이 말대로 확신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해요. 매니저님이 걱정하시니 제가 대책을 세워보죠. 경호를 붙이는 건 어떻습니까?”

“경호원을 말인가요?”

박진형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네. 경호원들을 붙여두면 위험한 상황 자체에 대한 저지력이 될 겁니다. 육성 그룹의 투자는 회사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일이에요. 상진이의 안전은 맡겨주시고 상진이와 저를 믿어줘요”

매니저 백현우가 더 이상 자신의 말은 통하지 않음을 깨닫고는 뜻을 굽혔다.

“알겠습니다. 대표님과 상진이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다만. 상진이는 꼭 지켜주세요."

박진형이 웃으며 답했다.

“맡겨주세요. 이해해주어 고맙습니다.”

매니저 백현우가 쓴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대표실을 나갔다. 그러자 박진형이 인터폰을 켜 직원을 호출했다.

“육성그룹 홍보부하고 약속 잡아줘요.”




* * *




“반갑습니다. 육성 스마트폰 홍보 모델로 뽑힌 유상진이라고 합니다. 기대에 부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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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1-17 23:06 | 조회 : 981 목록
작가의 말
KJP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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