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눈치 좋은걸"

눈을 감고 있던 남자는 눈을 슬며시 뜨며 입꼬리를 올렸다. 여전히 꺼름직한 능력에 샐리는 미간을 모았다. 고이석. 천리안을 가지고 있는 그는 P.O.E 내에서 능력도 능력이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성격에 상대하기 싫은 부류였다.

"성진씨가 그 놈이랑 연관되어 있는게 아니라면 어쩌실겁니까? 부장님이 능력쓴거 알면 안그래도 성진씨 더 안올려할거에요"

"그러야 너랑 나만 조용히 하면 되는거고 그리고"

고이석은 다리를 꼬며 자신의 옆에있는 서류를 보았다. 갑자기 말을 끊어버린 자신의 상사에게 샐리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서류에는 윤성진의 정보가 적혀있었다. 잠깐의 침묵 끝에 다시 샐리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웃은 남자는 가볍게 말했다.

"지한이 좀 불러와"

"처리반의 지한이 말입니까?"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 못한 팀의 막내를 생각하며 말하자 남자는 고개를 부드럽게 끄덕이며 책상을 두드렸다.

"약간의 시나리오가 필요해 제목은 두마리 토끼 잡기 대작전! 귀엽지?"

샐리는 정말 거지 같은 작전명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이훈과 헤어지고서도 누군가 나를 바라보던 그 감각은 지울 수가 없었다. 집으로 걸어가면서 내 집에 뻔뻔하게 붙어있을 이현을 떠올렸다. 그가 나를 공격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훈의 말처럼 살인자가 아닌건 아니였다. 지금은 내가 좋다며 들러 붙고 있지만 언제 바뀔지 모르는건 사실이었고 그때가 되면 나 또한 안전하지 못할거라는 것을 모를리가 없다.

"그 효령그룹 맏이 자살사건 그거 타살이라며"

"맞아...누군지는 몰라도 대기업의 딸을 죽이다니 대단하다. 게다가 이제 갓 발현된 초능력자라고 P.O.E 에서 그랬잖아"

"초능력자를 죽인걸 봐서는 같은 능력자 아닐까? 그러니까 P.O.E가 움직이지"

지나가는 남녀가 팔짱을 끼며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지나가는 남녀를 바라보았다. 효령그룹의 맏이가 초능력자였다는 것은 어제 밝혀진 일이였고 죽은 것은 며칠전의 일이였다. 이제와서 그녀가 초능력자라고 밝히는 것은 이상했다.

"나도 저렇게 죽을 수 있다는 건가"

하지만 여태것 잘 찾아왔던 샐리를 생각하면 샐리는 이렇게 간접적으로 경고를 주는 사람은 아니였다. 그녀가 아니라면 P.O.E에서 다른 누군가가 해 놓은 짓이 틀림없다.

"뭐가 저렇게 죽는데?"

누군가 목줄기를 쓸어내리는 느낌에 놀라서 뒤돌아보자 이현이 서있었다. 어디서나 툭툭 튀어나오는건 취향인지 왜 맨날 불쑥 나타나는지 모르겠다.

"깜짝이야! 왜 자꾸 불쑥불쑥 나타나는 겁니까 그리고 왜 남의 목줄기는 왜 쓸어 내리세요?!"

"저번에 먹은 맥주 값 그리고 누가 그런 더러운거 뭍혀오래?"

그렇게 말하는 이현은 미간을 모은채 맥주가 들어있는 검은 봉투를 흔들어보였다.

"더러운거요? 영화관 의자에 뭐 묻었었나?"

"이런짓을 할 사람은 한명 밖에 없지 P.O.E에 왕느끼"

"거기에는 남의 몸에 이상한거 뭍히는 능력자라도 있는 겁니까?"

"있는데 개는 만나면 기분이 더러워 가끔씩 개 능력이 사람 속 더럽히는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야"

손을 뒤로 돌려 목뒤를 만지며 말하자 내 팔목을 잡은 그는 만지지 말고 가서 씻으라며 얼굴을 구기며 말했다. 마치 만지면 손이 닳아 버릴 것 처럼 말하는 그는 어지간히 P.O.E의 왕느끼라는 사람을 싫어하는지 표정에서 드러났다.

"오늘 내 생각은 했어? 난 니 생각 많이 했는데"

"당연하죠 매우 머리 아플 정도로 해...!"

갑자기 입술에 짧게 닿았다 사라지는 감촉에 말을 잇지 못하고 놀라서 바라보자 그는 웃으며 마주 보았다.

"머리 아플 정도로 했단 말이지?"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하는 그를 바라보다 여기가 길 한복판이라는 것을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손을 쳐냈다.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지! 어쩌려고 길 한복판에서 하시는 겁니까?! 진짜 변태에요?"

"싫었어? 키스보다 약했는데? 뽀뽀잖아"

"그걸 말이라고!"

갑자기 아침때 그의 만행이 떠올랐다. 키스가 아쉬우면 하자고 물어보던 그 모습이 생각나자 얼굴이 더 붉게 변했다.

"또 붉었졌다"

"추워서 그런겁니다! 추워서!"

장난스러운 그의 목소리에 얼굴에 열이 오른 나는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나의 모습을 본 그는 뭐가 웃긴지 뒤에서 열심히 웃어댔다. 저 변태같은 남자에게서 당장 지켜야 할 것은 내 목숨이 아니라 내 정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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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18 01:52 | 조회 : 1,923 목록
작가의 말
걷는 팬더

오랜만입니다 ^^7;; 일단 죄송합니다..ㅠㅠ 다시 돌아왔더니 표지를 만들라고 해서 급하게 만들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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