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3)

하주의 문자에 적힌 내용에 따라 정하는 곧장 하주가 말한 공원으로 향했다.

늦은 밤, 사람들이 그리 없는 시간.

공원의 한 가운데서 하주가 정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왔어?


세상 천사같은 얼굴을 한 하주가 웃으며 물었다.

정하가 고개를 획 돌리자 하주는 정하의 팔을 잡고 공원의 작은 풀숲으로 들어갔다.

좀 더 깊숙히 들어가자 두꺼운 나무 줄기 바로 앞에 꽤 높게 조경된 풀숲이 보였다.

앞장서던 하주가 정하를 나무를 바라보고 서게 만들고는 정하의 몸을 더듬으며 점점 손이 아래로 내려왔다.


너, 너 지금 무슨..!! 여긴 밖이라고!

조용히해. 이게 알려지면 나만 위험한게 아니잖아. 그리고 동영상.


동영상이란 말에 정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살짝 반항의 기세가 보이던 정하가 얌전해지자 그에 만족한 하주는 정하의 몸을 이리저리 쓰다듬으며 귀를 깨물었다.

아팠는지 움찔거리는게 귀여웠다.

하주는 정하의 아래로 점점 내려가 간편한 운동복차림으로 나온 정하의 바지를 무릎까지 내리고 속옷도 내렸다.

하반신이 알몸이된 정하는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고, 하주는 뒤를 만지고 있었다.


아, 그거 알아?

... 뭘...

여기, 이 공원에 항상 이 시간에 성현이 오잖아.

... 어?

뭐야, 몰랐어?


그 때, 하주가 정하의 안으로 침범했다.


하윽!

쉿, 누가 들으면 어떻게?


정하는 재빨리 두 손을 모아 입을 가렸다.

하주는 천천히 깊게 쳐올렸다.

하주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짐을 느끼던 정하는 눈 앞에 보이는 풀 숲 사이를 보았다.

누가 오는건 아닐까.

신경이 예민해진 정하는 저 멀리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뜀박질을 느꼈다.

설마 하던 짐작이 맞은 것 같았다.


저기, 성현이 오네.


하주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풀 숲 사이로 누군가가 보였고, 그는 뜀박질을 멈추었다.

갑자기 하주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읍... 흐...!


손으로 입을 막아도 신음소리는 손가락 사이의 틈을 비집고 밖으로 나왔다.

보지마, 제발 보지마.

하주의 움직임이 점점 격해지다 마치 정하를 꽤뚤어버리겠다는 듯이 깊게 박았고, 동시에 안에서 무언가가 흘러나왔다.


헉... 헉...


저도 모르게 입에서 손을 뗀 정하는 힘이 든 것인지 숨을 내쉬면서 풀 숲 사이를 보았다.

성현이 사라졌다.

제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정하는 속으로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다음 날, 정하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하주의 격한 정사 이후 정하는 하주를 내버려둔 채 급히 집으로 와서 온몸을 씻었다.

씻을 때에도, 침대에 누웠을 때에도 정하는 계속해서 생각했다.

혹시 성현이 봤으면 어떡하지, 그러면 안되는데.

그러던 중 벨이 울리고 정하는 누군지 확인하러 가기위해 밖으로 나갔다.


누구..세요..?

나야, 성현. 줄게 있어서, 문좀 열어줘.


정하는 머뭇거리다가 문을 열어주었다.

성현의 손에는 간단한 먹을거리가 있었는데, 전부 정하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성현은 안으로 들어와 거실의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는 자신이 들고온 것들을 전부 풀어 펼쳐놓고는 정하의 입에 넣어주고 자신도 하나 집어먹었다.


맛있네.

...응...


한참을 아무런 말도 없이 먹어대다가 먹을 것이 반 이상 사라질 때 쯤 성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제 그 녀석이랑은... 원래 그런 관계야?


정하는 입으로 넣으려던 것을 저도 모르게 놓치고 성현을 바라보았다.

새파랗게 질린 안색에 성현은 당황했다.

정하가 눈물을 한방울 툭 떨어뜨리자 성현은 급하게 휴지를 찾아 정하에게 가져다 주었다.

정하는 휴지로 눈물을 닦았지만,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보다못한 성현은 자신이 직접 휴지로 정하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흑, 으.. 원랜.. 흑, 원래는 그런거, 흐윽.. 아니었는데..

..그래?

나도, 나도 모르겠어.. 흑, 흐으.. 그런애 아니었는데..

괜찮아.


성현이 부드럽게 말하며 정하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정말...?

그래.


정하가 성현을 올려다 보며 물었고, 성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해 주었다.

그렇게 둘은 서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바라보았다.

누가 먼저 다가갔는지는 잘 모른다.

그건 이 둘 역시 마찬가지였다.

잠시 눈을 감고 뜨니, 이 둘은 서로 입을 맞추고 있었다.

솜사탕 보다도 더 달콤한 입맞춤을 하던 이들은 정하의 쪽으로 쓰러졌고, 성현은 정하의 머리가 바닥에 부딪히지 않도록 정하의 뒷통수를 부드럽게 감쌓다.

정하는 처음으로, 사랑받는 사이가, 그 관계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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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8-03 20:45 | 조회 : 3,382 목록
작가의 말
류화령

이것은 엠프렉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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