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희(1)

'알' 이라고 불리는 소년은 가난한 서커스단에 들어갔다.

알이 해야할 일은 설거지를 하고, 서커스단원들이 공연 할 무대를 청소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엔 이 가난한 서커스단에서 가장 인기있는 무희를 화장 시키는 것이다.

'하미' 라고 불리는 무희는 검고 긴 생머리에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치마를 입는다.

하지만 그 속에는 그 어떤 옷도 입고 있지 않았다.

또한 공연은 관객들의 눈높이보다 더 높은 곳에서 하기에 관객들은 그 속을 보기위해서 이리저리 고개를 기웃거린다.

처음 알이 하미를 화장시키러 갔을 때, 평평한 가슴과 짧은 머리에 놀랐다.

하미는 남자였다.

알은 그런 하미를 매일 매일 화장을 시키고, 가발을 씌워주고, 손수 옷을 입혀주었다.

하미의 외모와 춤에 반한 관객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서커스단장은 즐거운 기분으로 모든 단원들에게 고기를 사 주고 술을 뿌렸다.

아직 어린 알은 술을 마시지 못하고 처음 맛보는 고기를 허겁지겁 먹었다.

비록 배부르게 먹진 못했지만 살면서 가장 맛있게 먹은 듯 했다.

기분 좋아보이는 단원들을 놔두고 혼자 밖으로 나온 알은 술에 제대로 취한 단장에게 팔목을 잡혀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단장은 저열하게 웃으면서 강제로 알의 다리를 벌리게 만든다.

알은 싫다고 울부짓지만 아직 덜 자란 그가 성인이면서 육중한 몸을 가지고 있는 단장을 힘으로 이길 수 없었다.

결국 알은 단장에게 뒤를 뚫리고 짐짝처럼 그의 방 밖으로 던져졌다.

밖으로 나오니 시간이 많이 지났었다.

어서 청소를 해야 하지만 그러기엔 몸이 너무 무거워 청소를 빼먹고 혼자 나무밑에서 쉬고 있다가 하미에게 화장을 해 주러갔다.

문을 열자 하미는 거울 앞에 옷을 입고 가발을 쓰고 앉아있었다.

알은 하미에게 화장을 해 주러 갔아.

평소와는 다르게 움직임이 이상하고 얼굴에 든 멍하며 다 해진 옷을 입은 알을 본 하미가 그에게 물었다.


너 왜그래.


처음으로 들어본 하미의 목소리에 알은 놀란 듯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든가 말던가 하미는 멍이 든 알의 오른쪽 손목을 꼭 잡았다.

아픈것 같이 움찔 거리는 알의 반응에 하미는 바로 손을 떼고 잠깐의 정적 후 하미가 입을 뗐다.


단장한테... 당했어?

......... 어떻게 알았어?


떨리는 목소리로 되묻는 알을 보며 하미는 알을 자신이 앉은 의자 뒤에 놓은 자신의 침대에 알을 앉히고는 말했다.


나도...... 당했었으니까....

아.....


알은 순간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그동안 봐 왔던 하미는 인형처럼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표정에도 변화가 없을 뿐 더러 감정조차 표현하지 않았던 터라 살짝 눈썹끝을 내리며 하는 말에 알은 손을 꼼지락 거리면서 무슨 말을 해야할 지 생각했다.

그러는 사이에 하미가 공연을 하러 갈 시간이 되었다.

하미는 알에게 자신의 방에 있으라고 말한 후에 공연을 하러 나갔다.

공연을 마치고 땀범벅이 된 하미가 방에 들어오자 알은 그를 씻기고 다시 옷을 갈아입혔다.

가발을 벗긴 하미에게서는 퇴폐적인 느낌이 났지만 알이 알아차리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피곤한건지 하미가 자신의 침대에 누웠다.

알은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몰라서 우물쭈물 거리며 그냥 서 있다가 하미가 자라고 말하는 바람에 그대로 하미의 방을 나가려고 함.


병신. 그게 아니잖아.

어..?

여기서 자라고.


하미가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알은 홀린 듯 그의 옆자리로 갔다.

살면서 처음으로 자 보는 침대였다.

언제나 부엌 한켠이나 가장 구석에서 쪼그려 앉아 자야만 했던 알은 굉장히 좋았다.

고개를 돌려 하미를 쳐다보니 하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미는 알의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아마... 내일도 단장이 널 부르겠지.


하미의 말에 알은 겁을 먹어 조금씩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미가 알에게 물었다.


무섭지?

응..


알이 거세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하미가 알에게 다시 물었다.


내가 도와줄까?

... 어떻게..?

있어.


그 말을 끝으로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알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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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12 02:03 | 조회 : 8,368 목록
작가의 말
류화령

글 이상하게 써서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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