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2

한 아이가 울고 있다. 너무나도 서럽게, 하늘이 떠나갈 듯 울고 있다.

홀로 어두운 독방에서 울고 있는 어린아이에게 목줄이 채워지고 검은 손이 뻗어진다.

결국 아이의 몸은 온통 검은빛으로 물들어 더럽혀지고 만다.

아이는 세상의 모든 악인들의 욕망을 그 작은 몸으로 다 받아낸다.

그런 뒤에는 또 어두운 독방에 갇혀 운다.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 자신을 꺼내달라는 듯이.





“허억...... 헉”


깨어나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비 오듯 송골송골 맺혀있다.

이내 땀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지더니 몸이 잠기도록 차오른다.

헤엄칠 줄 알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숨이 막혀져간다.

몸이 차게 식는 걸 느끼며 서서히 눈을 감는다.





띠, 띠, 띠


규칙적인 기계음에 예성이 눈을 떴다. 새하얀 병실에 자신 말고는 아무도 없자 이것 역시 꿈일 거라 생각하고는 울기 시작했다. 그 울음은 보호자실에서 잠시 졸던 시준을 깨웠고 시준은 예성의 울음소리에 놀라 병실로 달려갔다.


“예성아!”


“흐아아악! 아아악! 흐윽...”

자신을 품에 안고는 달래는 시준도 꿈일까봐 그 서러움에 더 크게 운다. 자신에게 달려와준 유일한 사람마저 꿈일까봐 불안해서 더 크게 울었다. 제발 신이 있다면, 이 사람만은 내 곁에 있게 해달라고 부르짖는 울음이었다.


“너, 너는.... 꿈 아니지? 진짜지?”


불안함에 묻는 예성의 질문에 시준이 장난기가 돌아


“이제 깰 시간이야.”


라고 대답하자 예성이 다시,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그러자 시준은 예성을 달래려 꿈이 아니라고, 미안하다고, 장난이었다는 말을 수십 번도 넘게 했다.


“흐읍, 끕.... 훌쩍”


예성은 울음을 그치자마자 곧바로 의기소침해져 다리를 끌어안고 한참동안을 병실 바닥에 있는 타일만 바라보았다. 시준은 그런 예성의 반응이 수상해 왜 그러냐고 캐물었지만 예성은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나이츠인 게 죄였어....”


예성이 한 말에 대해 반박하고 싶은 시준이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이것에 대해 반박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디스트림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아.....”


시준은 이 말에도 대꾸할 수 없었다. 예성이 이 나라에 남아있는 한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너를 꼭 지켜줄게”


시준이 비장한 말투로 제법 믿음직하게 말하자 예성의 얼굴이 갑자기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고개를 돌렸다.


체육관 창고에서 시준과 자신이 했던 행위가 생각이 나자 예성의 얼굴이 더욱 빨갛게 익었다.


그러자 시준도 무안한 마음에 잡았던 손을 놓으려 했지만 예성이 꽉 쥐고 놓아주질 않아서 놓을 수가 없었다.


“예성아.”


시준이 부르자 아이가 시준의 손은 더욱 세게 붙잡더니 감자기 사과를 하기 시작한다.


“미안.... 창고에서 있었던 일은 전부 사과할게. 나 때문에 있었던 일이고 내가 처리했어야 하는데 네 몸을 빌려서 해결한 거 정말 미안해.”


미안해할게 전혀 없음에도 미움을 받을까 걱정되어 눈물을 흘리며 사과하는 예성의 모습에 시준의 표정이 구겨졌다. 도대체 이 조그마한 아이가 어떤 대우를 받고 자랐기에 이럴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시준의 미간이 좁혀지자 자신에게 화가 나서 그런 것이라고 인식한 예성이 눈물에 젖은 목소리로 더 간곡히 사과했다.


“미안해... 정말, 정말 미안해.... 제발.... 내가 더럽다는 거 잘 아니까....”


‘날 버리지 말아줘.’


예성이 속으로 삼킨 마지막 말이었다.


예성이 눈물 젖은 목소리로 자신이 더럽다고까지 하자 참고 있던 시준의 화가 폭발했다.


“너는, 왜 네 자신이 더럽다고 생각하는 거야!!”


예성이 시준의 호통에 눈물을 떨어트리며 시준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얼마나 상처를 받았기에 네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거냐고!”


시준이 결국 눈물을 흘렸고 예성은 무슨 말이라도 하려 했지만 할 수 없었다. 시준이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된다면 자신을 버릴까봐, 자신에게서 떠나갈까 봐 두려워서 입을 다물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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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24 20:11 | 조회 : 2,246 목록
작가의 말
안예성

결국 세이브 파일까지 전부 소진했어요ㅠㅜ 혹시 몰라서 만들어 놓았는데..... 요즘들어 소설을 쓰는 게 왜 이리 힘든지....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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