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외전 - [차승현]의 시각(4)

잠든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자니 얼마 되지 않아서 깨어났다. 하긴 그동안 많이 잤으니 그럴 만도 한가 싶었다. 이불이 시원한지 비비는 모습에 혹시 모르니 간단하게라도 열을 재봤다.

열이 살짝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간 몸이 많이 약해졌으니 또 열이 오르는 건가 싶기도 했다.. 게다가 얼굴을 붙잡고 있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고 오히려 몽롱해 보이는 모습이 잠이 덜 깬 건지 아픈 건지 헷갈렸다.

“아진아? 형 얼굴 뚫어지겠다. 왜 그렇게 쳐다봐? 뭐 묻었어?”

약간 농담 식으로 말했는데 아무런 말도 없이 뚫어져라 쳐다보아서 당황했다. 붙잡았던 것이 기분이 나빴나 싶어서 떨어졌는데 오히려 옷자락을 잡아왔다.

“혀엉~ 승현이 형아~”
“아, 아진아...?”

형아라고 불린 것도 큰 타격이었는데 눈에서 눈물이 아롱지더니 이내 뚝뚝 흘리기 시작한다. 전에 심하게 맞았을 때도 울지 않는 아이였는데, 게다가 또 금방 비틀거리는 것이 역시 많이 아픈 건가 싶어서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내 옷자락을 마치 최후의 보루인 것처럼 붙잡고 울먹이는데.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처럼 나약한 모습이 애처로웠다. 그리고 그 뒤에 아이가 하는 말은 내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형아도 갈 거예요?”
“우리 엄마도, 아빠도 갔는데. 형아도 나 버리고 갈 거예요?”
“가지 마요. 나, 나 버리지 마요, 내가 잘못했으니까- 나 잘 할 테니까...”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할 틈도 없었다. 순간 아진이가 자고 있던 사이에 비서가 가져다준 정보가 생각났다. 밝고, 순수해보이던 이 아이의 과거가.

그저 내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려고 했지만 참을 수 없었다. 이 아이를 이렇게 아프게 한 사람들을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살기를 느꼈는지 몸을 떨면서 재빨리 옷을 놓는 아이에 더 화가 났다.

네게 화가 난 것도 아닌데. 너를 아프게 했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나쁜 것인데. 아마 맞을 까봐 피했던 것일 거다. 사고를 당해 죽었지만 이 아이의 부모는 자기중심적인 사람들로 아이를 성가시게 여겼다.

아이가 우는 것은 당연한데도 울면 학대하기 일쑤였고, 혼자 있는 것이 무섭고 외로운 아이를 그냥 방치해두기 십상이었다. 그리고 잘못하지도 않은 것을 용서를 빌게 하였다. 차라리 죽은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잘, 잘못, 잘못했어요... 얌전히 있을,”
‘젠장’

포옥-!

“어...?”

처음으로 무기력함을 느꼈다. 아무리 나라도 과거로부터 이 아이를 지켜줄 수는 없었다. 다만 그저 옆에서 안아주고 위로해주고 계속 곁에 있어주는 것 밖에는,

“안가.”
“……?”
“안 간다고.”
“그치만,”
“절대 아무데도 안가. 가도 너 없이는 안가.”
“………응...”

다행히 안심이 됐는지 잔뜩 긴장하던 몸이 어깨에 기대어왔다. 그리고 울음이 터졌다. 딸꾹질까지 하면서 애써 참아보려고 하는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웠다.

“흐읍- 흑, 흐윽, 응, 히끅! 읍”
“괜찮아, 울어도 돼...”
“으아아앙-”

펑펑 우는 모습이 지켜주고 싶었다. 그저 울고 있는 작은 아이를 연신 쓰다듬어주면서 조금은, 조금은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괜찮아, 이제 내가 네 곁에 있어 줄게.”

그리고 생각하지도 못한 고백을 받았다.

“좋아해요. 좋아해요. 정말 좋아해요.”
“………뭐...?”

너무 놀라서 내 품에서 때냈다. 아직 위로가 필요한 아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 정도로 충격이 컸다. 양손을 들어 자꾸 나오는 눈물을 닦아내는 모습에 그냥 내가 잘못들은 건가 싶었다.

“형이 너무 좋아요. 정말, 정말 좋아요.”
“너... 네가 지금 무슨 말 하고 있는지 알아?”

아마 도와주는 것에 좋아한다고 착각 한 것은 아닌가 걱정되었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아이는 참 예쁘게 웃으면서 다시 한 번 고백했다.

“……사랑해요-”

이젠 나도 모르겠다.

침대에 눕혔다. 눈물로 얼룩진 갈색 눈동자에서 떨어지는 방울들이 달콤한 맛이 날 것만 같았다. 이런 상황에 뭐가 재미있어서 그런지 무방비하게 배시시 웃는 것이 나를 자극했다.

“너...”
“………흡?!”

입을 맞추자 숨을 들이킬 정도로 놀라는 순진한 반응에 기분이 좋아 미소 지었다. 아까는 울면서 고백까지 했으면서 살짝 입을 맞춘 것에 부끄러워했다.

“어디 봐?”

물론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색색 숨소리를 내는 것이 너무 귀여워 참지 못하고 작고 가는 몸을 안으며 다시 입을 맞추었다. 손가락 사이로 쓸리는 머리카락이 부드러웠다.

“으음-”

입술을 조금씩 빨아들이다가 점점 강하게 마찰시켰다. 호흡이 부족했는지 마치 받아들이는 것처럼 입을 벌려 기다렸다는 듯이 혀를 섞었다.

갑작스럽게 빠는 움직임에 놀랐는지 혀를 살짝 깨물렸지만 오히려 귀여운 앙탈이나 애교로 느껴졌다. 이러면 더욱 흥분하는데.

“으응, 음,”

힘들였는지 팔을 뻗어 목에 매달려 간신히 버티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잤는데도 또다시 잠이 오는지 눈을 약하게 깜박이는 모습에 아쉬움을 달래며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놔주었다. 내 평생 이렇게 많이 참은 것은 처음 이다.

“졸리면, 자렴.”
“………으응...”

떨어지기 싫은 아쉬운 마음에 이마를 살짝 맞대었다. 역시 조금 열이 있나. 이불을 더욱 꼼꼼하게 덮어 주었다.

“아진아.”
“네...”
“?!”

순간 깨어있는 줄 알고 놀랐다. 다시 보니 아마 잠결에 대답한 것 같았다. 한숨이 나왔다. 이렇게 담이 작아지다니. 그래도 너라면 괜찮아.

하얗고 가는 손을 들어 몰래 손바닥에 입을 맞대었다. 도장을 찍는 것처럼 느릿하게 눌렀다가 때었다. 나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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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23 20:00 | 조회 : 4,330 목록
작가의 말

일거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아진이가 왜 맞을 거라고 생각했지? 하는 부분은 빙의 전 '아진'이의 몸의 기억이에요. 지금의 아진이는 '아진'이가 아동학대를 당한 줄은 모르고 있죠. 단지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만 알고 있어요. (작가가 ㄸ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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