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이드의 과거(약한 수위)



"윽."


가냘픈 흑발을 가진 8살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소년이 힘없이 하얀 대리석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그러나 그는 여느 또래 아이들처럼 눈물도, 고통도, 신음도, 어떠한 반응도 드러내지 않은 채 단지 부딪힌 곳을 툭툭 매만지기만 했다.


그런 반응 없는 모습 조차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소년을 땅바닥에 패대기 친 키가 큰 여자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칸 제국에선 희귀하다 알려진 버건디 빛을 띈 머리카락을 땋아 올려 고정하고, 검은 면사포로 지적여 보이는 얼굴 위를 살포시 덮은 그녀는 칸제국의 현 황비인 '레이드 에인'이었다. 그녀는 앙칼진 목소로 쓰러져 있는 소년이자 그 나라의 황자인 이드에게 명령했다.


"뭐하는 거지? 굼뜨게 누워 있지 말고 일어서."



이드는 아무런 감정도 없는 표정으로, 그 명령에 따라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마치 샌드백을 대하는 것 처럼 그의 복부를 발로 찼다. 그러자 이번에도 역시나 힘없이 이드는 바닥으로 넘어졌다. 에인은 붉게 립스틱을 바른 입술에 조소를 띄우며 허리춤에서 끝에 갈퀴가 달린 채찍을 들어올렸다.


시녀들은 곧 이어질 상황이 예상되는 듯 고개를 숙였다. 곧 채찍이 이드의 등을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갈랐다. 채찍에 박힌 뾰족한 갈퀴 때문인지, 실크로 제작된 하얀 셔츠가 기괴한 문양으로 찢어졌다.



"아악...!"



지금껏 당해왔던 둔탁한 아픔과는 차원이 다른 피부가 찢어질 것만 같은 고통에 처음으로 이드의 입에서 비명이 나왔다. 에인은 그것에 만족한다는 듯 신고 있던 붉은 하이힐로 이드의 부들거리는 손을 가볍게 눌러 밟곤 그대로 지나쳐 홀을 나갔다. 이드의 하얗고 부드러운 살결엔 어느덧 붉은 혈 자국이 떠올랐다.



에인이 이처럼 이드를 괴롭힌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녀 자신이 이드의 교육을 자처하며, 바이올린 현을 잘 못켠다. 표정이 예의가 없다. 대답을 하지 않는다. 따위의 명목을 세워 체벌 아래 가학적인 벌을 내리곤 했다.



그녀는 지체 높은 공작 가문의 두번째 자제로 드높은 귀족의 자부심과 사치에 대한 허영심을 가진 아름다운 여자였다. 다만, 몇 달 전 갑자기 황제가 한 시녀를 대려와 후궁으로 삼고 그 아이인 이드까지 낳아 황자로 책봉한 이후부터 줄곧 예민한 상태를 보였다. 그럴만한 것이 황제는 여장부 같은 성격에, 앙칼진 에인보다 얌전하고 청순한 시녀와 여자애로 착각할 정도로 예쁜 외모를 가진 이드를 더욱 자주 찾았던 것이다.


심지어 이드는 별다른 재능없이 여자와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했던 에인의 첫째 아들과는 대조되게, 검술에도 그 재능이 유망하였고 학식에도 견문이 깊었으며 머리의 지식도 높았다. 거기다 남녀노소 좋아할 만한 예쁜 외모까지 갖추었으니 황제는 더욱 그를 찾았고, 시녀의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황태자 자리에 가장 가까운 1황자의 자리에 올랐다.


이러니 에인은 위기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고, 그 화가 전부 어린 이드에게로 향했다. 그러나 이드는 그녀의 집안세력이 워낙 막강하여 제가 아무리 이 사실을 황제에게 고하거나 하더라도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그래서 어린 나이임에도 더 빨리 철이 들었고, 고통에 익숙해져 갔으며, 감정을 숨기는 데 능숙해졌다.








***







"어디 한 번 보자꾸나."



이드는 자상한 황제의 부름에 쭈볏거리며 그에게로 다가갔다. 이곳은 그의 방이자 황비인 에인도 허락없이 들어올 수 없는 사적인 공간이었고, 최근들어 황제는 이드를 곧잘 이곳으로 부르곤 했다. 그러나 이드에게 있어서 친절한 대우는 불편하기만 할 뿐이었다.



"또 황비에게 맞았다지? 어디 한 번 보여주겠니?"



황제는 수염을 매만지며, 눈가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더욱 선명해지도록 친절하게 웃어주었다. 이드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등의 상처를 가리고 있던 셔츠를 벗었다. 그러자 하얀 피부위에 끔직하게도 새겨진 긴 채찍의 흔적이 드러났다. 황제는 탁자의 2번째 서랍을 열어 은으로 된 약통을 꺼냈다. 그리곤 그의 신분에 얼맞지 않게 직접 손에 약을 발라 상처 위에 펴발라 주었다. 이드는 그의 따듯한 손길에, 따가운 척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 후 그는 붕대로 상처 부위를 단단히 덮어 주곤 서랍을 다시 닫았다. 이드는 셔츠를 입으려 허리를 숙였다. 그것과 동시에 이드의 몸이 붕 떠올랐다.



"에?"



이드가 당황할 틈도 없이 그는 넓은 황제의 침대에 눕혀져 있었다. 황제는 빠른 손놀림으로 이드의 바지후크를 풀곤 그 허리띠로 두 손목을 결박시켰다. 후에, 바지를 벗겨 바닥으로 던졌다.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나체가 되어버린 이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황제를 올려 보았다.


"아, 아버지..."


황제는 아까 지었던 자상한 아버지의 얼굴이 아닌, 기괴하게 일그러진 늑대의 웃음을 지으며 이드의 위로 올라탔다. 그리곤 능글거리는 목소리로 이드의 귀에 속삭였다.



"이젠 상처 치료해줬으니까, 좀 격하게 움직여도 안 아프겠지? 그동안 그 창녀같은 여자를 똑 빼닮아 예쁘게 성장한 널 보면서 얼마나 참았는지 몰랐단다. 이건 치료해주고 지금껏 가축같은 종의 아들에게 대해준 은혜를 갚는 거란다."



그리곤 황제는 이드의 입에 붕대를 물려 소리를 낼 수 없게 만들곤 끈적하며 부드러운 로션같은 것을 그의 아래 구멍에 발랐다. 처음인만큼 충분한 애무와 함께, 손가락으로 적응을 시켜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랫동안 참았다는 듯 급하고 무지막지하게 그의 것을 삽입시켰다.


아래가 찢어질 것 같은,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할 고통에 이드의 입에서 무언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또한 커다란 눈에선 눈물이 흘러 내렸다. 8살밖에 되지 않은 소년에게 있어 그것은 너무나 가혹한 행위였다.


몇 번의 들썩임과, 삽입과, 사정 후. 몇 분 혹은 몇 초가 지났는지도 예상치 못할, 소년에게 있어 길고 길었던 그 끔직한 시간이 끝나고 황제는 지친 듯 잠에 빠졌다. 소년의 구멍에선 피와 하얀 액체가 울컥 거리며 새어 나왔다.


이드의 동공은 이미 풀린지 오래였다. 그 행위가 끝나고나니 찾아오는 것은 '수치심'과 참을 수 없는 '고통'뿐이었다.


감정이 파괴되어감과 동시에 그의 가슴 안쪽에서부터 은빛 빛이 뿜어져 나왔다. 후천적인 신력의 각성이었다. 엄청난 고통과 동시에 잠들어 있던 가능성에 눈이 뜬 것이다.


그러나 소년은 몸 가득히 차오르는 그 생명의 힘에도 당황하지 않고 하얀 백지장 같았던 머리를 천천히 굴렸다. 왠진 몰라도 이 힘만 있으면 자신을 강간한 황제와, 그동안 자신을 괴롭힌 황비에게 복수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황실 도서관에서 읽은 바로는 이 힘은 여자 왕족에게만 발현된다는 '신력'. 그러나 어째선지 자신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이 힘을 가지게 되었다.


복수할 것이다.





가장 잔혹한 방법으로.




그전까진 이 힘을 숨길 필요가 있었다. 8살이라곤 믿기지 않는 두뇌회전과 상황파악이 동시에 이루어지며, 곧 이드는 은색으로 변한 눈을 가릴 방도를 모색했다.


그리고 넘어지며 상처를 입었다는 명목으로, 가장 믿을 수 있는 시녀를 시켜 앞이 보이는 안대를 구입한 후 쓰고 다녔다. 이 힘에 익숙해질 때 까지. 자신이 복수를 이룩할 때 까지.



그 후에도 몇번이나 황제는 이드를 찾았다. 그때마다 찾아오는 익숙해지지 않는 고통을 감내하며, 이드는 시기를 기다렸다.



"엉덩이를 더 올려 보렴, 이드."

"내가 저번에 어떻게 해야 잘 삼킬 수 있는 지 가르쳐 주었지 않니?"

"벌을 받아야 겠구나."




따위의 저속한 황제의 말들을 흘려 들으며, 참았다. 참고, 참으며, 힘을 길렀다. 그리고 그가 성인이 되어 성인식이 열리던 날.


그를 위한 축제는 피비린내 나는 장이 되었다.





이드는 그동안 갈고닦았던 신력을 자유자재로 구사해내며 황비, 황제, 자신을 깔보던 귀족 세력을 모조리 몰살시켰다. 그 후 자신이 황제에 자리에 올랐다. 철저한 입 단속과, 자신의 군대를 조직하여 나라를 쥐락펴락하며 세간엔 어쩔 수 없는 화재로 그들이 죽었다 전했다. 자신이 신력을 가졌다는 것 또한 새어나가지 않게 조심시켰다.


그렇게 조금씩, 그는 대제국의 기틀을 마련하며 복수를 완성시켰다.







그렇게 지워지지 않는 몸의 상처와 고독한 비밀을 안고서 몇 년을 칸 제국의 황제로 군림하던 중.




처음으로 만났다.







자신을 두려움의 눈이 아닌, 차별 없는 당돌한 눈빛으로 마주 바라봐주는 소년을. 처음으로 '사랑'이란 것을 느꼈다. 그리고 가지고 싶었다.





그 소년의 이름은

'리안' 이었다.

0
이번 화 신고 2017-05-04 22:46 | 조회 : 2,850 목록
작가의 말
렌테

오랜만이여요 여러분! 당첨되신 분의 리퀘는 곧 업로드 할 예정입니다 ㅎㅎ 현재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건과 현의 이야기]단편을 심심풀이로 올리고 있는데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ㅎㅎ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