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3

덜컹- 카앙

거칠고 날카로운 금속음이 한껏 고조된 홀의 분위기를 깨트렸다. 회의에 집중하던 이들이 그 소리에 감각이 깨지며 소리의 원인을 바라보며 인상을 썼다. 원인 제공자인 카게야마는 자신이 무엇을 한 건지, 지금 주위의 시선이 어떤지조차 인식이 불가능한 상태처럼 보였다. 그는 뒤로 넘어진 의자를 무시한 채 자리에서 일어선 상태로 탁자에 홀로그램으로 띄워진 ‘히나타 쇼요’의 증명사진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 비친 것은 1여년 전. 히나타가 쪽팔린다고 하면서도 묘하게 자랑스럽게 보여줬던 증명사진과 똑같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짧은 오렌지색 곱슬머리. 절대 흔하지 않은 머리.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 사진이 지금 그의 눈에는,
검붉고 진득한 피와 살점에 더럽혀져 히나타의 얼굴조차 보이지 않았다.



“……?”



저 홀로그램 속에 띄워진 검붉은 피로 물든 휴대폰이 히나타의 것이 맞는 건가? 공기가 가득 차 있어 먼 거리를 굴러간 현장의 저 농구공은 나와 히나타가 땀 흘리면서 뛰놀며 사용한 그 농구공인 건가? 히나타가 간 곳이 저 골목길이 맞으며 저 사진 속에 웃고 있는 남자는 히나타가 맞는 건가? 애초에 히나타의 집이 저 골목길에 위치한 게 맞는 건가? 나와 히나타가 헤어졌던 그곳이 저 골목길의 입구가 맞는 건가?
이 사건의 피해자가 내가 아는 그 ‘히나타 쇼요’임이 틀림 없는 건가?



카게야마는 팀원이 옆에서 찔러대는 느낌도, 앉으라고 얘기하는 소리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았다. 그 어떤 소리도 카게야마의 귀에 닿지 못하고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눈을 뜨고 있지만 초점이 맞지 않았다. 초점을 맞출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세게 움켜쥔 주먹은 살을 파고 들어갔고, 이빨의 신경이 욱신거릴 정도로 입을 굳게 다물었다. 온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 모든 근육이 경직되어 주먹과 팔이 잘게 경련했다.

바로 30분 전까지, 옆에서 웃고 떠들며 놀던 이가 이젠 실종자, 거기다 반쯤 사망자로 확정된 이가 되어 내가 수사하는 사건 파일에 피해자로 등장했다. 저 끔찍한 현장 사진에 그가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마치 늪지대 같은 모습으로 커다란 웅덩이가 된, 이젠 말라서 눌러 붙어버린 검붉은 피가 흐르는 현장에 그가 있었다고 한다. 아까까지 밥을 먹고 농구하고 대화하고 인사하며 헤어진 그가 이젠 다시 만날 수 있을지조차 희박한 확률 속에 남아있다.

머리가 맹렬하게 돌아갔다. 1초도 되지 않는 그 짧은 시간 안에 그의 뉴런은 어떤 때보다 더 빠르고 강렬하게 움직였다. 머리에 피가 쏠리며 숨이 턱 막혔다. 누군가 머리를 강하게 옥죄여 오는듯한 느낌에 카게야마는 인상을 찌푸렸다.





홀로 같은 생각을 끊임없이 되풀이했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그가 아니야. 단지 정말 우연찮게 이름이 같을 뿐. 그게 아니라면 그 바보의 증명사진이 든 지갑을 누가 훔쳐서 저 곳에서 봉변을 당했을 뿐이야.

그에 화답하여 머리 한구석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머릿속에서 울리는듯한 그 목소리는 자신이 원치 않던, 알고 싶지 않던, 알아도 마주하고 싶지 않던 해답을 끄집어내어 스스로에게 강요했다.



[정말 바보에다가 이기적이기까지 하군. 정신머리가 나갔나 본데,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당연하지. 내가 그의 무사함을 확인했는데. 우리가 헤어진 그곳과 이 골목길이 같을 리가 없어.


[자신의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자각하지 못하는 듯 하군. 하나하나 따져야 인정할 건가? 그렇게까지 정답을 회피한다면 내가 친절히 눈을 뜰 질문을 몇 가지 내 주지.]
[히나타의 증명사진이 홀로그램에 뜬 이유는?]


당연히 누군가 그의 지갑을 훔쳤기 때문이지.


[그 증명사진을 푹 적신 혈액이 히나타의 것이라고 검출된 이유는?]


히나타가 증명사진을 가지.. 아니야 그럴리가..


[히나타와 네가 같이 가지고 놀았던 농구공이 사건 현장 근처에서 발견된 이유는?] [히나타와 기종이 같은 휴대폰에 히나타의 피가 묻은 이유는?] [아직까지도 히나타가 너의 문자를 확인하지 않은 이유는?] [사고 피해자 휴대폰의 발신기록에 ‘카게야마 토비오’의 이름이 뜨는 이유는?]


시끄러.. 시끄러워.. 닥쳐!


[히나타가 네 전화를 받지 않은”못한” 이유는?]


닥쳐, 닥치라고!! 내 머릿속에서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야!! 당장 꺼져!!!


[그는 지금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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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화에서 예고를 해놓길 잘한듯 합니다. 결국 주간연재는 실패했군요.
그래도 꾸준히 보러와주고 댓글도 달아주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들어오시면서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지만 작가의 닉네임이 변경되었습니다.
해류뭄해리 -> 예제
순우리말을 매우 사랑하는 작가는 해류뭄해리가 순우리말인줄 알았는데 함정카드였습니다. 참고로 이 예제는 예시 문장 같은 예제가 아니고 여기 저기를 아울러 일컫는 말입니다. (저는 어디에나 있습니다ㅎ)
역시 게이버 지식닝겐. 믿을 수 없습니다. 나보고 순우리말이랬는데 다 구라였어. 지식닝겐들이 지식은 커녕 엿을 줬어.

그러니까 여러분은 이제 저를 예제, 이 두글자도 치기 귀찮으시면 제라고 불러주셨으면 합니다! 생각할수록 열받네요.ㅎ



오늘도 활기찬 짱구는옷말려님 : 항상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맘대로 하래서 맘대로 했습니다.
메론아 덕후 강동6주님 : 음 다음 메론아 시리즈가 있나요?
오타많은 맞춤법파괴자님 : 말하는대로 이루어지는 ☆magic☆
첵스초코 채크님 : 순수하게 말씀드리자면 정말 감사드리고요, 진지하게 말씀드리자면 그러시면 안됩니다. 작가분들께 폐가 되요... 어찌 저같은 하찮은 것이 그 대열에...
성격나쁜듯한 Ianº님 : ...당신은 정말.....(말잇못) 네. 카게야마 반응 이렇습니다.
닉네임 변경의 원인 바꿈님 : 닉네임부터 바꾸라고 외치는듯한 당신의 댓글에 제 닉네임의 실태를 알게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3 그러니까 이젠 예제나 제로 불러주시면 될 것 같군요ㅎ
순수한 독자 크래시님 : 당신의 반응이 순수한 독자의 반응이 아닐런지요... 반갑습니다 독자님.
흐헿 흐헿헿헿님 : 연재소식 안썼는뎋ㅎ 미루는 소식이었는뎋ㅎㅎ 그래도 올렸지롱☆★ 넘↘나↗기↘분↗쩌↘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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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5-02 23:29 | 조회 : 2,492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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