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3

버스에 올라타 의자에 앉아있자니 몸이 나른해졌다. 묘하게 붕 뜬 느낌을 받던 히나타는 잠깐 눈만 붙이자,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눈을 뜨자, 자신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고, 창 밖은 이미 어두워질 대로 어두워져 버스 안의 풍경이 반사되어 보였다. 황급히 기대고 있던 머리를 때고 슬쩍 입가를 훑으며 조심스럽게 고래를 돌렸다.
옆에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자고 있는 카게야마가 있었다.

카게야마였다는 사실에 안심한 히나타는 다시 잘까, 하다가 옆에서 고개를 숙이고 자고 있는 카게야마에게 묘한 장난기가 돌았다.
숨을 죽이고 머리카락을 최대한 조심스럽게 걷어 올리니, 눈을 감고 색색 거리며 곤히 자고 있는 카게야마의 얼굴이 보였다. 와, 속눈썹 진짜 길다라고 생각하며 살며시 손을 가져다 대자, 카게야마의 눈이 번뜩하고 떠졌다. 숨 죽이며 얼굴을 관찰하고 있던 히나타는 순간적으로 깜짝 놀라 비명이 나오려는 입을 틀어막았다. 황급히 손을 때고 재빨리 고개를 숙여 자는 척을 하자니, 카게야마는 잠시 꿈틀거리더니 다시 잠잠해졌다.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있다가 조심스럽게 다시 고개를 들자,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이며 자고 있는 카게야마가 보였다.



“아우… 놀랬다..”



가슴을 쓸어 내린 히나타는 머리를 꾸벅꾸벅 흔들며 자고 있는 그를 보며 해맑게 미소 지었다. 이렇게 어린아이같이 자는 모습에 자꾸 웃음이 나왔다. 그가 깊이 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히나타는 아까 전과 다르게 행동이 대담해 졌다.
당당히 카게야마의 머리카락을 들어 올리고 고개를 숙여 그의 얼굴을 관찰하던 히나타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찰칵-, 조용한 버스 안에서 셔터소리가 여운을 남기며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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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장에 내리고 둘은 아무 말 없이 그저 본능에 충실하며 걸었다. 정확히는 비몽사몽한 나머지 무언가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어두운 밤길을 걷다가 히나타의 집을 향하는 골목길에, 히나타는 본능적으로 발걸음을 멈췄다. 잠에 취해 반쯤 정신을 놓고 있던 카게야마는 앞서서 걸어가던 히나타와 그대로 부딪히기 전 황급히 걸음을 멈춘다고 몰려오던 잠이 다 달아났다.
카게야마는 아직도 비몽사몽해서 눈을 감고 서서 휘청거리는 히나타를 지켜보다 말했다.



“데려다 줘?”

“…내가 애..야? ….갈 수 있어!”

“멍청아, 너 얘잖아.”

“아니야!”



얘라는 말에 번뜩하고 눈이 떠진 히나타는 금세 약이 올라 카게야마의 등을 떠밀며 골목길 앞에서 벗어났다. 카게야마는 잠시 생각하더니 괜찮을 거라 판단하고는 대충 잘가란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걸어가면서 등 뒤로 손을 흔드는 카게야마의 모습에 히나타도 카게야마가 안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두 팔을 크게 흔들었다. 카게야마가 점이 되어 사라질 무렵, 히나타도 등을 돌려 골목길 입구로 돌아왔다.

가로등 하나 없는 골목길에 들어간 히나타는 이윽고 주변의 어둠에 감싸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어째선지, 거리의 가로등은 골목길을 기준으로 양쪽으로 두 개씩, 꺼져갔다.



흰 종이에 떨어진 먹물은 사방으로 조금씩 퍼지다가, 이름뿐인 어미를 삼켜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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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파괴자님, Ianº님, BL 러브님, 르르루님, 짱구는옷말려(ㅋㅋㅋㅋㅋㅋㅋ)님, 이드사님, 미하루님 댓글 감사드립니다.

네 이제 클라이맥스입니다.
참고로 이 글은 새벽에 썼다가 다음날 오열한 글입니다. 큽 솔직히 올리고 싶지 않았는데. 여러분 손발주의보 떴습니다. 주의하시길.

다음편은 기억나면 또 올리겠습니다. 다행히 오늘도 알림보고 들어왔다지요.
얼른 티스토리에 4화도 올려야되는데 귀찮아죽겠습니다. 살려주세요.

참고로 3화는 조금 잔인한 장면이 있습니다. 블로그 보신분은 아시겠지만 혐오주의 좀 뜹니다. 심하진 않습니다. 다만 싫어하시는 분은 넘어가시기 전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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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24 13:52 | 조회 : 2,49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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