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우리 소연이 등골이나 빼먹고 다니던 게 막상 완전히 내 소유가 되니깐 그게 또 아쉬운가 봐? 네가 전부 이 모든 일을 시작했던 거였으면서.

비열하고 끔찍하게 웃어대는 호수를 뒤로 한 채 그녀는 핏줄이었던 미동 없는 남자의 몸을 묵묵히 이리저리 훑어 보았다.

-시작은 다 오빠가 시작한 거야. 안 그래? 오빠가 분수에도 안 맞게 곱상하게 태어나선 너한테 꼬리치고 다니다가 이렇게 된 거잖아. 바보처럼 아무한테나 실실 웃어대니깐 너 같은 새끼들이 득실 거리는 거 아니냐고.

으득. 이를 갈며 이야기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호수의 입가에 미소가 흘러 나왔다.

-그렇겠지. 나 같은 녀석을 만나서 말야, 멀쩡하던 네 부모님을 그만…어딘가로 보내 버리고 말았네?

그의 태연한 행동에 그녀는 손에 들려있던 담뱃불을 그만 호수의 얼굴에 지질 뻔 했다. 그러나 그 불길은 소연에게 던져졌다. 힘 없는 연기가 피어 오르고, 소연의 피부에는 잔인한 자국이 남고야 말았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곤 호수는 그만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말았다.

-뭐야, 낄낄대다 웃다가 못생겨지게 미간이나 짜부되게 하고, 너 사람이긴 한 거야?

-그 때 네 부모랑 같이 안 보낸 걸 감사히 여겨야지, 주제에 기어오르고…너 계속 그러다간 네 친구들 발목부터 잘라버리는 수가 있다?

그 흉흉한 살기는 서연에게까지 미치지 못했다.

-아, 맞다…너, 그 일 이후엔 친구 같은 거 안 만들고 다녔었지???매일매일 자살기도나 하고…우리 소연이랑은 동반자살이나 꿈 꾸고…미친 건 너 아냐? 내가 네게 무슨 짓을 하든 모두 네가 원하는 바가 되어 버리잖아. 너 자신을 그렇게 만들어 버리곤 내게 뻔뻔하게 얼굴이나 치켜들고 와서, 뭐? 네 오빠를 팔아 버리겠다고? 7개월 전이던가…? 소연이가 너무 불쌍해서 배 쥐어 잡고 웃다 뒤지는 줄 알았어…

그렇게 내뱉으며 차마 봐주기 힘든 흉측한 표정 속에서,

-아무리 내 동생이라지만, 나를 너무 닮은 것 아니니?

-날 죽이지 않은 것도 아마 그런 이유였기 때문이겠지? 안 그래? 오빠.

-어머니가 같은 걸 가지고 너무 생색내고 다니진 않아 줬으면 좋겠는데…? 응?

또 다시 울컥.

이 피도 눈물도 없는 괴물아. 넌 그 어머니를 소유욕에 못 이겨 죽여 버렸잖아. 아무 일도 아닌 듯이 한 순간에, 네 눈 앞에, 내 바로 옆에서.

죄 없는 ‘우리’의 아버지까지. 가장 괴롭게.

8
이번 화 신고 2018-06-10 13:53 | 조회 : 4,776 목록
작가의 말
아이스자몽에이드

보니까 소연 서연이 모두 제 친구들 이름이더라고요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