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기억

"밖에 봐."
"눈 내리는건가."
"응. 예쁘지?"

하루는 싱글 웃으며 배란다 난간에 몸을 기댔다.

"..응. 예쁘군."

그에게는 난간에 기대어있는 실루엣이, 눈을 보는 눈동자, 예쁘게 호선을 그리는 입술이, 바람에 살랑이는 머리칼이.. 그 모든게 아름다웠다. 눈을 떼고 그가 좋아하는 흰 눈을 봐야 하는데 하늘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야."
"카르. 내 이름은 카르다."
"아. 그러고 보니.. 내 이름은 하늘. 이하늘이야."

멋쩍다는듯 머리를 쓸어 넘긴 후 방긋 웃으며 제 이름을 소개하는 모습과 크리스마스 케롤이 머리를 울린다.

"그렇군. 잘 부탁한다 이하늘."
"이왕 같이 살게 된 거 잘 지내보자고."

이하늘은 늘 그랬다. 저렇게 경계를 풀게하는 웃음을 지으면서 제 자리에서 꼼짝도 안하고 내가 움직이도록.

"어서 와서 민망한 손을 잡아줄래?"

손을 내밀돼 내가 움직이도록... 결국 먼저 다가와 주지 않는 너에 의해서 내가 미치도록 만들었다.

"잘 지내지."
"그래. 근데.. 그 말투는 좀 바꾸지? 외모랑 전혀 안어울리는데."
"알았어. 형."
"좋구나 아우야."

흥얼 거리면서 다시 빌어먹을 눈을 향해 시선을 돌리는 너.
기억의 깊은곳, 너는 결국 내게 한 걸음도 와 주지 않고 눈을 향해 걸어갔다.

그래서 난 너를 죽였다.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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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9-13 21:59 | 조회 : 4,575 목록
작가의 말
뚠뚜니

[공]의 내면이 심상치 않죠.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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