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 prologue.

- 이탄 907년. 이타니아 외곽에 위치한 작은 마을.


뚜벅뚜벅.


별 하나 없이 하늘이 검게 뒤덮인 밤.

밤이 되어 사람이라곤 없는 마을의 모습.

오직 그 마을을 지나가는 한 남자의 발소리만이 조용히 울린다.

꽤나 귀족스러운 복장에 허리춤에는 긴 검을 차고 있었고,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으나 그의 머리색과 눈은 아주 아름다운 백금색을 띄고 있었다.

그리고, 도저히 사람의 모습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정도로 귀의 모양은 길고 뒤로 쭉 빠진 모양이었다.


멈칫.

"... 여긴가?"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허름하고 큰 천막에 달린 간판을 쳐다보며 적힌 글을 중얼거렸다.


"무안(無眼)의 점술사... 특이한 간판이로군."

스윽.

"......?"


그가 곧 천막 안으로 천천히 들어가자마자 그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자가 있었다.

긴 보랏빛 머리카락과 천으로 눈을 가린 특이한 생김새를 가진 한 여인.

그리고 그녀도 그와 마찬가지인 귀의 모양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가 싱긋 웃으며 먼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이런 늦은 시각에 저를 찾아오시다니, 특이한 분이시네요. 후후, 점을 치러오셨나요?"
"... 내가 단순히 점을 치러 온 자로 보이나?"

그는 그녀에게 다가와 대답했다.

그녀는 재밌다는 듯 살짝 웃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뇨. 아무리 봐도... 점을 치러 오신 것은 아니신 것 같고, 혹시......"
"......"
"누군가의 행방...이라도 물으러 오신 건가?"
"!......"
"어머, 정답?"

그는 조금 놀란 듯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역시... 소문난 점술사라고 찾아와 봤더니. 사기꾼은 아니어서 다행이군."

그리고는 그녀의 앞에 마주 앉아 살짝 망설이더니 말했다.

" '엘 리버스 폰 클라타너스' 라는 자를 찾고 있다. 혹시 그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나? 살아는... 있는 건가?"

점술사는 잠시 동안 그를 바라보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내렸다.

"글쎄요. 그분이 누구신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리 저라도 그런 것까지는 모른답니다. 원하시는 답을 못 드린 것 같아 죄송하군요."
"... 정말로 모르나?"
"그럼요, 제가 왜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거짓말할 이유조차 없는데 말이지요."
"...... 그런가. 괜한 발걸음을 했군. 이만 실례하지."

그는 제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가다 듬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 할 때-

"그는 죽지 않았습니다."
"......!"

그의 백금색의 눈동자가 조금씩 동요했다.

그리고 떨리는 입술을 간신히 열며 그녀에게 물었다.

"... 살아있다? 그건 어떻게...방금까지 모른다고...!"
"쉿. 제가 말할 수 있는 범위는 여기까지. 그 이상은 정말로 저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꼭... 그분을 찾을 수 있기를."


스윽.

터벅터벅.


발소리가 그녀의 귀에서 점점 멀어지자, 그녀는 눈 위에 묶인 천을 풀었다.

그리고 나지막이 입을 열어 말했다.


"... 이것으로 충분하십니까?"


그때,


또 다른 천막으로 가려져 있던 공간에서 누군가가 그녀 쪽으로 걸어왔다.

방금 전 이곳을 왔던 한 남자가 찾던,


'엘 리버스 폰 클라타너스'.


"응. 당분간 그들 옆에 있기는 힘들 테니까. 이렇게라도 사라진 척을 해서 완전히 사라지는 게 낫다고 생각했었거든. 도와줘서 고마워, 정말로."
"... '엘' 이시어. 그 선택, 정말로 이행하시려는 겁니까. 진심...으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 걱정 마. 내가 해야 했고, 또 하고 싶어서 선택한 결정이니. "
"... 당신이 원하신다면, 제가 말려봤자 소용이 없겠지요. 제가 만약 당신의 운명의 끝을 볼 수 있더라도."
"... 응."
"그럼 잘 다녀오세요.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그래. 잘 지내, 애나벨."

스르르륵...


'엘' 은 그 자리에서 점점 투명해지더니 결국 완전히 사라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점술사, 애나벨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볼을 타고 내려왔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모든 것이 '엘'의 뜻대로 되기를......"





'설령 그것이... 그의 나락일지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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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3-03 22:07 | 조회 : 1,460 목록
작가의 말
nic28978097

ㅎㅎ리메이크작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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