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1화) 21. 시작

(2부 1화)
-21.-





시우는 잠이 든 가온을 내려다봤다. 울다가 지쳐서 잠이 든 가온의 표정은 한없이 고요했다. 얼마나 울었는지 두 눈이 퉁퉁 부어서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지만 그 때문에 불편해 보이거나 아파보이지는 않았다. 가온을 달래던 시우도 결국 눈물이 터졌다. 제 품에서 엉엉 우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똑같이 10개월을 어머니의 배 안에 있다가 나왔지만 둘의 일생은 너무나도 달랐다. 울컥한 나머지 가온을 달래며 울다보니 어느샌가 강하의 손이 제 머리 위로 올라와 있었다. 가온을 재우고 저도 눈물을 그쳤다. 그럼에도 강하의 손은 시우의 머리 위에서 떨어질 생각은 커녕 더 부드럽게 그 머리를 쓸었다. 고개를 돌리던 시우의 눈에 약통이 보였다.

" ...강하. 저 약인 거 같은데. "

뒷 말을 삼키며 말했다. 그 말에 강하는 약통을 들고는 제 주머니로 넣고 나중에 회장님 쪽의 병원에 맡겨보겠다고 말했다. 시우의 물음을 이미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러나 강하의 머리에는 복잡함이 가득했다. 가온은 어느정도 약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그런 가온의 입에서 나온 말들을 종합해보자면...
약은 다른 독성을 지닌 성분들이 들어간 게 아닌, 철분과 피의 생성을 촉진시키는 성분들이 주로 들어가있는 듯 했다. 독성이나 바이러스가 있다면 백신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지만 그런 게 아닌, 약물과다복용이라면 회복하기가 힘든 것은 사실이었다. 그 생각을 하던 강하의 미간 사이에 깊은 골이 생겼다.
' 몸은 이..이미 다 망가졌습..니다. 정상적으로 돌아가기는 .ㅎ..힘들거예요.. '
아까 잡은 의사가 마치 변명하듯 말했다. 아, 물론 그 뒤로 덧붙인 말이 변명이었다.
' 투..투석을 20년 가까이 한다면 아마 괜찮아 질겁니다..! '
그 말에 화가 났다. 말이 좋아 투석이지 그게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서는 일말도 생각하지 않는 말에 짜증이 솟구쳤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짜증을 내고 있다는 사실에 모든 생각이 멈췄다.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에 머리가 어질했다. 확실히 변하고 있었다. 시우와 연인 관계가 되고 나서부터 일까? 아니면... 그 전일까.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시우의 영향은 컸다. 그만큼 자신의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 가서 쉬자. "

한 동안 걱정스럽게 가온을 바라보던 시우를 내려다본 강하가 입을 열었다. 같이 울어서 붉어진 눈을 벅벅 비비던 시우의 손을 잡고는 옅게 웃었다. 그 웃음에 시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까부터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세현을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지만 미묘하게 틀어진 표정에 입을 꾹 다물었다.

" 우리는 갈거야. 너는 어떻게 할래? "
" ...일단은 자고 일어날 동안은 옆에 있을게요. "

그래.
강하는 짧게 대답하고 시우를 일으켜 세웠다. 일어난 시우도 세현을 한 번 보고는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말하고는 몸을 옮겼다. 둘이 나간 병실은 정적으로 가득찼다. 새근-,거리는 가온의 숨소리만 병실 안을 가득 채우고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 숨소리는 세현의 피부로 부딪혀 들어왔다. 마치 가온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그에게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살짝 손을 뻗어서 그 팔을 잡았다. 손을 천천히 만지작거리다가 손가락 사이로 제 손가락을 넣어 깍지를 꼈다.
놀랐다.
말랐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천천히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아서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가온의 손가락 뼈가 더 절실하게 느껴졌다. 통뼈는 아니네, 피식 웃으며 손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항상 제 밑에서 그저 신음만 흘리는 꼬마로 생각했다. 데리고 온 날에는 완전 천상 요부처럼 굴었다. 경계를 하거나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런 가온을 안지는 않았다.
처음으로 가온을 안은 날은 시우를 좋아한다고 자각한 날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유혹해오는 그를 막지 않았다. 오히려 두 몸이 부서져라, 그 입에서 그만해달라는 소리가 나올 때깨지 안아댔다. 다 끝난 뒤에 몰아친 후회 때문에 고개를 들기도 힘들 정도였다.
안았다는 것 자체에 후회가 들었다기 보다는, 자신에게 안긴 사람이 가온이 아닌 자신의 짝사랑 대상이였으면,하고 생각한 본인이 후회스러웠다.

" 왜 나를 좋아하고 그러냐. "

진심 묻은 질문이었다. 세현으로써는 전혀 알 길이 없었다. 섹스 중에 그에게 상냥하게 대한 것도 아니었다. 데려오기만 했지 딱히 챙기지도 않았다. 방을 치우는거나 요리도 다 가정부 아주머니가 해주셨지 한 번도 밥을 챙겨준 적 없었다. 그러나 가온은 세현에게 집착 이상으로 사랑을 표현했다. 그게 너무 궁금해서 한 번은 물었다.
내 어디가 좋은거야?
이빨 자국으로 연고를 바르던 가온은 고개를 돌려서 세현을 바라봤다. 아무것도 묻어나오지 않는 얼굴에 희미하게 미소가 번졌다.

' 나를 거절했잖아요. '

너 마조야?
장난스럽게 내 뱉었지만 가온은 그냥 웃고 넘겼다.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알 것 같았다. 가온에게는 엄청난 충격과 또 무언가로 다가왔을 것이다. 자신의 유혹에도 고개를 내 저으며 웃던 세현은.

" 너는 도대체가, ..내 어디가 좋은거야? "

멍하니 물었다. 본인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는 지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는 가온의 퉁퉁 부운 눈을 매만졌다. 이렇게 될 때까지 울다니, 정말..

" 못 말린다. "

에휴, 한숨을 내쉬고는 턱을 괴어 그를 바라봤다. 저녁에서 밤이 되고 밤에서 새벽이 되는 내내, 지친듯 잠든 가온의 손을 계속 매만졌다. 만지고 또 만졌다. 마치 지금이 아니면 아예 날아가버릴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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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시작할게요!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ㅠㅠ골골))
2부는 시우 가족 일 위주로 돌아갈 것 같네요!!

그럼 여러분 굿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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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5-01 23:39 | 조회 : 2,817 목록
작가의 말
MIRIBYEOL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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