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프롤로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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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뜨거운 여름이다. 그리고 그 여름의 틈 사이에서 두 사람이 서 있었다. 흑색을 뛰어넘어서 푸른빛이 도는 머리를 정갈하게 왁스칠해 넘겼다. 올 정장을 입고 그게 맞는 신발을 신은 남자 한 명이 자신보다 10센치 이상 작은 다른 남자를 바라봤다. 밝은 갈색의 단정한 머리에 남자치고는 동그란 눈, 작은 얼굴에 알맞게 작고 동그란 코, 그리고 가운데가 갈라져서 색기를 더해주는 입술. 여리여리하게 보이는 다른 남자의 눈에는 '결의'가 비쳐졌다.


" 저랑 결혼해주세요! "


그 갈라진 틈과 하얀 이사이로 흘러나오는 말에 정장을 입은 남자가 헛웃음을 자아냈다. 거만한 표정, 이윽코 촉촉한 입술을 벌린 남자는 낮게 비웃었다.


" 꼬맹이가, 가서 잠이나 더 자. "


바로 두 사람이 박 제하군과 이 하랑군이며, 둘은 방금 막 6년만에 재회를 했다.





***





알파, 오메가, 그리고 베타. 이 세계의 사람은 세 분류로 나뉜다. 상위 20%의 우열한 알파, 70%인 대다수의 평범한 베타 그리고, 10%의 소수의 오메가. 기본적인 설명을 하자면, 모든 오메가는 남성형, 여성형 따지지 않고 아이를 가질 수 있다. 오메가 외의 여성형들도 물론 아이를 가질수 있고. 알파의 남성형, 여성형 모두는 오메가나 여성형을 임신 시킬 수 있다. (베타는 예외이다. 일단 사람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간단하게 모든 남성형은 임신을 시킬 수 있고, 그 중 오메가는 임신이 가능하며. 모든 여성형은 임신을 할 수 있고 그 중 알파는 임신을 시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성별'보다는 '알파,오메가,베타', 계열이었다.

그 알파 중에서도 우성으로 꼽히는 상위 5%의 알파가 바로 박 제하였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대기업의 제벌 아들이기 때문에 우성 알파의 피가 상대적으로 많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평민 중에서도 오메가인 어머니의 피를 강하게 물려받아서 오메가로 태어난 이 하랑은 우성 오메가였다.


" 너, 오메가 잖아? "


오메가는 한 달에 한 번씩 히트싸이클이라는 발정기를 겪기 때문에 애초에 높게 승진할 수 없었다. 게다가 오메가가 나오는 경우는 양부모가 오메가여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그 개채수가 굉장히 적었고, 임신을 하면 굉장히 약해진다. 특히 히트싸이클 때는 이성을 잃고 달려들어서 관계를 요구할 정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메가 부인을 둔 알파들은 종종 빨리 지쳐서 오메가를 내다 버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히트싸이클 때 알파와 관계를 맺으면 임신의 확율이 높아짐으로 (확율상으로 99%) 그 때는 외출도 자제하게 된다.


" 네. 무슨 문제있나요? "

"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알파 한 명 잡아보겠다는 속셈인가? "

" ...약속은 지키셔야죠. "


약속?

제하는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다. 분명 다른 사람과 착각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애초에 까다로운 집안 때문에 오메가와 친해진 적이 없었다. 태어날 때 부터 우성 알파인 여자와 약혼을 했고, 알파를 이어가야 한다는 막연한 부담감이 있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오메가와 친해질 수 있었는 지는 본인도 모를 일이었다.


" 미안하지만, 기억나지 않는군. "

"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거예요. "

" 잠시만, 언제 한 약속이지? "

" ...형, 정말 제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


하랑의 목소리가 울먹거림으로 바뀌었다. 그 날 한 약속을 도대체 어떻게 까먹을 수가 있어요? 차마 제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말이 입 안을 맴돌았다. 커다란 눈이 울상으로 바뀌자 제하가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회사에서 나와서 길을 걷고 있는 제하는 갑작스런 하랑의 부름에 지금 20분 째 그와 대치 중이었다.


" 하아.. 그만하지. 이제 곧 돌아가야 하니까.. "


말 끝을 흐리며 하랑을 내려다봤다. 꼭 상처 받은 강아지 같았다. 한 없이 깊은 한숨을 내쉰 제하는 자신의 명함을 건냈다.


" 여기로 연락해. 그래도 귀찮게 하면 차단해버린다? "

" ..네!! "


단순하긴...

제하는 피식 웃고 뒤 돌아서 회사로 걸어갔다. 뒤에서 잘가요!하는 하랑의 목소리가 들렸기에 더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이내 그 웃음을 지우고는 제 갈 길을 걸었다.





***





시내의 한 카페, 작은 몸으로 바쁘게 움직이며 커피를 내리는 한 소년이 보였다. 살짝은 긴 머리에 귀엽게 생긴 얼굴에 카페 안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소년에게로 집중되었다. 물론, 겉보기에는 소년이었지만 사실상은 이미 스물을 넘은 청년이었다.


" 어떤 음료로 하시겠어요? "

" 너. "

" ..네? "

" 너로 달라고. "


빙그레 웃는 청년을 향해 걸어 온 한 남자가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의 말에 뭐 이런 병신이...라는 생각을 순간 했지만 꽤나 진지한 남자의 표정에 눈을 옆으로 살짝 돌렸다.

단 하루, 가슴팍에 찬 명찰이 반짝 거렸다. 남자는 그 이름을 나지막하게 불렀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힘껏 말했다.


" 단 하루 주세요. "


이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해야하나... 하루는 그 생각에 머리를 굴렸다. 그런 하루를 본 남자는 피식 웃고는 큰 상체를 살짝 내려서 하루의 입에 자신의 입을 맞췄다. 놀란 하루의 눈이 동그랗게 되고 여기저기서 놀라하는 소리가 들렸다.


" 나는 강 율. 너의 하룻밤을 사러 왔어. "


단 하루와 강 율의 첫 만남이었다.

그렇게 말한 율은 가죽 장갑을 끼고는 하루에게 명함을 건냈고, 그대로 가게를 나가버렸다. 매일 올게.라는 말만 남기고...

열성 오메가에게 지독하게 차가운 세상, 그 세상을 살아가던 하루는...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우성 알파, 율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비웃었다.

너의 세상은.. 얼마나 쉬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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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2-15 12:30 | 조회 : 4,732 목록
작가의 말
MIRIBYEOL

내용이 많이 다르쥬? ((서글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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